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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를 테마로 한 국내 유일 특구인 장생포고래문화특구는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바다여행선, 고래고기 음식점, 간판시범거리 등 관광인프라가 구축되어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18세기 美·日·러에 의해 고래잡이 시작
70년대 중반 한해 1,000마리 해체 호황
86년 상업포경 금지 이후 '쇠락의 길'
특구지정후 관광인프라 구축'제2 부흥'
접근성·주변 자원 상품화 등 고민해야


고래 잡을 땐 동네 개도 돈을 물고 다녔다는 장생포. 선사시대부터 고래와의 긴 인연을 자랑하는 울산의 '고래 1번지'다. 장생포는 우리나라 포경업의 전진기지로 명성을 떨쳤지만 포경금지조치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색적인 먹을거리로 찾게 되는 고래고기를 파는 음식점과 고래바다 여행선·고래박물관·고래생태체험관·고래연구소 등이 어우려져 최근에는 고래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울산 땅에 이어져온 고래문화

태화강의 상류 대곡천 반구대 암각화에는 고래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은 우리 민족이 선사시대부터 고래를 포획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반구대 암각화와 장생포 고래잡이 사이에는 수 천년의 간극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울산 땅에서는 고래문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내재적 연속성이 입증되는 셈이다.
 고래문화보존회는 고려까지는 고래기름을 원나라에 조공을 바쳤다는 기록이 있지만 조선시대에 고래잡이와 관련한 기록이 없는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바다의 왕인 고래의 소유권은 왕이 갖고 있었고, 혹여 잡거나 해안으로 흘러온 고래를 해체하는데 드는 노동만 제공하고 고래는 오롯이 한양으로 올려보내야 했다. 즉, 백성에게는 노동력만 뺏기는 '귀찮은 물건'인 셈인 것이다. 때문에 해변에 흘러들어와도 해체작업을 하지 않기 위해 슬며시 바다로 밀어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고래잡이가 이뤄진 것은 1848년 미국 포경선에 의해서다. 동해에서 커다란 범선을 모선으로 해 서너 척의 작은 배들이 고래를 쫓아 작살로 잡고, 배 위에서 기름을 짜고 고기는 버렸다.
 이후에는 1899년 대한제국 정부와 포경특허권 계약을 체결한 러시안들이 들어와 포경을 했다. 러시아 사람은 미국과 달리 뭍에서 고래를 해체했다. 이 때가 근대 상업포경의 효시가 됐다.

 이듬해 일본도 우리나라 정부와 협상해 포경 특허를 얻었고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해방 전까지 장생포항을 중심으로 고래잡이를 독점했다. 일본인들은 장생포 어민들을 고용했고 당시에는 많은 삯(임금)을 받아 '포수하는 게 울산 군수보다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해방 후 일본인들은 포경선을 몰고 모두 본국으로 도망쳤고, 일본인 소유 포경선에 고용됐던 우리나라 선원 300여명의 대표 김옥창씨 등 3명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어업통제 주식회사 등 포경회사에 보상금을 요구했다. 선원들은 돈 대신 50톤급 목선 2척을 받아왔고 장생포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 의한 본격적인 포경이 시작됐다. 장생포의 포경사업은 일본 수출 등으로 큰 돈줄이 됐고 70년대 중반에는 한 해 평균 1,000마리 고래가 장생포에서 해체돼 팔려나갔다.

 

 

   
▲ 고래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수 있는 장생포 고래박물관.

 

 

#40~50여년 전 할매집 등 3곳서 잔술과 함께 고기판매

이 곳에 고래고기집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40~50여년 전이다. 처음에는 고래막에서 해체 후 고래고기를 삶으면 잔술만 인근 할매집에서 사 고래고기에 곁들였다. 이후 고래막에서 고기를 사와 할매집, 골목할매집 등 3곳의 할매집에서 잔술과 함께 가마솥을 걸어 팔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고래고기 음식점의 시초라 할 수 있겠다.
 한창 고래잡이를 할 때는 장생포를 오가는 시외버스가 2분 간격으로 운행됐다. 합승이 있던 당시 택시기사들도 장생포에 가자고 하는 것을 반길 정도였다. 오가는 사람이 많아 들어가도 빈 차가 아닌 나오는 손님을 태워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상업포경 금지를 결정하면서 장생포의 운명도 달라졌다. 고래잡이가 한창이던 때 2만여명에 달하던 주민은 포경에 종사한 주민들이 이주하면서 현재 1,600여명으로 줄었다.
 장생포에 고래고기 음식점이 늘어나게 된 것은 오히려 상업포경이 금지되면서다. 금지 전에는 고래막에서 직접 가서 사면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식당 형태의 집이 필요치 않았다. 상업포경이 금지되면서 수출이 금지됐고, 잡은 고기를 어찌됐든 소비를 해야했기 때문에 민가와 바다를 양 옆에 두고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원조할매집, 할매집, 골목할매집, 왕고래집 등 고래고기집은 40여곳으로 늘어났다. 현재는 24곳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고래잡이는 불법이다. 혼획(그물에 걸림) 또는 표류(죽은 채 떠다님)한 고래는 해양경찰과 검찰에 신고를 하게돼 있다. 일부러 잡은 고래가 아님이 확인되면 수협을 통해 위탁 판매를 한다. 장생포에서 팔리는 고래고기는 바로 이러한 과정을 거친 고래고기인 것이다.
 포경이 중단된 이후 20여년간 쇠락의 길을 걸었던 장생포는 장생포고래문화특구 지정으로 '제2의 부흥기'를 맞았다. 장생포 2㎞구간 145개 업소의 225개 간판을 정비하는 간판 시범거리를 만들고, 남구 신정동 공업탑로터리에서 장생포순환도로까지 11㎞ 구간을 고래테마거리로 조성했다. 고래박물관이 들어서고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바다여행선 등이 마련되자 관광객들도 다시 장생포를 찾기 시작했다.

 장생포고래문화특구는 지난해 '고래'를 테마로 한 국내 유일의 특구로서,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바다여행선 등 효과적인 관광 인프라 구축과 울산의 포경문화가 접목된 고래축제, 고래 식문화 등 고래문화 인프라 구축된 점을 인정받아 '2009 모범 우수 특구'로 선정되기도 했다.

 

   
▲ 장생포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고래고기 음식점.


#관광객이 다시 찾는 '고래 1번지'

관광불모지로 분류되는 울산에 수 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는 '관광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바다여행선으로는 관광명소로 거듭나기에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고래박물관은 건립 이후 전시물이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한 번 온 관광객이 다시 올 필요를 느낄 수가 없다는 얘기다. 다시 찾아도 볼거리가 있도록 기획전시 등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주말이 되면 병목현상으로 극심한 정체를 겪는 도로와 주차장도 개선이 필요하다. 고래박물관과 인접한 왕복2차선의 장생포 배후도로는 해마다 확장계획은 나오고 있지만 10년째 그대로다. 노후된 도로와 장생포에 들어오면서 펼쳐지는 공장으로 둘러싸인 삭막한 풍경에 주차난과 도로정체는 관광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관광객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게 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고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울산과 관련된 인접한 모든 것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내륙지방 사람들은 보기 힘든 대형 유조선, 수상택시 등은 잘만 활용하면 훌륭한 관광자원이다.

 남구청은 2013년까지 장생포동 마을 뒷산 3만여㎡규모의 근린공원 부지에 고래문화마을을 만들기로 하고 내년 초 착공에 들어갈 방침이다. 고래문화마을 사업은 포경이 금지된 이후 잊혀져 가던 한반도 고래문화를 되살려 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장생포가 포경(고래잡이)산업으로 번성하던 시절의 모습을 경기도 용인의 민속촌처럼 재현, 고래테마 관광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고래문화마을을 비롯해 보다 더 많은 볼거리, 즐길거리가 마련되고 이러한 모든 것들이 어우러지면 장생포는 '산업수도 울산'과 '고래도시 울산'이 모두 어우러진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 이보람기자 usybr@



"보다 많은 콘텐츠 마련 울산시 적극적 지원을"
[거리에서 만난 사람] 고정구 고래문화보존회 사무국장

 

 

   
 

"장생포 고래문화특구가 관광명소가 되려면 보다 더 많은 볼거리와 즐길거리 마련이 필요합니다"
 장생포와 고래에 관련한 이야기라면 모르는 것이 없다. 장생포에서 상업 포경이 시작하게 된 역사부터 현재 이야기까지. 장생포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남다르다.
 장생포 토박이이자 고래문화보존회 사무국장인 고정구(46·사진)씨는 고래포경 금지를 놓고 고래를 먹는 문화까지 부정하려고 드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외국의 환경단체들은 고래 먹는 문화는 인정하지만 불법 포획은 안된다고 말하지만 어떻게 된 것이 우리나라 환경단체들은 먹는 문화까지 부정합니다. 전라도는 홍어를 먹는 문화가, 경상도는 고래를 먹는 문화가 있습니다. 물론 불법 포경은 있어선 안되죠. 하지만 반구대암각화에도 나오는 문화까지 부정할 필요가 있을까요?"
 고정구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만큼 혼획, 표류로 나온 고래가 100% 보고되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포획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만 되면 돈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돌고래에 대해서도 양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래생태체험관에 일본에서 들여온 돌고래가 한 마리당 2여억원이나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잡으면 80~100만원 하는데 이를 포획방법이나 기간을 정해준 뒤 순치 후 아쿠아리움 등에 파는 방법 등을 마련한다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뿐 아니라 어민들의 인식 등도 달라지는 등 양성화 되지 않겠습니까"
 고 사무국장을 비롯한 장생포 주민들은 남구청이 진행하는 고래문화마을 조성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크다며 고래특구가 관광명소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0년 낙후된 곳이 최근 남구청의 고래특구 지정 등으로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주차장, 도로확장 등 구청의 힘 만으로는 힘든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관광산업이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불리듯이 울산시가 장생포가 전국에서 유일한 고래 관광 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해줬으면 합니다"

 그는 남구청과 시가 서로 협의·협력하고 연계해 근대를 조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체험 프로그램 등을 잘 마련한다면 장생포 고래문화특구가 '고래 1번지'로 울산의 관광산업의 1번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보람기자 usy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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