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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등 완성차업체의 생산라인을 멈추게 한 유성기업 아산공장의 노조파업 및 직장폐쇄가 일주일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24일 경찰이 투입돼 공장 점거 중인 노조원들을 연행하고 있다.


노조원 500여명 연행 공장점거 해제
현대차 등 생산차질로 2조원대 손실
특정협력업체 독과점 문제해결 숙제


   
▲ 24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디젤 엔진공장이 유성기업 파업 사태로 인해 일제히 멈춰섰다. 이창균기자 photo@
 자동차 엔진 부품인 피스톤링을 생산하는 충남 아산의 유성기업 노조의 파업과 사측의 직장폐쇄 등으로 완성차 초유의 생산중단 사태를 우려됐지만 24일 공권력이 전격 투입되면서 사태는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다행히 파업 장기화시 예상됐던 국내 자동차 업계의 막대한 피해는 가까스로 막았지만 부품 하나가 자동차 업계를 '올스톱' 시킬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차량 부품의 공급선 다변화 등 완성차 업계의 대책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오후 4시 공권력 전격 투입 강제 진압

경찰은 24일 오후 4시 공장을 점거한 유성기업 노조원에 대한 강제 진압에 나섰다.
 공장을 불법 점거한지 1주일만에 공권력이 전격 투입된 것은 노사간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 업계 전반에 큰 피해가 예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내 완성차 업계는 유성기업 노사 갈등으로 생산차질이 우려되자 조기 공권력을 투입해서라도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결국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이뤄진 유성기업 노사간 교섭이 무산되자 경찰은 공권력을 투입해 이들을 해산시켰다.
 유성기업 아산공장 노사는 전날  노조측이 요구한 '주간 2교대제 도입'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직장폐쇄 이후 첫 협상을 가졌으나 별다른 소득없이 끝났으며, 24일 오후 2시 공장 내부에서도 노사 교섭을 시도했으나 20분만에 결렬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노사 교섭이 결렬된 직후 오후 3시께부터 노조원들의 자진 해산을 권유하는 방송과 유인물을 배포했으며, 4시께 본격적으로 공장 정문으로 향하는 진입로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헬기 및 물대포를 31개 중대 2,400여명의 병력으로 공장진압 작전에 들어갔다.
 경찰은 공권력을 투입한 지 2시간여만에 공장내부에서 농성중이던 노조원 전원 550여명을 연행하면서 일주일째 이어진 파업사태를 일단락 시켰다.
 
#완성차 업계 일단은 한시름 덜어

파업중인 유성기업에 대한 공권력이 투입됨으로써 우려됐던 장기 파업은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큰 피해가 예상됐던 완성차 업체 등 자동차 업계도 한시름 덜게 됐다.
 차량 핵심 부품 피스톤링의 70%를 유성기업으로부터 공급받는 현대·기아차는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라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경우 이날 포터와 스타렉스 엔진을 만드는 디젤엔진공장 생산라인을 가동치 못했다. 이에 따라 포터와 스타렉스를 만드는 울산 4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는 등 완성차의 생산차질로 이어졌다.

 현대기아차는 유성기업이 부품을 공급하지 않으면 4만8,000여대의 생산차질이 빚어지고 8,270여억원의 피해와 더불어 5000여개의 협력업체의 피해도 합산하면 총 1조 2,03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유성기업 사태가 공권력 투입으로 해소됨에 따라 우려됐던 큰 피해는 비켜 갈 수 있게 됐다. 유성기업은 노조원들의 점거농성이 진압된 이후 점검을 통해 제조설비와 제품의 손상이 없어 이르면 25일부터 제품 생산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생산차질을 빚은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계도 빠른 시일 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공급선 다변화 등 대책 마련 시급

1,000원 남짓 하는 부품의 공급 중단이 국내 자동차 업계에 큰 타격을 주면서 특정 협력업체의 '독과점'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피스톤링의 경우 유성기업이 국내 시장의 80%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품인 피스톤링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유성기업과 대한이연 등 두 곳 뿐, 대한이연이 나머지 20%의 시장을 책임지고 있다. 
사실상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유성기업이 파업을 강행하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라인이 속수 무책 상황에 놓이게 된 것.

 일각에서는 유성기업 같이 국내 점유율이 높은 부품 생산 업체는 총 2만5,000여개의 자동차 부품 중 엔진, 시트, 도료 등에서 적어도 200여개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처럼 특정 업체의 생산이 막히면 자동차 산업 전체가 마비될 수 있는 위험성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완성차업체들이 특정 업체에 대한 부품의존도를 높였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품 공급선 다변화 등 부품 원소싱 문제 해결에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물류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재고 부담을 협력업체에 떠넘기고 품질관리를 핑계로 협력업체를 대폭 줄인 것도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며 "피스톤링 같은 부품은 2~3개월 정도의 재고 물량을 확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락현기자 r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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