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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실시에 현직 교사가 교육청에 직접 민원 제기
교육청 묵묵부답에 학교장이 되레 교사 감사 요구
끼워맞추기식 강제자율학습 교사-학생 모두 고통


# 교사 "교육청-학교 짜고"

최근 울산시교육청 홈페이지에 방과후학교의 강제 시행과 관련된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을 제기한 사람은 다름아닌 현직 교사 A씨.
 방과후학교의 강제 참여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방과후학교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교육청과 학교가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민원을 제기한 A교사의 주장이다.
 방과후학교는 공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자율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을 강제로 참여시키고 있다. 일종의 불문율이 된 것이다.

 A교사의 민원에 따르면 올해 새 학기가 시작된 후 방과후학교의 강제 참여가 논란을 빚자 시교육청은 3월 하순 각급 학교로 공문을 발송했다. 이 공문은 방과후학교를 위한 7교시 강제 자습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강제학습을 하고 있다. 이에 A교사는 방과후학교의 강제 참여가 특히 심한 특정학교를 직접 거론하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7교시 강제학습에 대한 형식적인 동의서조차 구하지 않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와 함께 A교사는 "교육청의 장학사도 해당 학교를 방문해 7교시 강제학습에 대한 지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교육청이 묵과하거나 방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교장, 명예훼손으로 감사 요구


강제 참여가 심각한 특정학교에 대한 일선 교사의 폭로성 민원이 접수된 이후 해당 학교 B교장은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A교사에 대해 감사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B교장은 민원을 통해 "제3자(타교 교사)가 부당하게 간섭해 학교 경영의 자율성 침해와 학교 및 교장의 명예가 훼손되고 있어 감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B교장은 "교육청과 학교가 무엇을 짜고 쳤는지 밝혀주고, 허위 사실일 경우 학교장의 명예와 교육청의 공교육에 대한 신뢰성을 심각히 훼손하였다고 판단되므로 관련법규에 의해 조치바란다"고 덧붙였다.

 B교장은 또 "7교시에는 담임교사의 현장지도에 따라 학력향상과 인성교육 및 다양한 특기적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7교시 활동을 희망하지 않는 학생은 담임교사가 학부모와 협의해 제외시키고 있으며, 이는 학부모 총회에서 안내했고 학부모회와 학교운영위에서도 동의했다"고 해명했다.
 B교장은 이어 "7교시 자기주도학습은 당일 학교에서 학습한 내용에 대해 복습과 8교시부터 실시되는 방과후학교 학습에 대한 예습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학력향상으로 이어진다"며 "때문에 울산지역 대부분의 중학교가 7교시 자기주도학습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당초 민원을 제기했던 A교사는 "스스로 공부할 학생이 남아서 자습하고 상담이 필요한 학생을 남겨서 담임이 대화하고, 부진학생을 따로 지도하는 것 등이 자율적으로 행해져야 한다"며 "전교생이 교실에 남아 있고, 담임이 감독하는 형태의 획일적인 자습은 지양하는 것이 교육청의 방침이다"고 반박했다.
 A교사는 이어 "학력향상, 소질계발, 8교시 방과후학교 예습 효과 등을 위한 자기주도학습을 지역 대부분의 중학교가 운영하고 있다고 B교장이 직접 밝혔다"며 "교육청은 강제로 행해지고 있는 학교들을 명확히 밝혀줘야 한다"고 감사요구 맞대응을 했다.
 
# 교사와 학생 모두 불만

이처럼 교장과 교사의 웃지못할 '촌극'이 벌어지자 지역 교직사회에서도 방과후학교 운영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 울산지부 박정호 정책실장은 "새학기가 시작된 후 강제 실시와 미신청학생에 대한 강제 자습 등 방과후학교에 대한 문제로 교사와 학생이 겪는 고통과 불만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박 실장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방과후학교는 대부분 교과진도를 설정해 수업하고 있으며, 방과후학교 수업내용을 교내 시험에 반영하고 있다"며 "이는 참여학생과 미참여학생의 형평성과 강제성의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는 심각한 것으로 교육청도 공문을 통해 이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학교에 보내기도 했다"고 덧붙혔다. 지역의 한 교사는 "7교시 강제 자습을 하지 않으면 방과후학교 참여율이 떨어지기 마련이다"며 "문제는 학교평가에 방과후학교 참여율이 포함돼 있어 학교 관리자는 학력향상을 핑계로 강제 시행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박송근기자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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