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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우리병원 강관수 원장이 구역전전통시장을 돌며 일하시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허리통증 및 여러가지 증상에 대해 상담을 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ulsanpress.net


옛 울산의 교통중심지·최고 시장 명성
골동품경매장·5일장 개설로 도약 준비

건강검진 적극참여 '골밀도 검사'인기
"오래 앉아만 있어도 허리에 무리가요"


#울산 역사의 발자취 남은 곳

지금 울산역은 울주군 삼남면에 있고, 태화강역으로 이름 바뀐 옛 울산역은 남구 삼산동에 있지만 예전에 울산역이 중구 학성동에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있다.
 바로 중구 학성동 434-7번지 일원에 위치한 '구역전시장'이다. 역전시장이라는 명칭에서 예전에 이 곳에 역사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당시 모습을 알려주는 시설 하나 남아있지 않지만 1992년 울산역이 현재의 삼산동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학성동 울산역은 울산의 교통 중심지였다.

 처음에 울산역은 1921년 10월 울산군 성남리에 들어섰고, 1935년 동해남부선 개통과 함께 지금의 이마트 학성점이 들어선 자리로 역이 이전됐다. 그 시절 학성동에 신축된 울산역은 동해 간선 중 가장 규모가 큰 근대식 건물이었다.
 그 때 철길은 경주에서 내려와 병영 앞을 지나 중구 옥교동 인근에 위치한 울산역으로 들어오고 태화강을 건넜다. 철교가 없어진 자리에는 번영교가 들어섰다.
 그 시절 현재 삼산동에 위치한 시외·고속버스터미널도 중구 우정동에 위치해 구 역전시장은 그야말로 울산 교통의 중심지이자 가장 큰 울산 최고의 시장으로 명성을 떨쳤다.

 

 

   
▲ 농수축산물, 의류·잡화 등을 취급하는 종합장인 구역전시장 전경.


 당시에는 농산물이나 수산물을 취급하는 도매시장도 역전시장에 위치해 새벽이면 물건을 떼러온 상인들과 물건을 파는 상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도매시장은 새벽부터 열려 오후 2시면 파했고, 소매시장은 새벽부터 오후까지 종일 문을 열었다.
 가장 큰 시장이었기 때문에 멀리 동구 방어진이나 무거동 등 울산 전역에서 소매상들이 몰려와 역전시장에서 장을 보고 갔다.

 20여년 전 삼산에 새로운 상권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역전시장의 운명도 달라졌다. 1990년 남구 삼산동에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이 건립되고, 1992년 현 태화강역 자리에 울산역이 옮겨가면서 상권도 점점 쇠퇴하기 시작했다. 역전시장에 있어 가장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는 두 가지가 옮겨가면서 시장도 침체일로를 걸었다.
 이후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중구청과 중소기업청의 지원으로 구역전시장의 1구간에 지난 2005년 12억2,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아케이드를 설치했고, 지난해 2구간에도 아케이드 설치가 완료됐다.

 2007년에는 81면의 공영주차장이 조성되는 등 시장현대화 사업이 진행됐다.
 이에 따라 구역전시장은 현재 상가 95개와 노점 140개가 영업을 하고 있다. 구역전시장은 농수축산물과 의류, 잡화 등을 취급하는 종합장으로 지금도 예전처럼 아침에 가장 활기를 띤다.
 전 구간에 대한 아케이드 공사 완료 후 구역전시장 상인들은 골동품 경매장과 5일장 개설을 통한 또다른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 구역전시장 상인들이 시장 내에 마련된 무료진료소에서 골밀도 체크기로 골감소증 및 골다공증 검사를 받고 있다.

 


#골감소증·골다공증환자 대다수

"할머니, 키랑 몸무게는 어떻게 되세요?"
 "몰라. 다 잊아뿌다. 하도 오래되가 모르겠다"
 골밀도를 체크하던 울산우리병원의 의료봉사단원이 난처한 웃음을 짓는다. 병원에서 가져온 골밀도 체크기는 키와 몸무게, 나이, 발 크기 등을 기준으로 골감소증과 골다공증 여부를 체크하기 때문이다. 키와 몸무게를 잊어버렸다는 할머니 뒤로도 골밀도를 체크하려는 상인들이 줄을 지어 서있다. 분명히 많은 인원이 골밀도를 검사받고 돌아갔는데도 늘어선 줄 길이는 그대로다.

 의료봉사단이 도착한 오전부터 건강체크를 하려는 상인들이 밀려들어 줄어들 줄을 모른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특히나 골밀도를 검사하는 기기는 단연 인기여서 쉴틈없이 돌아가고 있다.
 "와~ 이렇게 많이 찾아오시는 시장은 처음인 것 같아요" 검사 결과가 나올 동안 의료봉사단원이 손부채질을 하며 웃는다.
 3일 전부터 시장 내 방송시설을 이용해 광고를 했다는 정광열 회장 덕분일까. 지금까지 의료봉사를 했던 지역 내 전통시장 중 건강검진을 받으려는 상인들의 적극성은 역대 최고다. 검사가 하나 끝나면 상인들은 하나같이 일부러 찾아와 준 의료봉사단에 고맙다고 한 마디 건넨다.

 대다수 상인들이 자신의 혈압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골밀도나 당뇨 등에 대해서는 잘 체크하지 못하고 있더라고 의료봉사단은 전했다. 상인들의 나이도 많다보니 골감소증과 골다공증 결과를 받은 사람이 대다수였다.
 이날 의료상담을 진행한 강관수 원장 앞에도 상인들이 평소 궁금했던 것을 묻느라 인산인해다. 강 원장은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한 상인에게 여러 가지 증상에 대해 묻더니 "오래 앉아계시죠? 앉은 자세도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갑니다. 서 있는게 100이라면, 앉은 건 150 정도의 무리가 갑니다. 장사하느라 바쁘시더라도 한 번씩 일어나서 움직여주세요"라며 조언해준다.

 

 

 

   
▲ 울산우리병원과 중구 구역전전통시장번영회는 24일 구역전전통시장에서 울산우리병원과 함께하는 허리펴는 재래시장 MOU를 체결했다. 강관수 원장과 정광열 회장이 협약서에 서명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 상인은 다리가 아파서, 한 상인은 허리가 아파서, 한 상인은 목이 뻐근해서. 갖가지 이유로 상인들은 강관수 원장에게 의료상담을 청했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강 원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고민이 해결된 듯한 표정을 짓는다.
 정광열 회장은 "처음에 '허리펴는 전통시장'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감회가 남달랐다"며 "바쁘신데 이렇게 오셔서 시장 상인들에게 무료로 진료를 해줘 너무나 감사하다"고 감사를 전했다. 

 

 

 

 

 

   
 

"화장실·도시가스 등 시장활성화 고민중
 상인들 친절서비스로 옛 명성 되찾고파"

정광열 구역전시장번영회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지금부터 시장활성화를 위한 일들을 해나가 예전의 명성을 찾고 싶습니다"
 구역전전통시장번영회의 정광열(59·사진)회장은 2구간에도 아케이드 설치가 완료되면서 요즘 시장활성화를 위한 청사진을 그려나가느라 할 일이 태산같다.
 상인 친절교육이며 다른 시장에서 하고 있는 각종 마케팅이나 행사도 준비해야 하고, 또 시장 활성화를 위해 중구청이 계획하는 골동품 경매장과 5일장 설립도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삼산동으로 울산역이랑 도매시장이 옮겨갈 그 당시에 아케이드 등 지금의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벌이고 있는 사업을 생각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합니다. 그 때부터 이러한 사업을 했더라면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을테죠. 사는 게 바빠, 또 몰라서 진작에 추진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지만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케이드와 도로정비, 공영주차장 설치 등은 완료됐지만 다시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향하게 하기에는 아직 필요한 것이 많다. 정 회장은 시장을 찾은 손님들이나 상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과 도시가스를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여력이 된다면 시장 상인들이 시장의 앞날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상인회 사무실도 하나 만들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나이 지긋한 상인이 많은 구역전시장이지만 이제는 상인들의 생각도 바뀌었다고 정광열 회장은 전했다.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소비자들에게 친절하려고 애쓰고 시장을 살리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게 됐다는 것이다.

 "아케이드가 설치된 후 상인들이 다시 힘을 내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울산에서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돼지족발 골목, 싱싱한 과일과 채소도매상, 식품도매상, 싸고 품질좋은 옷가게, 깨끗하고 신선한 회 등 모든 것이 구역전시장에는 잘 갖춰져 있습니다. 골동품 경매장이 들어서고 저렴하고 좋은 물건을 파는 5일장이 들어서게 되면 볼거리도 마련되니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정 회장은 앞으로 차근차근 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들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골동품 경매장이 들어서고 상인들의 노력이 더해지면 구역전시장이 새로운 명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보람기자 usy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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