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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학생과 학부모들은 피곤하다

특기생 등 학원수강은 그대로…교육비만 더 들어
서울시교육청 강제실시땐 강력한 지도점검  불구
울산시교육청 "자율적 방법으로 운영" 애써 외면



#여중생 귀가시간이 밤 11시

동구 A중학교 2학년 최성희(가명) 학생의 취미는 피아노 연주다. 성희는 언젠가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성희는 또래 아이들보다 바쁘게 움직인다.
 오후 3시 30분 학교 수업이 마치면 성희는 곧바로 피아노 학원에 가서 저녁까지 연습을 했다. 그리고 오후 6시 30분까지 다른 친구들과 함께 교과 과정을 가르치는 입시학원으로 갔다. 성희가 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는 시간은 오후 9시가 돼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성희는 올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방과후가 더욱 바빠졌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후학교 수업을 더 들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제 성희는 자신이 좋아하는 피아노를 연습하기 위해선 수업 후 방과후학교와 입시학원을 다녀온 후에라야 가능하다. 그래서 중학교 2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시간은 밤 11시가 다 돼야 한다.

 대다수 학교에서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면서 특기생은 제외시키고 있지만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은 성희는 학교에서 아직 특기생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중학교의 경우 특기생은 교기 종목의 선수로 활동하는 학생이 전부다.
 성희는 "피아노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밤에 집에 오고, 피곤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원하지 않는 학생은 방과후학교에서 빼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과후학교로 교육비만 증가

4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진경희(42·남구 신정동·가명)씨는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두고 있다. 공장에 다니면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진씨는 올들어 생활이 더 팍팍해졌다.
 빠듯한 살림이지만 자녀들을 뒤쳐지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아들과 딸 각각 한 곳의 학원을 보내고 있었던 진씨는 지난 3월 자녀 교육비로 30여만원을 더 써야만 했다. 아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신학기가 시작된 이후 방과후학교를 시행한다면서 3개월치 수강료를 한꺼번에 받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한다고 하고, 방과후학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시험이나 생활기록부에 불이익이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시키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학부모입장에서 아무리 어렵더라도 학교 정책에 반대할 수는 없죠."

 진씨가 자녀 교육비로 지출하는 금액은 아들 학원비 30만원, 딸 학원비 10만원, 아들 방과후학교 수업료 10만원 등 모두 50만원. 이는 진씨가 받는 월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고, 방과후학교로 인해 지난해보다 10만원 늘어났다.
 진씨는 "생활이 좀 힘들기는 하지만 아들의 방과후학교 만족도가 너무 낮아 학원을 중단할 수가 없다"며 "방과후학교도 학원처럼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건너 불구경하는 시교육청

각급 학교가 방과후학교를 강제 시행하고 있다는 민원이 끊이질 않치만 울산시교육청은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책마련은 고사하고 마치 '남의 일'처럼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방과후 학습을 강제로 참여시키면 교육청의 종합감사를 받고 각종 예산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울시교육청은 방과후학교의 강제시행 민원이 이어지자 최근 '방과후학교, 자율학습 운영 등의 학습참여 강제 유도사례 지도계획'을 발표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 침해를 근절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방과후학교 강좌에서 교과 진도를 나가거나 강좌내용을 평가에 반영하는 식으로 방과후학교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선행학습 위주의 방과후학교 강좌도 지도 대상이다.
 울산시교육청도 이같은 지도 방침은 있지만 실제로 일선 학교에 대한 감사를 벌인 적은 없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방과후학교 운영은 학교의 자율적인 방법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현재까지 강제시행과 관련해 감사를 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선 학교의 한 교사는 "방과후학교 강제 시행의 폐단은 학생과 학부모, 심지어 교사들에 이르기까지 교육현장에서 너무도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시교육청이 모르는 척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송근기자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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