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울산대공원 공원관리단 조현균 차장이 장미축제를 준비하면서 힘들고 보람찬 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창균기자 photo@

일년 365일 중 240일 가량
장미와 함께 살지만
아내에게 선물 한 번 한 적 없어

장미축제가 성공리에 마무리되는 날
고생한 아내에게
장미꽃 한 다발을 안겨줄 것

110만 송이 장미가 유혹한다.
주말까지 울산 남구 옥동 울산대공원 장미원에서 열리는 '제6회 울산대공원 장미축제'에는 화려하게 만개한 장미들이 진한 향기를 뿜어내며 시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장미광장, 예술 속의 장미원, 이벤트 마당(탄생의 정원, 비너스 가든, 자이라 가든)으로 구성된 장미원에는 총 3만4,379㎡(1만400여 평 규모)에 모나코 등 94종 1만7,704그루의 장미나무에 110만 송이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단일 화원으로 국내 최대 규모이다. 이곳에 연출된 '장미의 유혹'은 울산대공원 공원관리단 조현균(43) 차장의 땀이 이뤄낸 결실이다. 장미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장면을 시민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조 차장은 팀원들과 함께 지난 몇 달 동안 '자식 키우는 맘'으로 장미원에서 살았다. 숲속 산책로를 따라, LED 무빙라이트 조명 아래 형형색색의 장미꽃을 감상하다 보면 조 차장과 팀원들의 노력이 오롯이 보이는 듯하다.

지난 주말 동안 30만명 넘게 발길
서울·부산 등 외지인도 60%이상

"지난 주말동안 3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장미를 보러 왔어요. 부산과 경남, 멀리 서울에서도 많이들 왔다고 하더군요. 장미축제가 이제는 울산시민만이 아니라 전국이 즐기는 축제가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울산대공원 조경 관리를 맡고 있는 울산대공원 공원관리단 조현균(43)차장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정성을 다해 키워온 장미가 예쁘게 피어있는지, 시민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궁금해 하루 종일 장미원 일대를 돌아다닌다.

 "첫해와 두번째 장미축제는 울산시민들에게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봅니다. 장미는 아름다웠지만 너무 평면적인 구성으로 시민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조 차장은 넝쿨장미가 둘러싸고 있는 소형 터널인 '트렐리스'를 만들어 설치하고, 하트모양이나 풍차, 왕관모양 같은 장미 조형물을 축제장에 놓았다. 모두 13개의 조형물 앞은 관람객들에게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입체 조형물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조형물은 인기가 좋을뿐 아니라 시민들이 화단에 피어있는 장미밭에도 들어가지 않게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조금은 신선한 변신을 시도한 올해 장미축제에는 지난 주말 동안만 30만4,000명이 다녀갔다. 외지 사람들의 방문은 60%가 넘는다. 울산을 너머 전국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도 장미원에는 한국의 장미에서부터 미국, 독일의 장미까지 다양한 종류의 장미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94종 110만 송이가 넘는 장미들이 모두 이곳 울산대공원 조경팀원들이 정성스레 키워온 자식 같은 존재다.

94종 110만송이 다 자식같은 존재
축제 앞두고 영양제·비닐 총동원

 

 

   
▲ 울산대공원 공원관리단 조현균 차장이 장미공원의 장미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장미의 아름다운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조 차장과 팀원들은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가장 큰 어려움은 개화시기가 제각각인 수 십종의 장미를 동시에 활짝 피게 만드는 것.

 이를 위해 조 차장은 장미축제가 열리기 15일 전, 개화시기가 늦은 장미들에게 영양제와 개화 촉진제를 주기도 하고 온도를 높이기 위해 비닐을 씌우는 등 별 방법을 다 동원했다.

 

 

    개막날 동시에 핀 장미들의 수줍은 봉우리를 보고서야 팀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한 송이의 장미를 피우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말 가끔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장미가 있을 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러다 장미가 봉오리를 피웠을 때, 가장 긍지를 느낍니다"

 일년 365일 중 240일 가량 장미와 함께 사는 조 차장은 아내에게 장미 선물 한 번 하지 않았단다. 첫 눈에 반해 만난지 7일만에 프로포즈를 했는데 그 때 한 장미 7송이 선물이 다란다. 장미축제가 성공리에 마무리되는 날, 고생한 아내에게 장미꽃 한 다발을 선물해야겠다며 웃었다. 
 조 차장은 장미와 꽤나 어울리는 사람이다. 모든 식물이 다 그럴테지만, 장미는 특히 온갖 정성과 사랑을 쏟아야지만 빛나는 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부터 꾸준히 대공원의 장미를 관리해온 그는 '장미박사'라고 불러도 될 만큼 장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울산대공원 '장미 해설사' 꿈꿔
지식·노하우 시민과 공유하고파


 그는 식물이 너무 좋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진주산업대학교 조경학과에서 공부를 했다. 졸업 후 한주건설 조경 사업부에서 3년간 조경업무를 맡으며 현장에서 조경 일을 하기도 하고 사무직도 해봤다. 그러나 역시 그의 적성에 맞는 건 현장에서 직접 식물을 가꾸는 일이었다고.
 조 차장은 '조경'이란 나무와 꽃 뿐만 아니라 분수대, 벤치, 심지어 가로등까지 한마디로 바깥에 보이는 모든 시설물이라고 정리했다. 그래서 '조경은 종합예술이다'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
 조 차장은 장미원의 장미뿐만 아니라 대공원의 모든 시설을 직접 디자인하고 관리하고 있어 울산대공원의 종합예술가이기도 하다. 24만평이 넘는 조경시설들을 관리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닐텐데, 자연 그 자체를 사랑하는 그에게는 그저 흥미로운 일이다.


 그래서 가족 나들이를 갈 때도 산림휴양지나 수목원 등 자연 속의 장소로 간다. 울창한 나무가 숨 쉬는 숲 속을 걸으며 여유를 느끼고 아이들에겐 나무에 대해 설명해주고 자연을 보호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이것이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교육보다 더 생생하고 구체적인 교육이라고.
 조 차장의 꿈은 울산대공원의 '장미 해설사'가 되는 것이다.

 최근 한 시민이 이렇게 좋고 예쁜 장미를 구하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또 관리는 어떻게 하지 물어본 적이 있는데, 답변을 해주면서 또 한번 보람을 느꼈단다. 장미축제의 꾸준한 개최로 울산시민들이 장미에 대해 관심이 많아진 만큼, 장미에 대한 간단한 지식과 올바른 관리 정보, 그리고 조 차장이 지금까지 장미를 길러온 자신만의 노하우까지 함께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장미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장미원이 언제나 시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채워나가고 싶다고.

 "지금의 장미원은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이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시간이 지나면 시민들은 다시 싫증을 느낄겁니다. 그래서 항상 변화하는 장미원을 만들고 싶어요. 장미축제에 맞춰 장미원 주변의 나무들도 꽃을 피울 수 있게 계절에 맞는 나무도 심을 계획입니다. 볼 때마다 새로운 장미원의 모습을 기대하세요"    김은혜기자 ryusori3@ulsanpress.net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