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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여름 휴가철 마다 해안가나 수영장을 다녀온 후 '급성 외이도염'으로 이비인후과를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수영장이나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은 덥고 습한 여름철을 나는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하지만 물놀이나 휴가철 후에는 '휴가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휴가를 다녀온 후 뜨거운 태양으로 인한 피부화상, 물 속 세균으로 인한 눈병, 비위생적 환경으로 인한 식중독, 물갈이로 인한 설사(장염) 등의 휴가후유증을 앓기도 한다. 하지만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쉬운 휴가후유증이 있으니 바로 '급성외이도염'이다. 특히 여름에는 다른 계절보다 급성 외이도염으로 이비인후과를 찾는 환자가 늘어난다.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해 동강병원 이비인후과 박영실 전문의를 통해 급성외이도염의 증상과 원인, 예방과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증상과 원인

외이도는 귓구멍 입구에서 고막까지의 관을 말하는데, 외이도는 항상 습기가 있어 세균 번식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습기가 많을수록 외이도는 중성이나 약알칼리성을 띠어 세균번식을 용이하게 한다. 물론 정상적인 외이도 피부에 존재하는 지방층은 방수 기능을 하고 세균이 외이도의 피부로 통과하는 것을 막으며, 귀지는 산성을 띠어 세균번식을 억제하고 살균작용이 있는 효소를 포함해 외이도를 세균 감염으로 부터 보호한다. 하지만 잦은 수영이나 물놀이 등으로 인해 외이도 내에 습기가 오염이 있는 경우, 면봉이나 손가락 등으로 외이도를 파는 경우에 외이도 내 세균 번식에 대한 보호 기전이 파괴되면서 외이도염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보청기나 이어폰 등의 사용으로 인해 외이도에 손상을 입히는 경우에도 외이도염이 발생할 수 있어 이어폰 사용이 잦은 청소년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외이도염은 주로 수영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발생해 외국에서는 '수영자의 귀(Swimmer's ear)'라는 별명도 갖고 있을 정도다. 물놀이 후 2~3일 안에 갑자기 귀에 통증이 온다면 '급성외이도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외이도염 심사결정자료 분석 결과에도 외이도염 환자가 물놀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나타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외이도염 진료인원은 매년 8월 약 25만명이 발생했지만 8월을 제외한 연평균 진료인원이 약 14만명으로 여름철 물놀이가 많은 8월에 발생이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연도별 진료인원에서는 지난 2005년 121만명이었던 외이도염 환자가 지난해 140만명으로 연평균 3.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급성 외이도염의 증상은 염증 정도 및 진행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귀의 가려움증, 이충만감, 통증, 이루, 청력 감소 등을 보인다. 경도의 염증 초기에는 가려움증이나 이충만감을 호소하며, 염증이 진행하면서 점차 통증이 심해지고 난청을 호소할 수 있다.

 이루(귀에서 진물이 나는 증상)도 염증의 정도에 따라 맑은 경우부터 노랗게 화농성으로 비치는 경우도 있다.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에는 귓바퀴를 만지거나 외이도 입구를 누를 때도 아프고, 음식을 씹거나 입을 벌릴 때에도 통증을 느끼게 돼 식사에 불편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외이도의 붓기가 진행되면서 초기에는 이충만감으로 시작해서 붓기가 진행되어 외이도가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청력 감소를 호소하게 되는 것이다.

#예방과 치료

외국에는 '팔꿈치보다 굵은 것으로는 귀를 건드리지 말라'라는 속담도 있다. 이런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이도염의 예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귀에 직접 손을 대지 않는 것이다.
 물놀이 후, 머리를 감은 후, 샤워 후 귀가 축축하다거나 먹먹한 느낌이 들면 주로 면봉을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면봉은 좁은 귀 속에서 이물질을 더 깊이 밀어 넣을 수 있고 귓속의 얇은 피부에 자극을 줘 진무르거나 피가 날 수 있어 사용에 주의를 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평소에 외이도를 과도하게 후비거나, 면봉이나 귀이개로 파지 않도록 하는 등 외이도 피부에 과도한 자극을 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물놀이를 가기 전 미리 자신의 귀 상태를 체크하고, 물놀이 중 물이 귀에 들어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귀마개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때 귀마개 주변에 바세린을 바르면 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아준다. 만약 귀에 물이 들어갔다면 자연적으로 말려주는 것이 좋다. 물이 들어간 방향으로 고개를 기울인 채 따뜻한 곳에 누워있거나 헤어드라이어로 따뜻한 바람을 쐬어 말려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급성외이도염의 치료 원칙은 외이도를 자주 관찰하고 청결히 유지하며, 통증의 조절, 증상의 정도에 따라 소염진통제나 항생제 등의 적절한 약물치료, 외이도의 산도 유지(acidification)와 원인 인자의 제거 등이다.
 또한 외이도의 산도 유지와 건조 상태를 위해 겐티아나 바이올렛(gentian violet), 카스텔라니(castellani) 용액 등을 발라주고, 항생제와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이점액을 하루 3, 4회 수일간 증상이 완화될 때까지 사용한다.

 만성 외이도염의 경우에는 항생제와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귀 외용제를 사용해 외이도의 부종과 염증을 완화시키고, 외이도가 심하게 좁아진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통해 외이도를 넓혀 주기도 한다. 또한 악성 외이도염의 경우에는 입원해 일차적인 원인인 당뇨를 조절하고, 녹농균에 대해 가능한 한 감수성이 좋은 항생제를 고용량으로 충분한 기간 동안 사용하는 치료방법을 사용한다. 외이도에 병적인 변화가 나타난 부분의 괴사(죽은)조직을 자주 제거해야 하고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중이 수술을 시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수영이나 목욕 후 귀에 면봉이나 손가락 등으로 직접 손을 대지 않는 것이다. 보청기나 이어폰의 착용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외이도염이 심하지 않은 경우라면 이렇게만 해도 수일 내로 염증이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영실 전문의는 "급성외이도염은 바캉스 시즌이 아니더라도 이어폰 사용이 많은 청소년들에게서도 발견되고 있다"며 "이어폰 착용을 자제하고 귀에 직접 손을 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문의는 "하지만 통증이 심한 경우나 이루가 있을 때, 또는 청력감소가 있는 경우에는 꼭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받고 필요하면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이보람기자 usybr@

<외이도염 진단법>

1. 문진 및 신체 검사
대개 문진과 간단한 이경 검사를 통하여 진단이 가능하다. 선행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서 물어보고 이경을 통하여 외이도와 고막의 상태를 관찰해 진단할 수 있다.

2. 청각 검사
환자가 청력감소를 호소하는 경우에는 청각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대개 외이도염에서 청력의 저하는 외이도의 부종이나 분비물로 외이도가 막혀서 생기는 것으로 전음성 난청-소리의 전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생기는 난청이다. 만약 난청의 소견을 보이면 다른 질환을 의심하고 감별해야 한다.

3. 방사선 검사
외이도염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방사선 검사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악성 외이도염을 비롯해 염증이 외이도를 벗어난 것이 의심되거나 암과 같은 다른 병을 감별하여야 하면 추가적으로 방사선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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