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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삶의 흔적이다.
번잡한 도심의 길은 '빨리빨리'에 매몰된 현대인들의 삶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준다. 그 번잡한 길에 밀린 오솔길은 옛 사람들의 모습을 닮았다. 조급한 문화에 지친 사람들이 다시 이 오솔길을 찾고 있다. 옛 사람이 만들어 놓은 좁고, 고불고불한 길을 걸으면서 '느림'이 주는 여유를 배운다.
 
가마타고 다시 동축에 오르니
가느다란 산길에 구름 엉킨 봉우리
산이 가팔라 숨이 차는데
마중하는 바위가 숲처럼 둘러섰네
절이 고개위에 걸터 앉았으니
내 가슴은 넓게도 열리네.
대마무 숲 헤치고 스님이 나타나는데
그 성품 마치 산짐승 같고
섣달 추위가 매섭기는 해도
나에게는 한가롭기만 하구나.
                          - 이만부(1664~1732) 조선후기학자·시인
 
'울산의 길' 네 번째는 도심에서 동구로 넘어가는 길목인 남목 '동축사 가는 길'이다. 동구에 사는 사람들은 한번쯤 가 보았을 길이지만, 고개(남목고개) 하나를 넘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길일 것이다. 글·사진=강정원기자 mikang@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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