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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시장 진출 25년만에 점유율 10%돌파
현대차 품질경영에 경쟁사들 몰락도 도움
또다시 노사분규땐 세계시장 질주 급정지
대승적인 노사결단으로 현명한 미래 준비


자동차 업계에선 미국 시장점유율 10%를 '꿈의 기록'으로 부른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달 이 꿈의 기록을 돌파함으로써 글로벌 메이저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현대차의 경우 올해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상의 난항이 예상되면서 이 같은 질주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1986년 엑셀로 미국신화 개척 시작

지난 1986년 1,300~1,500cc급 엑셀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 첫 진출한 현대자동차. 첫해 16만8,882대를 팔아 수입차 최대 판매기록을 세우며 신화의 시작을 알렸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현재 현대·기아자동차는 '미국시장 점유율 10% 돌파'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미국진출 25년만에 10만7,426대를 판매, 시장점유율 10.1%를 기록한 것이다. 회사측은 지속적인 품질 경영이 이 같은 선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의 선전은 자구노력만으로는 불가능 했을 것이다.

 미국 자동차시장의 빅3으로 불리는 GM, 포드, 크라이슬러의 몰락, 도요타의 리콜 사태, 그리고 대지진에 따른 일본업체의 생산 차질 등에 따른 반사이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빅3이 부활을 예고하고 있고, 하반기 일본 업체들이 정상가동으로 반격이 예상되기 때문에 앞으로의 선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 도 있다. 특히 현대차의 시장점유율 상승은 경쟁사들의 더욱 심한 견제를 불러 올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국 빅 3의 몰락, 도요타의 추락 등에서 보듯 자만하면 현대차도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며 "글로벌 최고 자동차 업체로 거듭나기 위한 품질 경쟁력의 지속적인 개선과 생산성 향상,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 부단한 노력이 앞으로도 절실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빅3 부활 등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

 현대차가 진정한 글로벌 최고 자동차 업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화합과 상생의 노사관계 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현대차의 경쟁력에 있어 가장 큰 적은 도요타 등의 경쟁사가 아닌 내부에 있었다 할 수 있다"며 "강성노조와의 되풀이되어온 노사 갈등이 회사 성장에 가장 걸림돌이 됐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 노사의 현 집행부 이전(2008년까지) 관계를 보면 해마다 적게는 보름에서 많게는 한 달이 넘게 파업을 되풀이 해왔다. 노조의 잦은 파업에 손실을 견디지 못한 회사가 많은 것을 내어주면 노조는 '승리'라며 자축했다. 파업으로 매년 수천대 이상의 자동차를 만들지 못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회사 브랜드의 대외신인도가 추락해도 강성 노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는 노조가 회사와 함께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기보단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을 쫓는데서 비롯됐다 할 수 있다.
 지난 2009년부터 2년여동안 노사분규없이 성장 일로를 걸어온 현대차. 올해 임단협에서도 노사 분규 없이 이 같은 도약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회사가 최대 실적을 올렸다는 이유로 현 집행부도 다소 무리한 임금 및 복지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 복수노조 시행, 오는 9월 새집행부 선거 등 산적한 현안들도 노사관계의 악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노사관계도 대립보단 협력

노동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올해 3년 연속무분규를 달성할 경우 평화적·합리적 노사관계 정착의 가시권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은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서는 노사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업은 줄고 노사협력선언이 늘어가고 있는 국내 노사관계의 현 주소도 현대차가 참고해야 할 사항이다.
 지난해 노사분규 발생 건수는 89건으로 2009년 121건보다 35건이나 감소했으며, 근로손실일수도 51만1,000일로 18.5% 감소했다. 또한 노사 협력을 선언한 사업장도 4,012건으로 2009년 2,672건 보다 대폭 증가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도 이 같은 시대적 조류를 고려한 대승적 노사 결단으로 노사관계의 선진화에 앞장 서야 할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강한 노조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위해 투쟁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해 회사와 함께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하는 노조"라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r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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