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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아침, 울산지법 형사 2단독돇성금석 부장판사는 한 여고생으로부터 편지 한통을 받았다.
 편지를 읽어내려가는 동안 성 판사는 자신의 청소년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편지의 내용은 절절했다. 편지를 보낸 A양은 어머니의 이야기로 편지를 쓰게 된 경위를 풀어가고 있었다.
 A양은 자신의 어머니가 지금 영어의 몸이 되어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며 2년여 동안 어머니가 도망을 다닌 이야기를 진솔하게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판사에게 "제발 어머니를 자신의 품으로 돌려달라"는 간절한 호소로 편지를 마무리 했다.

 성 부장판사는 이 편지를 읽고 해당 재판 기록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폈다. 그리고 A양에게 답장을 쓰기로 결심했다.
 "A양에게. 이 편지를 쓰는 아저씨는 울산지방법원 형사 2단독 성금석 부장판사란다. 오늘 아침 일찍 전달된 네 편지를 읽고 10시에 진행할 네 어머니의 재판 기록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로 시작하는 성 판사의 답장은 A양의 어머니를 돌려보내 주지 못하는 담당판사의 인간적 고민이 드러난 편지였다.

 그는 "나도 자식들을 키우는 부모라 네 어머니를 용서해 주고 싶다"며 "하지만 지은 죄가 너무 크고 피해자도 많아 피해자들의 용서를 먼저 받아야만 용서해 줄 수 있다"고 적었다.
 그는 "너희가 학교에서 저지르는 사소한 잘못이라면 반성문이나 봉사활동으로 대신하겠지만 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받는 범죄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단다"며 "너와 네 동생이 처한 현실이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나는구나. 나도 어려운 유ㆍ소년 시절을 보내면서 자랐기 때문에 너의 처지가 남다르지 않구나"라고 안타까워했다.

 성 부장판사는 이어 "네 어머니를 너희 품속으로 돌려보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내 마음을 먼 훗날에는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부디 좌절하지 말고 어려움을 이겨내 건강하고 굳건하게 잘 자라라"고 A양을 다독였다.
 그리고 "실패란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 그대로 머무르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어. 긴긴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넘어질 수 있지, 하지만 넘어진 자리에 그대로 머물지 말고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거라"며 격려의 말도 전했다. 김락현 기자 r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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