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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빈발하고 있는 국지성 폭우로 인해 지역의 각종 공사장과 절개지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관리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6월말 태풍으로 인한 폭우로 무너져 내린 동구 염포산 터널공사장 아래 경사면(좌)과 남구 지역 대표적 절개지인 상개동 대산골프장 인근 절개지. 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울산내 관리대상 267곳 붕괴위험도 3곳
'전원주택 난개발' 울주군에 108곳 집중
 재해위험 평가 강화 관리범위 대폭확대



울산지역 지자체가 급경사지 등 붕괴위험지역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무분별한 난개발이 이뤄진 이후 관리대상으로 지정된 급경사지만 260곳이 넘다보니, 대규모 참사를 빚은 서울 우면산 산사태가 더이상 남일 같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관리에 앞서 무차별적인 산지개발을 막고, 절개지에 대한 재해위험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남구청, 전문가 의뢰 긴급점검
울산시 남구청은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관내 급경사지 및 옹벽 등 재해 위험지역 약 73개소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최근 서울 등 중부지방에 내린 예상치 못한 집중호우로 인한 우면산 산사태로 많은 인명 및 재산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관내 위험지역의 재해발생을 사전예방하기 위해서다.
 남구청은 사고 위험의 경중을 따지거나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대대적인 점검을 벌이기로 했으며, 전문성 확보를 위해 이례적으로 소방방재청 급경사자문단 소속 전문가 3명을 초빙해 집중 진단할 계획이다.
 점검 결과 붕괴위험지역으로 판단될 경우 긴급 보수·보강을 실시할 계획이며, 사전예찰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민간공사 진행·방치땐 '관리 사각'
울산 지역에서는 재해예방 관련법에 따라 시의 관리 대상에 올라있는 급경사지만 모두 267곳에 달한다. 경사도가 34도 이상이며, 높이는 인공의 경우 5m, 자연의 경우 50m가 넘는 경우다.
 구·군 별로는 근래들어 전원주택 난개발이 집중된 울주군에 108곳이 쏠려 있으며 북구 61곳, 남구 54곳, 동구 27곳, 중구 17곳 등 순이다.
 등급(A∼E)별로는 가장 위험도가 낮은 A등급 56곳을 비롯해, B등급 156곳, C등급 52곳이며 붕괴위험을 안고 있는 D등급도 3곳이나 된다.
 시는 D등급에 한해서만 안전 조치 및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경사각이 70도에 이르는 남산로는 5억8,000여만원을 들여 낙석방지책을 설치했고, 지난해 옹벽붕괴사고를 빚었던 매곡산업단지는 6억여원을 들여 복구공사를 실시했다. 또 동구 방어동 산316번지는 정비사업을 위한 추경예산 3억5,000만원을 확보했으며 9월 착공에 들어간다.
 나머지 등급 지역은 사고위험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으며, 관리를 맡은 일선 구군도 예산과 인력 등 문제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조치가 어려운 현실이다.
 게다가 민간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중단돼 방치된 경우에는 관청의 관리 리스트에도 오르지 않는다. 현장이 준공돼야 등급이 매겨지고 위험도에 따라 재해관리 지역으로 편입되기 때문인데, 이 과정에서 중대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2008년 집중 호우 시 울주군 굴화리 문수산 절개지 일원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인근 유휴부지에 야적된 토사가 비에 흘러내리는 바람에 남구 무거동 등 저지대 주민들이 침수피해를 입기도 했다. 울주군 청량면 쌍용하나빌리지 역시 시공 잘못으로 산사태 우려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무분별한 산지개발 막아야
급경사지 주택 개발로 인한 산사태 피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사고예방을 위해 무분별한 산지 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허가 규정을 강화해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울산의 경우 지난 2006년 도시계획조례 개정에 따라 개발행위가 제한되는 경사도가 30도 이상에서 32.5도 이상으로 완화됐고, 기준치를 넘어도 도시계획 심의만 통과하면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무차별적인 개발이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특히 붕괴위험 중점관리대상이 아니었던 우면산이 예상치 못한 대규모 참사를 유발한 만큼, 재해위험 평가를 강화해 관리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울산대 민덕기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같은 산이라고 해도 위치에 따라 흙이나 암 등 구성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관점에서 경사지의 위험 여부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다"며 "건축 행위 전 산지의 특성을 중심으로 한 종합적이고 면밀한 검토가 진행돼야하고, 현재 등급에 구애받지 않는 전반적인 관리가 뒤따라야한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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