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만상의 '초계탕'


아무리 '이열치열'이라지만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에 뜨거운 음식을 먹는 것은 고역입니다. 그럴 때 생각나는 것이 얼음이 둥둥 뜬 여름철 대표 음식 '냉면'이죠. 시원한 냉면 한 그릇 뚝딱 하고나면 어느새 더위는 싹 가신듯 합니다. 사실 이제 냉면이 워낙 보편화돼 있어서 냉면집 찾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중에 '특별한 맛집'을 찾는 것은 힘든 일이지요. 냉면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가 다르냐구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울산의 '냉면' 여기 모두 모여라!   

 

흔히들 냉면을 여름철 음식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북쪽 사람들이 겨울에 먹던 음식입니다. 평안도와 함경도를 막론하고 북쪽 사람들은 추운 겨울 따뜻한 온돌 위에서 속까지 시원한 냉면을 먹는 게 가장 냉면을 맛있게 먹는 법이라고 말합니다. 한 함경도 실향민은 "날씨는 춥고, 엉덩이는 (온돌 때문에) 뜨겁고, 음식은 차가운데 입은 매워서 더운, 그런 맛이 함흥냉면의 참 맛"이라고 했습니다.
 냉면은 잘 알려진 것 처럼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으로 나뉩니다. 평양냉면은 메밀가루에 녹말을 약간 섞어 반죽한 국수에 쇠고기 ·닭고기 ·꿩고기로 만든 육수나 동치미국물을 부은 후, 식초와 겨자를 곁들여 먹는 것을 말합니다.
 함흥냉면은 함경도지방에서 발달한 것으로 감자녹말로 면을 만들며 면이 질기고 오들오들합니다. 싱싱한 가자미나 홍어같은 생선으로 회를 쳐 고추장으로 양념해 비벼 먹지요.
 추운 겨울철 별미였던 냉면은 6 ·25전쟁 후 남쪽에도 널리 퍼졌고, 지금은 여름철에 많이 찾는 음식이 됐습니다.


▲ 원산면옥
#원산면옥 - 23년 전통 자랑하는 냉면
먼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냉면을 먼저 소개할까합니다. 23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원산면옥'은 중구 성남동 보세골목 안에 있습니다.
 중구 성남동에서 '원산면옥'을 모른다고 하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특히 맛있는 것이 비빔냉면(6,500원)인데 '옛 맛 그대로!'라는 이 가게의 캐치프레이즈처럼 투박하고 소박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건물 내부는 최근에 공사를 다시 했지만 냉면이 담겨나오는 그릇이나 육수를 담아주는 주전자는 가게와 같은 역사를 자랑합니다.
 예전과 같은 맛을 유지하는 비법은 레시피대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맛에 변화를 주지 않기 위해 저울을 사용한다고 하네요. 3대에 걸쳐 오는 단골손님도 있고 저 멀리 서울에서 물어물어 찾아오기도 합니다. 옛날에 먹던 냉면이 먹고 싶다면 원산면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052-243-7109


▲ 이북냉면
#이북냉면 - 메밀이 식상해? 고구마 100%
질긴 메밀면이 식상하다면 고구마전분으로 만든 면을 추천합니다. 거기다 기계 반죽이 아니라 매일 아침 '손반죽'을 한다고 하니 왠지 믿음이 확 갑니다. 어디냐구요? 바로 범서 굴화리 주공아파트에 있는 '이북냉면'입니다.
 이 곳에서는 딱 두 가지 메뉴만 판매합니다. 평양식인 물냉면(6,500원)과 함흥식인 비빔냉면(7,000원). 만두는 판매하지 않습니다. 냉면파는 집에서는 면만 잘 만들면 된다는 주인 아저씨의 철학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더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곱빼기' 입니다. 하지만 곱빼기는 그닥 필요가 없어보입니다. 이북냉면의 한 그릇은 다른 냉면집 두 그릇보다도 푸짐하기 때문입니다.
 전쟁 후 피난길에 오른 함경도 할머니가 부산에서 운영한 내호냉면의 비법을 그대로 전수받아 맛도 일품입니다. 고구마전분으로만 만든 면은 메밀로 만든 면과 달리 질기지도 않으면서 쫄깃한 맛은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아! 배달이나 포장도 안됩니다. 즉석에서 바로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요.  ☎052-221-2282


▲ 물참면옥
#물참면옥 - 물·비빔 고민할 필요 없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이 자장면과 짬뽕 중 하나를 택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에 버금가게 어려운 일이 있으니 물냉면과 비빔냉면의 양자택일이지요. 이러한 고민을 단 번에 날려줄 고마운 녀석이 있습니다. 중구 성안동 '물참면옥'에서 판매하는 '물참면'(7,000원)입니다. 물참면이란 상표는 특허까지 등록돼있어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습니다. 무슨 뜻이냐구요? 저도 궁금해 물어봤습니다. '물냉면 참말로 맛있다'란 뜻이랍니다. 물참면은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합쳐진 것과 같은 모양새를 갖고 있습니다. 그릇 가득 채운 찰랑찰랑 얼음 둥둥 뜬 육수에 빨간 양념이 면 위에 뿌려져 나옵니다. 하지만 맛은 단순히 물냉면과 비빔냉면의 조합이 아닙니다. 물냉면의 시원한 맛에 비빔냉면의 알싸하고 매콤 달콤한 맛은 기본이고, 고소한 맛에 감칠맛도 어우러집니다. 맛있긴 한데 말로 표현하기가 힘듭니다. 방법은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직접 먹어보는 것이지요.
 물참면옥의 한 가지 특징이 더 있습니다. 외관부터 안까지 푸른 잎들이 넘실대 마치 숲 속에 앉아 냉면을 먹는 듯한 즐거움도 선사합니다.  ☎052-243-3390


▲ 만상
#만상 - 색다른 별미 '초계탕'
조금 더, 조금 더 색다른 것을 먹고 싶다구요? 그럼 남구 신정동에 있는 '만상'의 '초계탕'(6,000원)을 추천합니다.
 초계탕은 궁에서 먹던 차가운 보양식입니다. 닭육수를 차게 식혀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다음 살코기를 잘게 찢어 넣어 먹는 음식이지요.
 옛날에는 버섯, 해삼, 전복까지 들어간 호사스러운 음식이었다고 하네요. 조선시대 궁중연회를 기술한 <진연의궤>나 <진찬의궤>에서나 그 이름을 볼 수 있다고 하니 귀한 음식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민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 무렵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초계탕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육수에서 느껴지는 '고소한 맛'일 겁니다. 땅콩이나 참깨가 차가운 육수와 어우러져 느껴지는 고소함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차가운 육수와  면 위에 소복히 얹은 닭 살코기까지 뚝딱하고 나면 어느새 더위는 저만큼 물러납니다.
 숯불에 초벌구이한 고추장불고기(6,000원)와 같이 먹으면 더 일품입니다. 매콤달콤한 고추장불고기로 얼얼해진 입 안을 고소하고 시원한 초계탕으로 달래고 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052-246-4611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