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조간부 밤샘농성·조합원상대 선전전 돌입
타임오프외 임·단협안은 사상최대 수준 될듯
현집행부 선거앞두고 파업 실행 사실상 부담
2년 무파업도 조정기간중 타결…올해도 기대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3년 연속 무파업을 기대하고 있는 시민들의 기대를 외면하며 10일 오전 서울에 있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다. 하루 전인 9일 노조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행위를 결의했으며, 10일간의 조정기간 후에는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노사 양측이 극적인 합의점을 찾아 지난 2년간의 모습처럼 막판 타결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 어제 중노위에 쟁의 조정신청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이 제대로 되지 않아 1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다.
 노동쟁의 조정신청은 노사가 지난 6월부터 임단협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정부가 나서서 조정과 중재를 해달라는 취지다.
 중노위는 10일간의 조정기간에 노사 모두 만족하는 조정안을 내놔야 하지만 지금까지 현대차 노사가 중노위의 안을 받아 협상을 타결한 사례는 없다.

 노조는 조정기간이 끝난 뒤 22일 전체 조합원 4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파업할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노조는 투쟁을 준비하지만 회사측이 더 나은 임단협안을 내놓겠다면 언제든지 교섭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화의 창구를 완전히 닫아놓은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이와함께 11일부터 노조간부를 중심으로 밤샘농성에 들어간다. 노조는 10일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회사 측에 성실교섭을 촉구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경훈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집행부 간부 70여 명이 먼저 밤샘농성에 돌입했다.

 이들 집행부 간부는 앞으로 매일 출근시간에 각 공장 정문에서 조합원들을 상대로 노조의 입장과 현재까지의 노사협상 과정, 전망 등을 담은 유인물을 나눠주는 홍보전을 펴기로 했다.
 500여 명에 달하는 전국의 대의원도 각 공장에서 똑같이 홍보전을 벌이고 16일부터는 밤샘농성에 합류하기로 했다.
 노조는 또 16일부터 임ㆍ단협이 끝날 때까지 회사가 주관하는 모든 교육을 거부, 조합원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시민들 3년 연속 무파업 기대

현대차 노조가 파업 수순에 돌입하자 끝내 파업을 실행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이미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파업없이 임ㆍ단협을 타결했다. 이는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매년 분규로 점철됐던 현대차 노사협상 역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이로 인한 회사의 선물은 두툼했고, 조합원은 지난 2년간 만족했다. 무엇보다 조합원들은 무파업을 통해 주변의 지인들에게 더이상 욕을 먹지 않아도 됐다.

 특히 올해는 3년 연속 무파업 임단협 타결이라는 새 기록을 세울 수도 있다. 이는 현대차가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통해 모범 사업장으로 정착했다는 긍정적인 국민기업의 이미지를 대내외에 심어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때문에 노사, 특히 사측은 노조의 파업만은 막기 위해 막판까지 적극적인 교섭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조 또한 사측의 보상이 확실하면 민감한 문제의 일정부분을 포기할 준비도 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현재 쟁점인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시행안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회사는 법대로 노조전임자를 26명으로 줄이자는 입장이고 노조는 현재 전임자를 유지하자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타임오프라는 실타래를 풀어가는 묘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미 같은 그룹 계열사인 기아자동차 노사를 비롯해 대부분 기업이 개정 노조법의 테두리에서 타임오프를 시행하는데 합의했다. 현대차 노사도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면 타임오프 시행안을 위해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이다.

#임단협 표준안 사실상 마련

타임오프 외에 나머지 임ㆍ단협안도 사실상의 표준안이 이미 마련돼있다.
 임금 9만원 인상, 성과ㆍ격려금 300%+700만원 지급, 자사주 80주 지급과 같이 역대 최대라는 기아차 노사의 올해 1차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그것이다. 이 표준안을 보면 현대차의 올해 임금안 수준도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런 안이 나오는데도 파업한다면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없다.
 노조는 또 2년 연속 무쟁의 임ㆍ단협 타결을 통해 예년 보다 많은 실리를 챙겼던 조합원들이 무조건적인 파업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9월 새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파업이 현 노조 집행부에 되레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현대차 노조는 2009년과 2010년 2차례의 무파업 임ㆍ단협 과정에서 비록 조정신청을 했지만 파업 찬반투표까지는 가지 않았다.
 10일간의 조정신청 기간 집중교섭을 펼쳐 모두 막판 타결을 이뤄냈다.
 현대차 노사가 올해도 밀고 당기는 효율적인 양보교섭을 펼쳐 3년 연속 파업없이 임ㆍ단협을 극적으로 타결하는 새 기록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박송근기자 song@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