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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데 발버둥 치다보면 가족과 소원해지기 십상
남구정신보건센터 상담자 30%가 남성…20%는 우울증
기분 달래려 술 가까이 하다보면 치매 등 2차질환까지
건전한 취미생활·마음 열고 가족간 대화 등 시도해야

50대 남성 A씨. 직장을 잃고 노동일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다.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으면서 수입이 불안정해졌고, 가장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에 대한 부담감으로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아내, 자녀들과의 대화가 줄면서 함께 고민을 나눌 상대가 없어 증상은 더욱 심각해 지고 있다.
 
#자존심 때문에 인정안해

A씨처럼 직장을 잃거나 이혼을 하는 등 일상의 변화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경제적 압박, 혹은 성과를 중시하는 업무 탓에 이 시대의 남성들이 '우울증'에 빠져들고 있다.
 흔히 남성 보다는 여성들이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졌지만 남성들의 경우 남자라는 자존심 때문에 우울증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경향이 많아 숨은 환자들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무시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의 전언이다.

 올 상반기 울산남구정신보건센터에서 실시한 정신상담 200건 중 30%, 60건 가량이 남성이라고 한다. 이가운데 20% 가량이 우울증에 관한 상담이라고.
 특히 중년남성들의 경우 업무에 관한 스트레스로 인한 고민이 대부분이며 퇴직 후에는 경제생활에 대한 불안함, 가족 구성원과의 소원한 관계에서 오는 외로움 등으로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울산남구정신보건센터 김건한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남성들은 우울증을 나약함의 실체로 생각하기 때문에 좌절감, 상실감, 허탈감을 느끼더라도 그 자체를 다른 탓으로 돌려 술을 마시는 등 우울증 뿐 아니라 알코올 중독 등 다른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울산의 경우, 산업도시라는 특성으로 활발한 사회활동 중단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 등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가정내 소외 특히 심각

가정 구성원으로서 그 소외감은 특히 심각한 수준이다. '아빠 노릇'이라 생각했던 돈벌이에만 급급하다 보니 어느새 가족들과의 사이가 멀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은퇴 후 가계부양자로서의 역할이 끝나는 순간 소외감을 심각하게 느끼게 된다.

 동강병원 김승률 신경과 전문의는 "베이비붐 세대의 아버지들은 대부분 가족의 중심에서 자녀들에게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에게 훈계를 늘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을 성인으로 인정해 주고 같이 이야기하려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전문의는 이어 "가족들과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배려와 인내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어색하더라도 마음을 자꾸 표현하고 지속적으로 다가설 것"을 주문했다.

#삶의 활력을 찾기 위한 노력해야

남성들의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울한 감정을 표현하고 전문적인 도움을 청하는 용기가 가장 중요하다.
 김건한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실제로 남성들이 센터를 방문하거나 전화로 직접 상담을 신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ㅇ찾아가는 상담을 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현황을 전하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신과 질환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울증에 따른 알코올 중독 등 2차적인 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전한 취미생활을 갖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김건한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가족들과 대화를 통해 치료에 대해 적극적인 동기를 부여하는 한편 술을 먹거나 잠을 자는 비생산적인 일 보다는 건전한 취미활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새롭게 찾아보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김 전문의는 우울증에 따른 스트레스로 불면증, 치매, 뇌졸중 등이 발병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공원을 산책하는 등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손유미기자 ymson@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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