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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장게장


하늘은 높고 말은 살이 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가을'하면 떠오르는 먹을거리엔 무엇이 있을까요? 처음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가 떠오를 것이고,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대하, 향긋한 자연송이버섯, 주홍빛 물든 감도 입맛을 다시게 합니다. 뜨끈뜨끈한 밥과 함께 쓱싹쓱싹 비벼먹는 간장꽃게장도 생각날테고 날이 선선해지니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꽃게탕도 어느새 떠올라 군침을 삼키게 하네요. 가을철 먹을거리 중 '꽃게'를 먹자고 정하고 나니 걱정이 하나 생깁니다. 울산에서는 꽃게탕을 전문적으로 하는 음식점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이번 주는 달콤하고 뽀얀 부드러운 속살이 맛난 '꽃게'를 맛보러 가볼까요?


#가을에 느끼는 맛, '꽃게'
봄에는 암꽃게가 맛있지만 가을에는 수꽃게가 제맛입니다. 봄에는 암꽃게가 살이 통통하고 알이 꽉차 별미지만 가을이면 산란을 해서 살이 무르기 때문이지요. 반면 수꽃게는 겨우내 깊은 바다에 있다가 얕은 바다로 이동하는 동안 살이 더 탄탄해집니다.


 암수 구별은 배 모양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둥근 것이 암게, 좁은 것이 수게입니다.
 꽃게는 게살이 익으면서 내는 달콤한 맛과 내장의 쌉사레한 맛이 일품입니다. 때문에 꽃게는 찜, 탕, 게장 등으로 조리해 먹습니다. 집된장에 끓여낸 꽃게의 살을 발라먹는 재미에 취해 있노라면 어느새 손은 된장국물과 꽃게물로 뒤덮이지만 그래도 즐겁습니다.
 
#'밥도둑' 간장게장
게장은 신선한 게를 날로 간장 또는 고춧가루에 절인 음식으로, 6월에 알이 찬 암게로 담근 것을 최고로 칩니다. 원래 게장이라는 음식의 기원자체가 간장으로 절인 것을 뜻하지만, 고춧가루를 이용한 양념게장과의 구분을 위해 오늘날에는 '간장게장'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양념게장은 한국전쟁이 끝난 후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게장은 전라도가 유명하지만 그 외의 경기도, 경상도, 제주도 등에서도 각각 독특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담근 후 1년 이상 보관해 먹는 경상북도의 '참게장', 담그자마자 바로 먹는 전라남도의 '벌떡게장' 등 만드는 방법도 각양각색입니다.


 게장은 언제부터 먹었을까요? 게장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은 규합총서(閨閤叢書) 등 조선시대 다양한 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17세기 말 쓰여진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는 술지게미로 절인 게장이 나오는 등 다양한 게장 담그는 법이 다양한 문헌에서 기록돼 있습니다. 밥도둑 '게장'은 기록으로 보아 최소한 1600년대 이전부터 먹기 시작한 것으로 미뤄볼 수 있습니다.
 

#울산의 꽃게전문점, '울산 게요리연구소'
울산에 많고 많은 식당 중에 '꽃게'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을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 입니다. 선선한 가을바람에 꽃게가 먹고 싶어져도 파는 곳을 찾지 못하면 소용없는 일이죠. 남구 삼산동 '울산 게요리연구소'(☎052-266-9942)를 찾으면 이런 고민은 해결됩니다.


 게요리 연구소라는 이름 때문에 게요리에 대해 연구하는 곳인가 하고 오해할만 하지만 그 이름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사실 이 이름은 사장님의 지인인 개그맨 전유성씨가 12년 전 지은 거라고 하네요. 작명가 이름을 들으니 일순 모든 게 이해가는 듯도 합니다. 먹는 것이 사람의 건강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듯 좋은 재료로 몸에 좋은 음식을 대접하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이 집에서는 간장게장과 꽃게탕이 맛있습니다. 울산게요리연구소의 간장게장은 봄철 암꽃게, 또 연평도에서 난 것만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 같은 꽃게가 아닌지 궁금해져 슬쩍 물어보니 연평도나 백령도 쪽 꽃게가 알도 차고 비린 맛도 적기 때문이라네요.


 이틀에 한 번씩 사장님이 직원들도 모르게 직접 담궈 3~4일간 숙성시킨다고 하니 '며느리도 모르는 비법' 냄새가 솔솔 납니다.


▲ 꽃게탕
 맛이 궁금해집니다. 꽃게의 껍질 속 간장의 색을 머금은 살과 짭쪼롬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합니다. 살은 싱싱한 모습 그대로 탱글탱글 하고 간은 간대로 베였습니다. 체면 불구하고 쪽쪽 빨아먹는 맛기 기가 막힙니다. 등껍질에 밥을 넣고 쓱싹 비벼 먹으니 어느새 밥 한 공기 뚝딱입니다.


 양조간장에 조미료나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 양념재료로 만드는 등 '진심'을 담았다는 사장님의 말이 맛으로 느껴집니다. 신선한 꽃게를 공수해와 일일이 수작업으로 손질, 저온 숙성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정성을 담뿍 담아 집에서 먹던 맛을 내기 위해 공들였다고 합니다. 간장게장 1인분 2만원.


 얼큰하고 시원하면서 담백한 '꽃게탕'도 추천메뉴 입니다. 구수한 된장과 각종 양념이 어우러져 얼큰하면서 시원하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냅니다. 고소한 맛의 정체는 뭐냐구요? 음식의 영양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마지막에 넣는 들깨가루 때문입니다. 들깨가루는 꽃게의 담백하고 달콤하긴 하지만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을 채워줍니다. 꽃게탕 속에 들어가는 각종 부재료도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양도 푸짐합니다. 뜨거운 김과 함께 오동통한 하얀 살을 내보이는 꽃게를 보니 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부드러운 꽃게살에 입이 즐겁고 갑자기 차가워진 공기에 놀란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국물 한 숟가락에 뱃속도 즐겁습니다. 꽃게탕 대 5만5,000원, 중 4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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