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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해가 짧아지면서 세로토닌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을 느끼게 돼 평소 밝았던 사람들도 우울해 보이곤 한다. 우울증, 즉 '우울장애'는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해 다양한 인지 및 정신·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이다. 우울증은 일시적인 우울감과는 다르며, 개인적인 약함의 표현이거나 의지로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전에는 우울증이 의지가 약해서 걸리는 병, 본인만 노력하면 이겨낼 수 있는 병으로 여겨졌지만, 화려해 보이는 유명인사의 자살, 그들의 힘들었던 과거사 속에서 우울증상이 부각되면서 일반인들도 우울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울증의 원인과 증상, 치료에 대해 마더스병원 정신과 이정현 과장에게 들어봤다.

 

 

# 유전·환경·생물학적 복합작용
우울장애는 감정, 생각, 신체 상태, 그리고 행동 등에 변화를 일으키는 심각한 질환이다. 이것은 한 개인의 전반적인 삶에 영향을 준다. 우울장애는 평생 유병률이 15%, 특히 여자에서는 25% 정도에 이른다. 일차 의료 환자의 10%, 내과 입원 환자에서 15% 정도로 추정된다.
 우울증에 대한 분명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다른 정신 질환과 같이 다양한 생화학적, 유전적 그리고 환경적 요인이 우울증을 야기할 수 있다. 최신의 뇌 영상 기기를 이용한 연구에서 우울증 환자의 뇌에 변화가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직 불분명한 면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원인을 가려내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신경전달 물질이라 불리는 뇌 안의 물질이 감정 등의 뇌 기능과 연결이 되어 있고, 우울증 발생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호르몬 불균형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유전적으로도 한 명의 부모가 기분장애를 가질 경우 한 아이는 기분 장애의 10-25%의 위험성을 가지고 부모 모두가 기분 장애를 가질 경우 위험도가 대략 2배(20-50%) 정도 증가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도 우울증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환경적 요인은 삶에 있어서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들인데,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 경제적 문제, 그리고 강한 스트레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최근 스트레스 상황은 이런 우울증 발생의 가장 강력한 예측 인자로 꼽힌다.
 

낮은 일조량으로 신체 호르몬 불균형
평생 유병률 남성보다 여성이 10%↑
만성피로·집중력 저하·긴장 등 증상
갑상선·뇌졸중 등 다른 질병 의심도


# 삶에 흥미·관심 못느껴
우울 장애의 증상은 우울감과 삶에 대한 흥미 및 관심 상실이다. 우울증의 가장 심각한 증상은 자살사고로, 우울증 환자의 2/3에서 자살을 생각하고 10~15%에서 실제로 자살을 시행한다. 자살시도나 자살사고로 입원하였던 환자는 자살에 성공할 확률이 입원하지 않았던 사람에 비해서 높다.
 일부 우울증 환자는 자신이 우울증인 것을 알지 못하고 일상생활에서 상당히 위축돼 자신의 기분문제에 대해 호소하지 않는다. 우울증 환자는 과업을 끝까지 마치는 데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학업 및 직장에서 정상적인 업무에 장애를 느끼며 새로운 과업을 실행할 동기를 갖지 못하고 있다.

 또 우울증 환자의 4/5 정도가 수면 장애를 호소한다. 특히 아침까지 충분히 잠을 못 이루고 일찍 깨거나 밤 사이 자주 깨는 증상을 보인다. 많은 환자가 식욕감소와 체중저하를 보이는 반면, 일부 환자는 식욕이 증가하고 수면이 길어지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불안 증상도 환자들의 90% 정도에서 보이는 흔한 증상이며, 성욕 저하 등의 성적 문제를 보이기도 한다.

 절반 정도의 환자가 하루 동안 증상의 정도 변화를 보이는데 일반적으로 아침에 증상이 심했다가 오후에 좋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일부 우울증 환자는 신체증상을 주로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내과 진료를 받아도 명확한 원인은 나오지 않은 경우가 많아 우울증 진단과 치료가 늦어져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신체증상이 지속될 때는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아동의 경우 학교 거부증, 과도하게 부모에게 매달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청소년의 경우 학습 부진, 물질 남용, 반사회적 행동, 무분별한 성적 행위, 무단결석, 가출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노인 환자의 경우 일반 인구에서 보다 우울증이 더 흔하며, 젊은 환자에 비해 우울감보다 신체증상을 주로 호소한다.

 정신상태 검사로 우울증이 의심되면 우선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질환에 대한 감별 진단이 우선시 되야 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의 내분비 질환과 같은 내과질환에 대한 감별이 필요하고, 뇌졸중과 같은 신경과적 문제에서도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
 다양한 질환이 우울증과 연관성이 있으므로 환자 증상에 따른 정밀검사가 필수적이다. 또한 우울 증상은 다른 정신과 질환의 증상 중 하나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불안장애, 양극성장애 등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 증세호전되도 6개월이상 약물 치료 권장
약물 치료와 더불어 정신치료적 접근을 함께 하는 것이 우울증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다. 이 외에도 전기경련 요법과 광선 치료 등이 활용되고 있고, 최근에는 경두개 자기 자극(rTMS) 치료가 효과가 있다고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다.

 약물 치료에 있어서는 항우울제 개발에 뚜렷한 진전이 있어 과거에 주로 사용하던 약물에 비해 부작용은 적고 충분한 효과를 보이는 약물들이 개발됐다. 약물들은 지속적인 개선과 진보가 이루어지고 있다.
 항우울제는 일반적으로 효능이 수일에서 수주에 걸쳐 나타나므로 최소 4~6주 정도는 복용을 해야 약물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약물 용량을 늘리거나 약물 교체 등으로 인해 호전 시까지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이정현 과장은 정신과 전문의와의 치료적 신뢰관계하에서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울증 증상이 좋아진 후에는 약물유지 요법이 재발방지를 위해 중요하며, 최소 6개월 이상의 유지요법이 권장되고 있다. 이보람기자 usy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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