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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26 재·보궐선거, 무소속 박원순 후보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치열한 공방을 벌인 끝에 약 7%의 득표율 차이(박-53.4% : 나-46.2%)로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됐다. 이번 보궐선거의 특징은 정보기술의 힘을 통해 정치를 인식하는 대중의 힘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정치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기존의 통념이었다면, 스마트폰 등의 신기술을 통해 목소리를 내려 하는 젊은 세대는 이러한 통념에 대한 반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담항설에 좌지우지된 이번 보궐선거는 대중 참여의 어두운 일면을 보여준다. 보궐선거 운동 기간에 상대방의 도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네거티브 전략이 성행했다. 왜 그들은 포지티브 전략이 아닌 네거티브 전략을 택했을까? 이번 보궐선거동안, 네거티브 전략을 여과해서 수용하지 않아 표심이 흔들린 수많은 대중에게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운동 기간은 매우 짧았다. 기껏해야 2주 남짓한 선거운동 기간에 양측 모두 공약을 홍보할 여유는 없었을 터. 또한 매니페스토(manifesto)란 눈뜨고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나라에서, 공약은 선거운동의 커다란 반환점이 되지 못한다. 포지티브 전략은 단지 정치인이 정치 활동이란 블록으로 여태껏 쌓아올린 업적을 평가받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정치 활동이 전무한 박원순 측, 정치 비리 의혹이 만연한 나경원 측 모두 포지티브 전략을 택하기엔 위험이 없지 않았기에, 짧은 기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네거티브 전략을 채택했다.

 많은 유권자들이 선거 후보의 자질을 평가하기보다는 정당의 특성을 고려해서 투표를 한다. 이번 선거 역시 보수적인 정당 이미지에 반감을 느끼고, 권력의 분산과 소득의 재분배를 희망하는 2·30대가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표를 던졌다. 정당이라는 배경은 정치인의 공약을 억눌러, 그 실현을 어렵게 한다. 이렇듯 포지티브 전략이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네거티브 전략은 대중의 불신을 교묘히 이용하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네거티브 전략을 이행한 주체는 어떤 책임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 오직 전략의 목표물만이 가담항설에 대한 증명을 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을 갖게 된다. 하지만 목표물이 증명을 마치는 것으로 그 파장은 끝나지 않은 채, 대중의 인식에 오래도록 기억된다. 이러한 점에서 네거티브 전략은 이전 삼양라면의 우지 사건과 같은 맥락으로 파악될 수 있다. 삼양라면이 근거 없는 우지 사건을 겪은 지 5년이 지나 법원의 우지 무해 판결이 난 후에도, 삼양 라면의 이전 시장 점유율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은 바로 네거티브 전략이 노리는 결과와 같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2·30대가 크게 늘어났지만, 네거티브 전략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나경원 측의 선제공격은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한 채 실패했지만, 박원순 측의 '1억 피부클리닉' 공격은 보궐선거의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가.

 근거 없는 네거티브 전략이 판치고 있는 정치 풍조 속에서 올바른 정치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미숙한 대중의 심리를 발전시켜야 한다. 여태껏 많은 사람들은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보궐선거를 통해 이러한 걱정은 기우일 뿐이란 게 반증되었다. 하지만 수많은 젊은이들의 참여는 도리어 수많은 가담항설 속에서 옳다고 생각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선별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젊은이들이 근거 없는 소문에 휘둘리지 않고 후보자의 공약에 따라 올바른 정치 의지를 표할 수 있다면, 우리 정치에서도 네거티브 전략은 사라지고, 정당이 아니라 후보자의 공약을 중요시하는 포지티브 전략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청운고 시사칼럼동아리 '필담' 투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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