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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자체 수행하던 내사(內査)까지 검찰의 통제를 받도록 하는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반발이 울산에서도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울산지역 형사과와 수사과 경찰 수백여명이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항의로 '수사 부서를 떠나겠다'며 집단행동을 하며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수갑을 반납하는 행사는 물론 입법 청원까지 조직화하는 등 경찰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상태다.

#허탈감 느껴 포기자 더 늘어날 듯

검ㆍ경의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울산경찰의 절반 가량이 수사 경과(警科) 포기 의사를 밝혔다.
 27일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5일 오후까지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관 전체 507명 가운데 250명(49.3%)이 '수사경과 해제 희망원'을 제출했다. 남부경찰서의 경우 형사과 72명, 수사과 56명 등 형사·수사과 경찰 전부 수사 경과 포기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허탈감을 느끼는 수사관이 많아서 경과 포기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울산청은 내다봤다.
 수사 경과란 군대의 주특기(병과)와 같은 것으로 수사분야 전문성 제고와 역량 강화를 위한 만들어진 제도다. 실제 이들의 희망대로 베테랑 수사관들이 대거 교통이나 경무, 생활안전 부서로 옮길 경우 치안공백 사태가 우려된다.

 남부서의 한 경찰은 "경찰의 내사 사건도 검찰의 사후 통제를 받도록 한 조정안은 경찰의 손과 발을 모두 묶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허탈해서 수사할 마음이 안 든다"고 말했다.
 또다른 경찰은 "뒤숭숭한 조직 분위기 속에 일선 경찰관들의 수사 의지가 평소와 같을 수는 없다"며 "범죄가 발생하는데 경찰이 손을 놓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사기가 떨어져 일할 맛이 안 나는 건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대통령령으로 24일 입법예고된 상태다. 조정안은 다음달 1일 차관회의와 그 이후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밥그릇 싸움에 시민들만 불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발발하는 일선 경찰들의 집단행동으로 치안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사경찰이 수사업무 포기를 선언함에 따라 많은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남구 옥동에 사는 주부 박 모(43)씨는 "경찰이 수사를 안 하려 한다는 뉴스를 봤는데 경찰이 일을 놓으면 치안은 누가 맡느냐"며 "검·경 밥그릇 싸움에 국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 모(45)씨도 "중요한 것은 시민이 공정하게 수사받을 권리르 보장받는 것"이라며 "경찰도 업무를 보면서 논의를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 경과 해제서를 제출했다 하더라도 정기 인사를 앞두고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당장 치안공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지역 경찰 관계자도 "수사 경과를 반납했다고 수사를 안 하는 것이 아니지만 이런 행동이 치안 공백이라는 우려를 낳는다면 잘못된 것일 수 있다"며 "경찰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되 좀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재환기자 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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