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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신문은 반디앤 루니스와의 연중 공동기획 '책 읽는 도시, 울산을 만듭시다'의 일환으로 도서관 탐방을 시작한다. 한 나라의 역사를 알려면 박물관을 봐야하고 미래를 알려면 도서관을 봐야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도시에도 해당된다면 울산의 도서관은 곧 울산의 미래를 보여주는 창이다. 현재 울산의 도서관은 공공도서관 11곳, 작은 도서관 96곳으로 16개 시·도 중 가장 적다. 이 수치만 보면 울산의 미래는 실로 어둡다. 하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분분하다. 이번 탐방은 도서관과 독서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문화도시 울산의 가능성과 미래를 점쳐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편집자

 회원수 114만여명 자랑하는 울산 첫 도서관

▲ 울산시 중구 북정동 350-5번지. 울산읍성길로 최근 새롭게 주목을 받는 이곳에는 오래전부터 제자리를 지켜온 쉼터가 하나있다. 도서관 탐방의 시작점을 찍게 된 이곳은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도서관 '울산중부도서관'이다. 중부도서관은 1984년 당시 문화시설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던 울산에 처음으로 들어선 도서관이자 문화공간으로 근 30년간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다.

울산시 중구 북정동 350-5번지. 울산읍성길로 최근 새롭게 주목을 받는 이곳에는 오래전부터 제자리를 지켜온 쉼터가 하나있다. 도서관 탐방의 시작점을 찍게 된 이곳은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도서관 '울산중부도서관'이다.
 중부도서관은 1984년 당시 문화시설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던 울산에 처음으로 들어선 도서관이자 문화공간으로 근 30년간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다.
 
# 24만 중구민들의 유일한 지식창고
지난 주 토요일 오랜만에 중부도서관을 찾았다. 방학을 맞이해 도서관을 찾은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특히 종합자료실은 넘쳐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난방기에서 나오는 열기에 책 읽는 사람들의 열기가 더해져 자료실 안은 후끈했다. 좌석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고 책꽂이를 등받이삼아 땅바닥에 앉거나 서서 책을 읽는 사람들도 있었다. 차가운 맨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책 읽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소음방지를 위해 바닥에 카펫을 깔아두는 외국 도서관들이 부럽기도 했다.  취재를 위해 바쁜 사서들에게 뭔가를 묻는 것조차 미안해져 시민들에게 몇 가지를 물어본 후 서둘러 자료실을 빠져 나왔다. 발걸음을 옮겨 찾은 독서문화실에서는 마침 독서지도교사와 중학생이 모여 독서모임을 갖고 있어 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눈길을 끈 곳은 장애인 다문화 자료실이었다. 이곳의 책임사령 양승순 사서에 따르면 이곳은 2010년 새롭게 생긴 곳으로 장애우를 위한 녹음자료 등을 구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베트남, 몽골, 캄보디아 등 11개국의 책 1,000여권을 비치해 장애우와 이주여성들을 위한 방문대출 등 각종 서비스를 해주고 있었다. 장애우와 이주여성들까지도 따뜻하게 보듬는 도서관임을 엿볼 수 있는 곳이었다.

# 늘어나는 장서 감당못하는 보존장소


이후 평일 오전 못 다한 취재를 위해 중부도서관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미리 연락받은 김정자 사서과장을 비롯한 직원 들에게서 자세한 도서관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중부도서관이 보유한 장서는 총 23만8,602권으로 매년 장서가 느는 상황이지만 보존장소가 마땅치 않다고 한다. 이는 중부도서관 뿐 아니라 울산 공공도서관들의 공통의 숙제이기도 하다.
 회원 수는 114만 6,138명으로 1일 평균 이용자는 4,211명(열람실 이용인원 포함), 이용책 수는 5,074권으로 이용이 활발함을 알 수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인구 약 24만인 중구에 공공도서관은 이 곳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구나 북구에서도 '원정'을 와 이용객수는 훨씬 늘어난다. 덕분에 관장과 16명의 사서를 포함한 33명의 도서관직원들은 눈코 뜰 새가 없다.
 본관 1층에는 어린이실, 영유아실, 독서문화실, 어울림자료실이 있고 2층에는 관장실, 총무과, 사서과, 종합자료실이 있으며 3층에는 디지털자료실, 정기간행물실, 교양강좌실이 4층에는 정기간행물, 보존서고, 옥외휴게실이 이용객을 맞이한다.
 3층 별관 문화의집에는 문화관람실, 휴게공간, 전통문화사랑방, 동아리방, 열람실 등이 자리 잡고 있다.
 
#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중구의 하나뿐인 공공도서관으로 그간 큰 역할을 해온 중부도서관. 이곳에서 만난 관장부터 사서까지 모두가 중부도서관이 공공도서관으로서 나아가야 할 길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비록 예산부족, 협소한 공간 등 현실적인 장벽이 놓여있지만 그 안에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울산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가운 바닥에서 책을 읽던 시민들의 모습과 야간, 특근 근무도 마다하지 않고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사서들의 모습, 또 도서관의 보다 나은 모습을 위해 활발히 살아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울산의 독서문화가 살아날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이미란 사서- "제 2인생 준비하는 공간으로 활용"

직업이 사서다보니 책을 많이 읽어서일까. 이미란 사서가 도란도란 얘기하는 것을 듣다보니 이건 참 말이 곧 문장이다. 방학이라 이용자도 늘어 피곤할 법도 한데 친절하게 얘기를 이어가는 것을 보니 이용자들에게도 따뜻하게 대할 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이미란 사서에게 도서관은 어떤 곳일까.
 "중학교 때만 해도 제게 도서관은 그냥 공부하는 곳이었어요. 대구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입관료 100원을 내고 들어가면 하루 종일 앉아 공부만 해야 하는 곳. 그게 도서관이었죠. 참 도서관에 무지했죠. 일을 하며 보니 도서관의 역할이란 참으로 무궁무진한데 말이죠. 독서행사, 독서회 등 소장자료를 통해 시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모두 도서관이 할 일이죠"
 "십수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9시에 도서관에 오시는 할아버지가 계세요. 책 뿐 아니라 신문, 타임지 등 보시는 것도 다양하신데 퇴임 전까지 병원에서 근무하셨다고 해요. 생각해보면 정년퇴임 후 노인분들이 갈만한 곳이 많이 없어요. 공공도서관은 그런 분들의 쉼터이자 제2의 인생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곳이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주영기자 uskjy@

[장용태 중부도서관장] "독서는 아이들 인성교육 큰 역할"

올 초 부임한 장용태 관장은 지금 중부도서관 탐색전에 돌입해있다. 장 관장의 도서관 철학은 '기본에 충실하자'이다.
 그는 그간 평생학습 등으로 인해 도서관이 본연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걱정했다.
 "앞으로는 도서관 본연의 기능에 더 충실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시민의 평생학습을 위해 도서관이 과도한 업무를 맡으면서 장서확보 등 본연의 기능에 소홀한 감이 있었지만 최근 평생학습지원센터 등이 설립돼 짐을 덜게 됐습니다. 물론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우리도서관의 자랑거리인 은빛독서회와 같은 독서모임이나 각종 독서행사, 순회도서관 등 책을 활용하는 교육은 지속적으로 할 것입니다"
 그는 또 아이들의 교육에도 애정 어린 얘기들을 쏟아냈다.
 "요즘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대한 말이 많습니다. 교과수업 뿐 아니라 인성교육에도 독서교육은 중요하지만 학교에서 책 읽을 시간을 주지 않다보니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가 없지요. 어릴 때부터 책을 읽고 감명을 받거나 간접경험을 통해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배우는 것은 참 중요합니다.  특히 어릴 때 읽는 책은 뿌리깊게 남기 때문에 더 중요합니다. 이처럼 책과 도서관은 한 아이의 인생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아이들 교육에 밀알이 되겠다는 마음입니다. 앞으로 중부도서관이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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