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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방수영 교수가 병원을 방문한 어린이에게 올바른 초등학교 생활 습관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학교에 입학하는 아동은 '가정'이라는 보호 환경을 떠나, 학교라는 단체에 적응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학교에 간다는 것은 우선, 부모로부터 분리를 뜻한다. 또 선생님을 부모와 같은 권위자로서 받아들여야 하고, 학교생활이라는 규칙적이고 규격에 짜인 생활의 틀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 시기는 가정 내 형제, 자매뿐 아니라 친구들과 집단생활을 함으로써, 단체 의식이 형성되는 시기다.
 
   정상적인 발달 단계를 살펴보면,  이 시기의 주요 발달과제는 지식과 기술의 연마다. 그러나 단순한 지식과 기술을 연마한다기 보다,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 일을 성공적으로 해 냈다는 유능감과 자신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학부모는 선행학습을 원하고 있고,  다른 아동들보다 내 아이가 더 빨리 많은 지식을 습득하길 바라고 있다. 그런데, 그 경우 아이가 근면성과 자신감, 유능감을 갖지 못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는 부모가  원하는 목표를 장기적으로는 달성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아이들의 성취 속도를 경쟁하기보다는 내 아이의 발달 단계와 속도에 맞게, 뇌의 발달에 맞춘 학습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학령기 아동의 정신건강과 그 종류 등에 대해 방수영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들어봤다.


#학교 다니게 되면서 표면적으로 문제 드러나
아동이 정신건강문제를 겪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크게 두 가지 경우다. 첫째는 학령기 이전 발달 즉 영아기, 걸음마기, 유치원기 등 초기 6년간 미처 알아채지 못 한 문제가 있어서 학교에 와서도 그러한 문제가 지속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지적 장애, 자폐장애, 언어발달장애, 뇌손상, 아동학대 후유증, 심한 불안장애 등은 이미 존재하고 있다가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문제가 더 심화되는 경우가 흔하다.
 둘째는 학교생활과 학령기에 이뤄야 할 발달 과업과 관련해 일어나는 정신건강 문제인데, 학교 거절증, 학교부적응, 학습부진 등이 있다.


 '학교거절증'은 학교 가기를 두려워하거나 거절하는 현상이다. 분리불안증이 가장 흔한 원인인데, 아동이 부모로부터 격리되면 불안감에 행동이나 학습을 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학교갈때만 되면 울고불고 야단이고, 신체적으로 아픈 곳을 많이 호소하며 불안감, 공포, 신체화 증상들을 보일 수 있다. 이 경우 억지로 다그치기 보다는 학교 담임교사와 상의해서 점진적으로 부모와 거리를 두는 것을 연습하게 해야 한다. 2주일 이상 길어지는 경우에는 소아정신과적으로는 응급상황에 해당된다. 이럴 때는 가까운 소아정신과를 방문해 분리불안증의 원인을 파악하고, 부모교육과 약물치료, 아동 상담, 행동 수정 등을 통해 아이를 도와줘야 한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 또래와의 접촉 경험이 없었거나 사회성 발달에 문제가 있는 아동들은 친구 사귀기와 단체활동참여가 잘 되지 않아 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 또 소아 불안장애나 우울증이 있는 경우, 내면적인 갈등과 걱정 때문에 공부에 집중 할 수 없고 학교생활에서 위축되고 의기소침해 자신감을 갖기 어렵다. 이러한 정서문제는 행동적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지만 내면적으로 갈등과 고통이 많은 경우인데, 가정내의 분위기와 부모와의 관계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학습부진은 능력적으로 떨어지지 않는 즉 정상지능을 갖는 아동이 학습을 따라하지 못 하는 경우를 말한다. 불안 우울과 같은 정서장애나 행동장애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나 틱장애 등에서는 주의집중력의 문제로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학습이 부진이 되는 원인질환이 있다면 표준적인 치료가 잘 알려져 있으므로 소아정신과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해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서 부족한 학습을 보충해야 한다.


 학습지진은 몇가지 이유로 학습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가장 흔한 것으로 지적장애를 들 수 있다. 그 동안에 잘 몰랐던 경도의 지적장애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일반적인 학습의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이것이 계기가 돼 지적장애의 진단이 내려지기도 한다. 나중에 머리가 트이는 경우일 거라고 그냥 두기 보다는, 지적장애의 진단이 내려진 경우 적절한 특수교육을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개발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 다른 경우는 특수학습 장애다. 이는 지능은 정상인데 어떤 특정학습분야에만 결함이 있는 장애다. 2, 3학년이 되어도 읽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언뜻보기에 지능저하로 오해되기도 한다. 이밖에도 다른 것은 괜찮은데 쓰기만이 문제가 되는 쓰기장애, 산술장애 등의 특수 학습장애가 있다. 이들은 조기 발견해 도움을 줘야만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고, 다른 분야의 학습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수 있다.
 
#자녀와 많은 대화로 학교 폭력 미리 예방
최근 우리나라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폭력의 문제는 학교의 일부 아동들이 집단적으로 따돌림을 당하고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수가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가해자는 품행장애나 공격적인 아이, 집안의 분위기가 공격적이고 폭력적일 때 가능성이 높다. 폭력적인 환경에서 자연스레 학습된 아이는 또래를 이용해 못살게 굴며, 금품을 빼앗거나 가압적인 폭력행위를 하는 성향이 있다. 피해자도 단순히 누구나 피해를 당한다기 보다 본인의 어떤 요소들. 예를 들어, 매우 수줍은 아이, 특이한 행동과 언어, 그리고 신체적 결함 또는 너무 잘난척 하는 아이 등 또래와 차별되는 특징이 있을 때 표적이 되는 수가 많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면서 우리집, 우리 유치원에서 경험하지 못 한 다양성을 경험하게 되는데,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아동에게 잘 알려줘야 한다. 내 아이가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평소 아동이 자신의 말을 부모님이 경청한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그래야 필요할 때 선생님과 부모님께 도움 청하기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집에서 아닌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할 수 있도록 거절하는 연습을 시켜주시면 좋다. 한편 학교 폭력의 문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역할이 종종 바뀌기도 한다는 것이어서 내 아이가 단지 장난이라고 했던 행동이 친구에게 괴롭힘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일이 있는지 학교 생활과 또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이 좋다.
 김은혜기자 ryusori3@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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