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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들의 '꿈꾸는 다락방'
어느 덧 열 번째 도서관 나들이입니다.
 지난 울산대학교 아산도서관을 마지막으로 울산의 도서관 소개는 마치려고 했지만 지역 유일의 어린이 도서관인 북구 기적의 도서관을 지나치고 가기는 도무지 아쉬워 평일 오전 급하게 이곳을 찾았습니다.

▲ 기적의 도서관은 지역 유일의 어린이 도서관답게 북아트, 종이접기, 북스타트 책 놀이(왼쪽부터) 등 다양한 어린이 독서관련프로그램을 자랑한다.


 북구 중산동 570-2번지(이화5길 29-13)에 위치한 기적의 도서관.
 도서관 바로 옆에는 마법의 성이 연상되는 어린이집이 있고 알록달록한 놀이터가 있는 공원이 들어서 있어 아이들이 참 좋아할 만한 공간이란 생각이 절로 듭니다.

 도서관 입구에 들어서자 가지런히 정돈된 어린이들의 운동화들이 먼저 얼굴을 반깁니다. 까르르 웃어대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부지런한 꼬맹이 친구들이 먼저 이곳을 찾았나 봅니다.

 물어보니 매주 수, 목요일마다 진행되는 어린이집 견학 프로그램을 찾은 아이들이라고 하네요. 네다섯 살 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동화구연, 풍선아트, 페이스페인팅 등으로 꾸려진 견학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남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여기까지 찾아온 손님들이랍니다. 이곳이 울산 내에서는 좋은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제법 잘 알려졌다는 얘기가 그저 나온 말은 아닌가봅니다.

 소장자료의 70%이상이 어린이 책인 점, 아이들의 몸과 눈높이에 맞게 잘 꾸며진 공간도 그 명성에 한 몫을 합니다.

 어린이 뿐 아니라 최근 도서관 2층에 새로이 마련된 '꿈꾸는 다락방'의 경우 초등 고학년 학생이나 중고등 학생에게 더 인기가 있는 곳입니다. 마치 동화 소공녀의 다락방과도 비슷한 나만의 공간에 있다는 아늑함이 느껴져서 일까요. 새 단장을 마쳐가는 이곳 다락방에서 더 많은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책과 함께 자신의 꿈을 키워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지역 공동체의 구심점이 된 도서관
북구 기적의 도서관은 지난 2004년 한 방송국의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 세 번째로 지어진 곳입니다. 당시 프로그램의 취지가 문화소외지역에 도서관을 지어주자는 것이었으니 울산의 외곽에 위치해 그 동안 경제, 문화적으로 소외받아왔던 이곳은 도서관이 들어서기 적절한 장소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기적의 도서관은 단순한 도서관이 아닙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에서 벗어나 경로잔치가 열리는 곳, 이주여성들이 전통시장에서 장보기를 배울 수 있는 곳, 어린이들이 요리수업을 받는 곳, 심지어 아버지들이 기까지 살릴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도서관입니다.

 지난 8년간 도서관이 겪어온 변화들은 그간 이 곳 주민들의 문화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보여줍니다. 북구의 5개 구립도서관에서 가장 많은 교육프로그램과 높은 참여도를 자랑할 뿐 아니라 주민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 수 역시 꾸준히 활동을 펴는 사람만 70여명에 달합니다.

 게다가 얼마 전 울산 최초로 시작한 '도서관 친구들'이라는 도서관 후원프로그램에 벌써 127명의 회원이 등록했을 정도로 이 곳 주민들의 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지지의 폭은 상상외로 큽니다. 그리고 이러한 지지는 또 지역주민들의 이익으로 고스란히 돌아가게 되니 상부상조가 따로 없습니다.

적성·특기 살린 체계적 자봉 시스템

세상에. 이렇게 체계적인 자원봉사자 시스템이 또 있을까.
 기적의 도서관 자원봉사자 프로그램은 다른 곳에 비해 특화돼있다는 이영주 관장의 자랑이 그저 그런 말이려니 하고 생각했는데 이 곳 프로그램은 정말 체계적이다.
 이 곳 자원봉사자는 그간 무조건 도서관의 필요에 맞게 봉사자들을 배치하던 것에서 탈피 봉사자들의 적성과 특기를 살려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우선 배정된다.

 손재주가 있다면 견학프로그램에서 풍선아트나 페이스 페인팅 등 만들기와 관련한 자원봉사를 하게 되는 것.
 홍보나 기획에 관심이 많다면 기획봉사팀, 다른 이들을 설득해 후원금을 잘 받을 자신이 있다면 기금 마련 봉사팀에 배정되는 식이다.

 수요일 자원봉사 견학팀장인 강성자(42)씨는 이 점을 이 곳 자원봉사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도서관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특히 강좌관련 내용을 배워 제 아이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것 자체도 기쁨이지만 이를 도서관의 다양한 수업을 통해 활용할 때 제일 보람을 느낍니다."
 이곳에서 수년간 자원봉사를 해온 김미자(47)씨는 "경로당에 계신 어르신들은 처음 만나 뵐 때는 어색해하시거나 쌀쌀맞게 대하시는 경우가 많지만 자주 찾아뵙고 말동무도 돼드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해져 어느 새 우리 도서관의 팬이 되신다"며 "31일 열리는 경로잔치도 다 그렇게 이뤄진 일이라 감회가 더 새롭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곳의 다양한 도서관 프로그램은 이영주 관장이나 신지윤 사서의 머리에서 기획돼 자원봉사자들의 운영과 실행을 통해 태어난다.
 그렇게 태어난 프로그램들은 구청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초청되기도 하고 다른 지역에서 견학을 올 정도로 그 질과 수준이 높다.
 어찌 보면 작은 개개인의 노력이 지역 도서관을 한층 더 즐길 거리가 많은 공간, 배워갈 지식의 깊이가 더해진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이영주 관장]

각종 프로그램 개발에 "앉으나 서나 도서관 생각"

올해 초 기적의 도서관에 부임한 이영주 관장은 행정전문가의 면모보다는 창의적인 기획가의 면모가 더 엿보였던 사람이다.
 그 동안 업무파악에도 바빴을 그가 인터뷰 내내 앞으로 추진할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얘기들을 눈을 반짝이며 했던 것도 그렇고 얼마 전 새 단장을 마친 꿈꾸는 다락방 개설 등 실제 지금 변화하고 있는 도서관의 모습들에서 그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후면 열리는 도서관 행사의 꽃인 독서 주간행사 역시 다른 도서관들과 달리 하나의 테마를 정했다. 올해의 테마는 '꽃'.

 특히 동천강 일대를 산책하며 이곳에서 자생하는 야생화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길따라 강따라 들꽃여행특강', 아빠 기 살리기 프로젝트 '남자의 자격'등이 눈길을 끄는데 이런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었던 데는 이 관장을 비롯한 모수옥, 최진욱, 신지윤 등 직원 4인방의 번득한 재치가 발휘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0-2세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에 따라 24개월을 대상으로 하는 북스타트 프로그램 참여자가 갈수록 줄어들자 이 관장은 새로운 기획안을 냈다. 어린이집에 있을 아이들에게 직접 찾아가 부모들의 참관아래 북스타트 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도서관을 늘 찾는 사람 뿐 아니라 잠재적인 이용자를 위한 프로그램 기획에도 늘 머리를 짜내는 사람이 바로 이영주 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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