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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과 한국문화(이희수·청아출판사)
울산의 대표적인 문화코드 '처용'이 1200년 전 이슬람문화와 한국의 교류상을 알려주는 정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제법 많지만 괘릉의 무인 석상, 그리고 고대사 최고의 미스터리 신라 인면유리구슬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고대사의 비밀들을 새롭게 밝혀내고 있다.


 작가에 따르면 한반도로 서아시아 문화가 유입된 것은 이미 기원 전후부터이다. 통일신라 이전까지 육상 실크로드를 지나 중국을 통해 간접 유입된 서아시아 문화는 우리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진귀한 수입품과 사치품들은 신라 귀족사회의 고급문화를 일구었고, 이런 흔적은 경주 고분에서 출토된 유리제품, 토우, 토용, 황금보검, 괘릉에 세워진 무인 석상 등 서아시아계 출토품과 처용 설화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괘릉의 무인석상의 모습과 고대사 미스터리라 불리는 신라 인면 유리구슬안에 그려진 인물상에 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제기돼 왔다. 신라 38대 왕인 원성왕의 능으로 추정되는 경주 괘릉의 무인석상과 흥덕왕릉의 무인석상은 얼굴, 머리형태, 옷차림 등으로 미뤄 서역인임이 확실히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유리 목걸이의 경우 타 신라지역 유리제품들이 육상실크로드를 통해 유입된 서아시아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과 달리 인도네시아에서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전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다양한 출토품 뿐 아니라 음악, 설화, 춤, 기법 등에서도 서아시아 문화의 흔적은 남아있다.


 특히 처용설화는 연구논문만 300편이 넘을 정도로 다양한 견해가 있는데 그 서사적 구조가 페르시아의 구전서사시 <쿠쉬나메>와 매우 유사하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서사시의 많은 부분이 신라에 관한 이야기로 구술돼있다는 점을 비롯 처용의 등장 전후로 일어난 황소의 난을 피해 중국 무슬림들이 한반도로 대거 유입됐다는 역사적 사전을 함께 고려해야한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이처럼 우리 문화의 기층에는 여러 문화가 중첩되어 있다. 우리는 고대부터 바닷길과 실크로드를 통해 동북아, 중앙아시아는 무론 지구 반대편의 아랍, 이슬람과도 교류하며 문화와 사상을 주고 받았다.


 이슬람 문화는 우리 전통문화와 음악, 악기, 과학기술, 의학 등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고려시대 이후 몽골을 통해 국내로 들어온 위구르계 두뇌 집단들은 조선 초까지 집단촌을 형성하면서 문화의 전파자 역할을 수행했다. 이들은 과학과 첨단 의술, 역법, 학문 발달에 기여하고 의식주를 비롯한 습속과 문화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은 이에 대해 하나하나 새롭게 조망했다.

#이희수 교수의 이슬람(이희수·청아출판사)
이희수의 <이슬람과 한국문화>가 과거 우리 문화의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책이라면 <이슬람>은 과거 뿐 아니라 현대의 이슬람, 나아가 미래의 이슬람에 대해서도 예언한다.


 저자는 9·11 테러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사람들이 이슬람 세계에 가진 오해와 편견 역시 유효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여전히 이슬람을 일부다처를 허용하고, 여성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폭력과 테러를 일삼는 세계라고 알고 있다. 이것은 모두 이슬람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9·11 이후 세계 곳곳에서 이슬람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테러 역시 이슬람 사회의 주류에서 비난받고 외면당하는 소수의 움직임일 따름이다.


 15억 57개국의 이슬람 문화권은 전 세계의 4분의 1에 해당된다. 이곳은 엄청난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일 계속되는 민주화와 정권 교체의 바람 속에 미래를 향한 에너지가 가득한 곳이다. 저자는 이제 진실에 근거한 이해와 비판적 안목 아래 이슬람 세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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