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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에서 가장 가까운 족보도서관
나는 누구인지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 '족보'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부모로부터 생겨났고 그 부모는 또 그들의 부모에게서 태어난 존재다. 이 모든 역사를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족보이므로 족보는 곧 마음의 고향이기도 하다.
 족보(族譜)는 또 한 성씨와 관련하여 빼놓을 수 없는 자료의 하나로 시조(始祖) 부터 역대 조상의 얼과 집안의 뿌리를 알수 있는 한 집안의 역사책이다.

▲ 경주 서라벌문화회관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경주도서관 중앙분관에 울산에서 가장 가까운 족보도서관이 있다.


 울산 인근에서 우리집 성씨 족보를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은 경주시립도서관 중앙본관에 있는 족보자료실이다. 몇 주 전 경주시립도서관을 취재하던 중 최자숙 사서과장에게서 듣게 된 이 곳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족보자료실로서 경주도서관 역사의 산증인인 이경환 사서를 만날 수 있었다.
 경주의 대표적 문화공간인 경주서라벌문화회관 한 켠에 들어서 있으며 1976년도 세워진 경주시립도서관의 원형 건물로서 한국 도서관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우리 성씨의 뿌리를 찾고 핵가족화 제도가 되면서 봉건사상의 유물로만 생각했던 족보를 통해 혈연의 역사로 본 조상들의 지혜를 전하고자 설립됐다. 성씨의 계보와 후손 간의 관계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을 위해 78개 성씨와 831여종의 3164여권의 족보 및 관련자료를 수집, 제공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어떤 분들이 이곳을 자주 방문하시냐는 질문에 이경환 사서는 "울산에서 얼마전 한 교장선생님이 지인들과 함께 자신의 몇 대 선조를 찾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렇게 누군가 자신의 성씨와 파를 말하고 선조를 찾으면 그는 우선 그 성씨와 파에 맞는 족보가 있는지 확인하고 색인을 검색해 찾는다.

 이 사서는 이 곳을 찾는 이들이 아무래도 젊은이들 보다는 연세 있는 분들이 많다보니 이곳을 찾은 분들이 한번씩 하루종일 족보에 탐독하실 때도 있어 점심 먹으러 갈 겨를이 없을 때도 있다고 했다. 한자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을 위해서는 디지털 전자족보(우리말 족보)를 보유하고 있는 각 성씨의 종친회 및 문종과도 연계해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에 있다.

 이경환 사서는 "족보자료실은 시민 누구나 자신의 근원을 찾는 중요한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가슴에 살아있는 도서관으로 거듭나도록 더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울산에서 먼 손님이 온다기에 족보자료실 내부를 말끔히 치우고 손님맞이 준비를 했다는 그에게서 호탕한 웃음과 박학한 지식 너머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용자들에게도 얼마나 친절하고 성의있는 태도로 족보에 관한 자료들을 전해줄지 머릿속에 그의 따뜻한 태도가 절로 그려졌다.
 
# 사장되는 족보의 뜻깊은 활용
▲ 경주도서관 중앙분관 족보자료실에서 족보를 설명하고 있는 이경환 사서.

취재를 하며 이 사서에게서 전국에 이러한 족보자료실 이외에도 족보도서관이 몇 군데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곳 중 한 곳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족보를 소장하고 있는 대전의 회상사다.
 故 박홍구(전 성균관 부관장)씨가 10억에 달하는 사재를 털어 지었다는 회상사는 소장족보만 30,000여권으로 가장 많은 족보를 소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60년 족보 발간의 역사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
 그간 280종의 성씨, 3,400여개에 달하는 파의 족보를 600만부 가량 편찬했다고 하니 그 수가 어마어마하다.

 회상사 내부에는 문중에서 며칠간 교정작업을 하기 위해 찾아와 교정을 보던 교정실과 숙소, 식당 등이 그대로 간직돼 있다. 작은 교정실들이 모여있는 교정실과 숙소 등은 전국 어느 곳에도 없는 시설로 회상사만 간직하고 있는 시설이다.
 대전 중동 인쇄 거리는 회상사 건물이 들어선 이후 생겨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60여년간 족보를 인쇄하던 방식의 변화상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58년의 대전 인쇄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현재 대전은 회상사가 보유하고 있는 족보 내용과 양, 가치 등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작업중에 있다.
 회상사 전체의 역사성이나 족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존하고 있는 점, 근현대사의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가진 점 등을 높이 산 것이다.
 따라서 이를 보존할 수 있도록 회상사가 가진 전체 사료와 인쇄 과정 등에 대한 연구 용역 뿐 아니라 회상사 전체를 문화재로 지정하거나 보존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이외에 전문족보도서관도 있다. 규모는 작지만 역시 많은 수의 족보를 소장하고 있는 부천전문족보도서관이 그 곳이다.
 1988년 김원준 관장이 개설한 국내 유일의 사설 족보전문 도서관으로 관련장서는 국립중앙도서관 다음으로 많다고 한다.
 22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도서가 수만권으로 비용도 엄청 들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은 없었다고 한다.

 경주도서관의 족보자료실과 같이 족보 및 관련 자료의 열람은 무료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뿌리를 찾기위해 이곳을 찾는다.
 족보를 만들기 위해 알아보다 방문하는 이들이 많다. 이곳에선 자기의 본관과 파를 모르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십명씩 찾아오며 족보도 실비에 만들어 주는 곳이다.
 이곳 장서의 대부분은 현대 족보와 영인본으로 고서와 희귀본도 많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찾을 때면 늘 자료의 부족을 절감한다는 도서관 측은 집안에서 사장되고 있는 족보의 기증을 바라고 있는 형편이다.

 김원준 관장은 "옛날부터 족보는 집안의 보물처럼 소중히 간직하고 이를 대할때는 상위에 모셔놓고 정한수를 떠서 절을 두 번 한 후에 경건한 마음으로 살아계신 조상을 대하듯 대했다"며 "이렇게 소중하게 여겨온 족보가 해방후의 서양화와 지금의 핵가족 제도가 되면서 봉건사상의 유물로만 생각하고 도외시하는 경향이 일고 있다. 하지만 족보를 통해 선조를 생각하고 후손을 생각하는 삶을 사는 것은 곧 내 자신의 삶을 더 잘살아나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족보는 과거의 고리타분한 유산이 아닌 나를 이 세상에 나게 해준 이들이 전해주는 용기의 메시지이자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까.

▲ 족보자료실에 소장중인 족보서적들.

# 방문이 어렵다면 디지털 도서관 이용
직접 방문이 어렵다면 디지털 족보도서관을 찾아 원하는 내용을 찾을 수도 있다.
 김해의 백인제기념도서관이 만든 '인제대학교 온라인 족보도서관'(http://genealogy.inje.ac.kr/)이 그 곳.
 김해는 태고 적부터 흘러내린 낙동강이 광활환 평야를 일구어낸 천혜의 터전에서 찬란했던 가야문화를 꽃피운 유서 깊은 고장으로 수로왕을 시조로 하는 한국의 대표 성씨인 김해 김씨의 본관이기도 하다.
 백인제기념도서관에서는 김해의 이러한 역사적 기반을 활용하여 2007년부터 수집해온 족보자료를 전자책의 형태로 제작하여 온라인상으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 유타의 계보협회인 Family Search와의 협약을 통해 종이책 형태로 된 족보자료를 한 장 한 장 사진으로 찍어 디지털 이미지화 하고 이를 다시 전자책의 형태로 구현하여 현재까지 500여 책의 족보를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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