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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에는 시대와 국경을 넘어 널리 통용되는 세상살이의 지혜와 교훈이 녹아 있다. 하지만 2,500년 전 중국을 배경으로 쓰인 탓에 단편적인 뜻풀이만으로는 그 안에 들어 있는 철학적 깊이와 참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것 또한 《논어》다.


 이에 저자는 공자의 일생과 춘추시대의 혼란한 역사를 역사학자의 시선으로 따라가며 《논어》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우리 역사는 그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해왔는지 살펴본다.


 또한 《사기》 《춘추좌전》 《공자가어》 같은 관련 자료를 두루 섭렵해 공자의 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무한경쟁, 불신, 물질로 대변되는 이 시대를 헤쳐나갈 '인간의 길',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미래'에 관해 새로운 관점에서 해법을 제시한다.


 우리 시대 대표적 역사학자 이덕일은 이 책에서 역사학자의 시각으로 《논어》를 재구성한다.《논어》는 스승 공자가 죽은 후, 그의 제자들이 모여 편찬한 공자의 어록집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논어》에 담긴 20편의 이야기는 저자의 말대로 어떻게 보면 '수수께끼 모음집' 같은 모호한 성격을 띠고 있다. 이에 저자는 《논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 추적해야 한다. 또한 여러 이야기를 잘 조합해서 공자의 전체상을 찾아내야 한다(33쪽)"고 조언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두 가지 방식의 접근을 통해 독자를 《논어》의 세계로 안내한다.


 첫 번째는 공자의 일생을 따라가면서 읽는 《논어》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사기》, 《공자가어》,《춘추좌전》 등의 방대한 사료를 두루 섭렵하여 인간 공자의 일생을 복원하고, 이를 책의 뼈대로 삼았다. 그리고 여기에 2,500년 동안 동양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논어》의 핵심 사상이 우리 선조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 역사발전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양한 역사 사례로 살펴 한층 풍부한 《논어》읽기를 가능하게 한다.


 공자와 그의 철학을 담은 《논어》는 춘추시대의 혼란을 수습하는 데 실패했고, 진시황 때는 분서갱유의 대상이 되었다. 이웃나라 조선에서도 평등,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 등은 외면당한 채 지배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쓰였고, 20세기 중국의 문화대혁명 때는 노예제도를 옹호하는 사상이라며 터무니없는 비난에 시달렸다.


 공자가 다시 태어나 지금 우리 사회가 공자를 새롭게 주목하고, 《논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읽으며 인생의 지혜를 구하고 미래 비전을 기획하는 것을 보면 꽤나 반가워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을 좀 더 지켜본다면 공자의 태도는 달라질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공자가 살던 춘추시대와 과연 얼마나 다른 것일까? 공자가 지금 산다면 과연 그의 뜻을 펼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각종 카르텔 구조를 아는 사람은 그렇지 못하리란 사실을 잘 알 것이다. 노나라의 삼손씨 카르텔, 신라 후기 골품 카르텔 못지않은 카르텔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한 공자 같은 사람이 설 자리는 여전히 없다.


 2500년 전 공자가 외친 혼자가 아닌 더불어 잘 사는 평화로운 공동체, 끊임없이 자신을 닦고 경계하여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려던 과제는 아직도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수세기를 지난 오늘에도 공자의 인생과 그의 책이 깊은 울림으로 남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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