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69년부터 1972년까지 삼 년간의 인도 여행 기록을 담은 이 책은 출간 직후 많은 젊은이들의 발길을 세상 밖으로 이끌었고, 지금까지도 쇄를 거듭하며 그 생명력을 입증하고 있다.


 여행서의 전설이 된 책인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방랑>은 존재의 열병을 앓던 한 청년이 모든 것을 버리고 간 인도에서 뜨거운 삶과 하나 되어 영혼으로 써내려간 천 일의 '기록'이다.


 60년대 말, 스물네 살의 청년 후지와라는 고도성장이라는 괴물에 사로잡혀 죽음조차 관리되어가는 사회 시스템이 주는 폐색감을 떨치고 삶의 진정성을 묻고자 인도로 떠났다. 청년은 떠나기 전 가진 모든 것을 처분하고 어떠한 속박도 환상도 정보도 없이 방랑길에 올랐고, 그랬기에 그는 더없이 자유로웠고, 위태로웠다.


 그는 어정쩡한 기분으로 회사에 가고, 학교에 다니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음악을 하는 현대 젊은이의 기만을 대물리는 게 두려워 발길을 재촉했다. 그러나 그런 자신도 결국은 돌아갈 곳이 있는 여행자였기에, 저 황량한 땅 위에서 행위를 표현과 결부시키려 한 스스로에 대해 쓴 굴욕감을 맛보아야 했다고 고백한다.


 삶과 죽음이 그대로 흡수되는 땅 인도에서 그는 바이블로서의 여행, 도덕으로서의 자연, 침묵의 힘을 배웠다.


 그리고 인도의 풍경은 그에게 빛과 어둠, 흐름과 멈춤, 탄생과 소멸, 혼돈, 그리고 이 우주의 무수한 '허(虛)'의 순간과 공간을 가르쳤다.


 한 번도 카메라를 잡아보지 않았던 그는 특이하게도 시력이 약한 왼쪽 눈으로 황량한 지상, 인간의 흔적마저 지워버리는 듯한 땅덩어리 위의 네거티브 세상을 포착했고, 그 어둡고 거칠고 투박한 사진 속 세상은 흔들리고 불안하고 어둡지만, 고요하고 영원하고, 데일 것같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인간의 의지를 거부하는 인도의 '풍경'과 '공기' 속으로 완전히 녹아드는 순간을 경험할 때까지 그 땅 위를 걷고 또 걸었다. 카시미르에서 푸시카르를 거쳐 남부의 첸나이로, 마이소르로, 길 위에서 길어낸 저자의 아름다운 언어는 침묵에 버금가는 강렬함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열구의 밑, 황무지에서 비인간적인 자연의 도덕을 본받아 살아가는 사람들, 세상에 내던져진 그대로 풍경의 일부로 살아가는 사람들, 우주의 신비와 삶의 부조리를 종교의 씨앗으로 길러내는 땅에서 태어나 건강하고 온전하게 살아가는 그 사람들 앞에 서면 우리는 세계의 변방에서 배운 문명의 미의식이 얼마나 허술한지 알게 된다.


 여행을 떠나기 전 어떤 준비를 했느냐는 질문에 저자는 "버리기. 그리고 준비하지 않기"였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나서 보니 정작 꼭 필요한 건 '칫솔'뿐이었다고 말한다.


 삶의 진정성을 찾기 위해 천일을 방랑한 어느 지독한 여행자의 기록 <인도방랑』의 한 줄 한 줄에는 젊은 가슴에 뜨거운 '열'을 채워 넣고자 희구한 한 청년의 이야기가 한 편의 서사시처럼 펼쳐진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