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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를 타다가 크게 다친다면? 두 번 다시 스키 따위 타고 싶지 않을 것이다.
 펄펄 끓는 물에 화상을 입으면? 다시는 끓는 물에 가까이 가는 걸 피하려 들 것이다.
 하지만 연애는? 사랑은? 우리는 언젠가 다시 사랑을 한다. 골절보다 화상보다 뼈저리게 아픈 경험을 했는데도.


 일본 대표 여류작가로 손꼽히는 가쿠타 미츠요가 연작소설 <굿바이 마이 러브>는 호된 시련의 아픔을 일곱 개의 연작소설로 아름답게 그려냈다.


 1990년대 도시를 배경으로 한 일곱 가지 이야기의 주인공은 하나같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이면서 끝난다. 그리고 이별을 고한 인물은 다음 단편에서는 이별당하는 주체가 된다. 자칫 겉보기에 진부한 러브스토리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러한 구성은 이별을 말한 사람에게 비친 상대방의 모습을 보면서 왜 이별을 말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다. 그렇게 앞선 이야기에서 느낀 감정이 다음 이야기에서는 한순간에 증발해버리는 묘한 감정 기복을 경험하게 하는 신선함이 있어 독자들은 쉽게 읽기를 멈추지 못할 듯하다.


 모든 단편에서 저자는 사랑의 크기가 공평한 연애란 없음을 말한다. 둘 중 하나가 상대에게 강하게 끌려서 만나지만 결국 좀 더 사랑한 쪽이 상처 받는 그 관계는 모두가 알지만 깨닫지 못하는 망각의 늪과도 같다. 상대에게 희생하고 충실한 일방적인 사랑은 결국 보답받지 못한 채로 허무하게 끝나버린다.


 하지만 마냥 슬퍼할 필요는 없다. 신기하게도 아픔은 곧 치유되고 한 단계 성숙된 모습으로 상처는 고스란히 자신의 삶에 대한 의지로 바뀌면서 다음 사랑을 위한 희망으로 맺어진다.


 그리고 각 단편에서 사랑이 깊어지는 계기는 직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신은 건조하고 판에 박힌 듯한 일상을 사는 것 같은 반면, 상대방의 멋있는 직업이나 의지 있는 삶은 눈부시게만 비친다. "이 사람은 굉장하다", "이 사람을 닮고 싶다"란 상대에 대한 동경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상대의 어떤 모습에서 유발된다. 그리고 그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이 사랑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런 관계일 때, 자신은 자격지심에 찬 나약하고 못난 존재가 된다. 등장인물 모두가 누군가에겐 승자였지만 누군가에겐 패배자가 되는 셈이다. 그렇게 서서히 무너져가는 한 인물의 심리와 실연의 기억을 아련한 추억 속을 걷듯이 저자는 의연하면서도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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