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여덟 너의 존재감>은 발랄하고 유쾌하지만 슬픈 소설이다.


 10대는 발랄함과 슬픔이 공존하는 역설의 시기이다. 풍족함 속에서 고생을 모르고 자라난 '생각 없는 10대'라고들 하지만, 오늘날에도 10대는 분명 슬픔의 시기요, 아픔의 시기다. 나는 누구인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 미래는 어떨까…수많은 의문이 떠오르지만 속 시원한 답을 찾을 수 없는 나이가 10대이다.


 가정도 학교도 진정한 소통의 공간이 되지 못할 때 오늘의 10대들은 핸드폰과 인터넷에 습관적으로 매달린다. 이런 아이들 앞에 발칙한 언어를 구사하는, 그러나 아이들의 슬픔과 아픔을 헤아릴 줄 아는 선생님이 온다. 쿨 선생! 입은 좀 걸지만, 그녀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개학과 함께 나타난 쿨 선생이 맨 처음 한 말은 '다 괜찮다'다. 교실에서 밥을 먹어도 괜찮고, 휴대폰을 내놓지 않아도 괜찮고, 공부를 못해도 괜찮다…. 이년, 저년 하는 거친 언사는 감칠맛 나는 양념이다.


 지겹기만 했던 학교생활이 조금은 재미있어질지 모르겠다는 기대도 잠시, 하룻밤 사이에 학교 안의 유리란 유리는 모두 깨지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난다. 그 일로 온 학교가 벌통을 쑤셔 놓은 듯 시끄러운 와중에, 쿨 선생이 마음 일기라는 물건을 아이들 앞에 내놓는다.


 마음 일기장 맨 앞에 붙은 사용 설명서에 따르면 마음 일기는 이런 거다. '내 마음에 대해서 쓰는 일기야. 보통 일기는 하루 동안 겪은 일, 그중에서 인상 깊은 일을 쓰는 거잖아? 근데 마음 일기는 하루 동안 내 안에서 어떤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졌는지를 잘 관찰해서 쓰는 거야. 화난 마음, 기쁜 마음, 우울한 마음, 쓸쓸한 마음, 짜증 나는 마음…. 상황에 따라 일어났던 내 마음을 놓치지 않고 적어 보는 거지. 생각이 아니라 마음을'


 아이들은 마음 일기가 유리창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한 수사 도구가 아닌가 잠시 의심하기도 하지만 속는 셈치고 시도해 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던 절망에서 헤어나는 법을 배운다. 나아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자존감을 회복해 간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읽고, 거기에 밑줄을 그어 주는 것, 그것이 관계의 시작이자 치유의 시작이 아닐까. 치유는 스스로의,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읽는 데서 시작된다는, 그 간단한 사실을 쿨 선생은 우리에게 가르친다. 대한민국 교실에 쿨 선생이 가진 사랑과 치유의 힘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라 마지않는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