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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병원 소화기내과 천종운 과장이 식중독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김 모(29)씨는 얼마전 가족들과 함께 회를 먹고 장염비브리오 식중독에 걸려 고통스러운 일주일을 보냈다. 며칠 전 저녁으로 먹은 회가 잘못된 것이다. 가족들과 기분 좋은 외식 후,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청했지만 그의 아침은 상쾌하지 못했다. 아침부터 화장실을 수십번 드나드는 고생과 함께 메스꺼움, 고열 등도 찾아와 도저히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3일간 병원에 입원을 하고 치료를 받아야 했다.  

한동안 서늘한 날씨가 이어진다싶더니, 또 어떤날은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며 한 여름 불볕더위를 방불케 하고 있다. 오는 21일이면 해가 가장 긴 날인 하지.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다. 해마다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는 이 시기는 가족, 친구들과의 나들이도 잦아지는 때다. 그 만큼 야외에서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도 많은데, 특히 이 때는 잘못된 음식물 섭취와 개인 위생 습관으로 인해 식중독 등 각종 전염성 질병에 대한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식중독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여름철, 이를 예방하는 습관 등에 대해 동강병원 소화기내과 천종운 과장에게 들어봤다.

# 6~9월 최다 발생
식중독은 음식물을 먹고 생기는 구토, 설사, 복통을 주증상으로 하는 급성 질환이다. 세균 또는 독소의 섭취가 가장 흔하고, 그 외에 화학독 섭취, 식물독(독버섯 등) 또는 동물독(복어 등)의 섭취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같은 식품을 먹은 사람 중에서 두 명 이상의 환자가 생기면 원인균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더라도 식중독으로 간주되고 있다.

 식중독의 원인균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살모넬라균 식중독'으로, 오염된 돼지고기, 튀김류, 김밥, 닭고기, 햄 등이 원인이며 복통, 설사, 오한,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비브리오균'은 주로 어패류와 그 가공품이 원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이와 함께 흔히 발생하는 대장균 O-157은 오염된 고기, 우유, 치즈, 무순 등이 원인이며 피섞인 설사, 심한 경우 복부 경련, 용혈성 요독증 등을 유발한다. 환자의 0.5%가 생명을 잃기도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감염되면 별 증상 없이 지나가기도 한다.

 식중독은 계절적인 영향으로 세균증식이 용이한 6∼9월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지역에 따라 해변에서 잘 생기는 식중독으로는 장염비브리오균에 의한 것이 있다. 식품이 오염되는 경로는 수인성에 의한 경우, 식품이 직접 오염이 되는 경우, 식품 취급자의 손에 의한 전파 등이 있다.
 
# 살모넬라균 등 오염 식품 섭취 원인
한국에서 가장 흔한 식중독이며 감염원은 오염된 우유, 달걀, 닭, 육류 등이다. 대개 잠복기는 6-48시간이며 2주까지 갈 수 있다.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육류, 낙농품, 달걀 등에 의해 감염되며 음식을 먹은 뒤 12∼24시간의 잠복기를 지나 발병한다. 심한 복통과 설사, 구토, 발열, 오한 등이 발생하며 대변에 피나 점액이 섞여 나오기도 한다. 중증인 경우 경련이나 의식장애를 일으키고,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예방은 원인이 되는 동물성 식품을 충분히 냉동하고, 조리할 때 충분히 가열하며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포도송이처럼 보이는 성질의 포도구균이 만들어내는 장독소가 주원인이다. 원인식품으로는 주로 단백질이 풍부하고 수분이 많은 크림, 샐러드, 육류 등을 꼽을 수 있다.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갖춘 여름철에 이 균에 감염된 식품을 그대로 두면 균이 왕성히 번식해 독소를 다량으로 생성하며 이 식품을 먹으면 1∼6시간 내에 발병하게 된다. 구토, 설사, 복통을 나타내며 보통 24시간 안에 회복된다. 포도구균 장독소는 내열성으로, 끓여도 파괴되지 않는다. 즉 조리한 후 장시간 둔 것은 다시 데워도 독소가 없어지지 않으므로 주의한다.

 또 장염비브리오균이 붙어있는 가자미, 문어, 오징어 따위의 생선이나 조개류를 생으로 또는 덜 익은 상태로 먹은 경우 4시간~4일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한다. 설사, 복통, 오한을 동반한 발열,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간혹 대변에 피나 점액이 섞여 나와 이질과 혼동되기도 한다. 대개 자연히 회복되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는 필요하지 않다. 주로 여름철에 발생하므로, 이 시기에는 생선이나 조개를 꼭 익혀 먹어야 한다.

 사람과 동물의 장내에 존재하는 대장균은 대부분 해가 없지만 병원성 대장균인 O-157은 사람의 장에 감염, 증식해 베로독소(verotoxin)라는 강력한 독소를 생산한다. 오염된 음식물이나 물을 통하여 감염되며, 사람간의 전파도 가능하다. 원인식품으로 햄버거, 우유, 사과주스, 요구르트, 치즈, 발효소시지, 상추, 무순 등의 발아채소가 알려져 있다. 가장 흔한 증상은 피 섞인 설사이고 복통, 발열, 오심, 구토, 심한 경우 경련, 의식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예방법은 생야채를 잘 씻고 고기를 완전히 익혀 먹는다. O-157은 열에 약하므로 식품 중심부위가 완전히 익도록 75도 이상의 더운 물에 1분 이상 끓이고, 요리나 식사 전에 반드시 손을 잘 씻고 도마, 식칼, 행주 등을 삶아서 사용하도록 한다. 지하수는 가급적 피하고 먹다 남은 음식을 먹을 경우에도 충분히 재 가열해야 한다.
 
# 발병시 수분섭취 늘리고 지사제 복용은 자제
식중독에 걸렸을 때는 우선 음식을 먹으면 설사가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탈수를 예방해야한다. 수분은 끓인 물이나 보리차 1ℓ에 찻숟가락으로 설탕 4스푼, 소금 1스푼을 타서 보충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이온음료도 좋다. 설사약은 함부로 복용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장 속에 있는 세균이나 독소를 배출하지 못하여 병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가 줄어들면 미음이나 쌀죽 등 기름기가 없는 음식부터 섭취한다. 설사가 장시간 멎지 않을 때, 복통과 구토가 심할 때, 고열이 있을 때,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올 때는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식중독 균은 대체로 열에 약하고 저온에서 잘 번식하지 못하므로 음식을 충분히 익혀 먹고 남은 음식을 냉장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 날 음식과 조리된 음식을 따로 보관하고, 날 음식을 썬 칼과 도마는 다른 식품을 자를 때 사용해서는 안된다. 야채를 손질할 때도 날고기를 썬 식칼로 다듬지 말아야 한다. 상추 등 엽채류를 씻을 때도 한 잎 씩 흐르는 물에 씻고, 잎모양이 복잡한 브로콜리 등은 뜨거운 물에서 1분동안 데쳐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음식물의 조리, 저장, 배식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음식을 다루기 전에 20초 이상 비누로 손을 씻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포도상구균의 경우 인구의 50%가 손에 보유하고 있으므로 특히 조심해야 한다. 어패류는 반드시 5도 이하에서 냉장보관한 뒤 75도에서 15분 이상 끓여 조리해야 하며, 세균이나 독소가 저온에서는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여름철이면 음식물의 냉장보관을 권한다. 그러나 냉장고에 보관할 때도 쇠고기는 3∼5일, 우유는 2∼4일, 어패류는 1∼2일 이상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식사를 하기 전에 항상 손을 씻고 조리된 음식은 깨끗한 식기에 담는다. 김은혜기자 ryusor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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