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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가 보진 못했지만 책이나 도록을 통해 접했던 세계의 여러 아름다운 도서관의 모습 중 가장 인상에 남았던 곳 중 한 곳이 바로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이다. 사람의 눈은 다 비슷한 것인지 이 도서관 건물은 오스트리아 건축물 중 대표적인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유럽의 모든 도서관 중 가장 인상적인 건축물으로 손꼽힌다.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오스트리아 구 왕궁내에 있는 국립도서관, 프룬크잘의 메인 홀. 길이 77m에 이르는 이 홀 중앙에 도서관 설립자인 카를 6세가 위용넘치게 자리하고 있다.

# 국립도서관은 곧 한 나라의 얼굴
예전에 경주 박물관에서 만났던 오스트리아에서 온 한 외국인은 그 문화적 자존심과 콧대가 어찌나 높은지 (혹은 우리의 공중의식이나 관광서비스가 잔뜩 기대를 하고온 노신사에게는 너무도 낮은 수준이었던지) 그가 본 우리나라에 대해 비판만했던 기억이 난다. 반면 자신의 나라와 문화에 대한 칭찬만은 끝없이 늘어놓았는데 그 땐 막연히 오스트리아의 문화적 수준이 대단한가보다 생각다. 막상 오스트리아국립 도서관을 접하고보니 그의 문화적 자존감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국립도서관은 말그대로 한 나라의 자산이자 문화적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다.

 게다가 오스트리아는 한 때 유럽문명의 중심지로서 16세기 합스부르크 왕가의 전성기 시절엔 프랑스와 함께 유럽의 패권을 장악했던 강대국이기도 하다.
 현재는 유럽에서 정치, 경제적으로 주도권을 발휘하진 못하고 있지만 그 역사는 6세기 초 바이에른 사람들이 도나우 강 유역부터 알프스 산 일대 지역을 지배했을 때부터 시작된다. 이 긴 역사가 보여주듯 수도 빈의 한 가운데에는 10여 개의 궁전이 있는데 그 중 구 왕궁(호프부르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빈소년합창단'이 예배찬양을 하는 왕궁예배당을 비롯해 왕궁의 보물창고로 이용된다. 이 궁은 합스부르크의 황제들이 기거했고 지금은 대통령 집무실, 미술관, 도서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페인 승마학교 등으로 이용된다.
 
# 740만권도서·귀중품 소장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곳으로도 공인된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은 740만 권의 도서와 상당수의 귀중본 들을 소장하고 있어 오스트리아 문화재의 보고로 불린다.
 같은 시기 집계한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 장서 수 550만 권에 비하면 200만 권이 많은 엄청난 수량이다. 여기에 열 가지 특수컬렉션에 포함된 자료와 도서관에 소장된 장서 중 많은 것들이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돼있다. 빈 의회의 마지막 기록물, 슈베르트의 원본악보, 에르체르조그 라이너의 파피루스 등의 컬렉션이 그것이다.

 방문객들은 주로 건물의 윙, 즉 중심건물 옆 부속건물 가운데로 들어가는데 로비를 통해 호프부르크의 입구를 경유하면 고전적인 처마장식을 볼 수 있다. 건물의 중앙은 옛 로마의 거대하고 위협적인 이륜 전차 조각품으로 차 있는데 이는 무지와 질투를 지배하는 아테나의 업적을 묘사한 것이라 한다. 아테나는 지혜의 여신으로, 이는 하이델베르크 대학이나 미국의 유명한 대학 캠퍼스에서 아테나를 표상으로 한 조각품을 자주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유럽에서 가장 오랜 역사 자랑
바로크 양식으로 지은 도서관 입구로 들어서면 로마제국의 남쪽 지방에서 가져왔다는 고대 비문으로 장식된 진열된 소품이 눈을 사로잡는다.
 중앙 돌출부의 둥근 천장에는 프레스코 화법으로 하늘이 그려져 있는데 마치 천국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밖에 전쟁의 신 마르스와 불의 신 불칸 등에 에워싸인 황제들이 천사들과 노니는 그림이 천장에 가득하다.
 8개의 둥근 하늘 창이 있는 돔 아래에는 이 도서관을 건립한 황제 카를 6세이 조각상도 긴 망토를 걸치고 한가운데 서 있다.

 조각품 주위엔 대리석으로 만든 당대의 수도원장, 왕족, 유명 정치가 등 열여섯 명의 조각상이 두루마리 필사본 등을 들고 코너마다 자릴 지키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네 벽면의 1, 2층 서가에는 고서들이 빼곡이 차 있는데 모두 20만 권이나 된다. 울산에서 가장 많은 장서를 자랑하는 중부나 남부도서관에 소장된 총 장서 수가 24만권임을 생각해 볼 때 이는 엄청난 숫자다. 이 책들이 갖가지 문화재, 예술품과 어우러져 도서관이라기보단 박물관이나 미술전시관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도서관 장서 속에 포함된 상당수 책은 단순히 '읽는 것' 이상의 재산적 가치가 있는 보물로서 왕실이나 귀족가문의 상징이나 마찬가지라 호화로운 장식을 입혀 제작했다. 양피지나 독피지를 사용했으며 표지마다 금은보석과 상아를 붙이고 세밀한 삽화와 화려한 색을 입혀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 왕궁 속의 현대식 도서관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은 이렇듯 옛 모습만 자랑하는 공간은 아니다.
 구 도서관 근처에 현대적 도서관을 함께 운영하는데 현대식 건물로 새로 짓지는 않고 옛 왕궁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내부에는 최신시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료열람과 대출 및 정보서비스를 제공한다. 10개 부서 안에 기록관과 박물관을 갖추고 있으며 파피루스 박물관만 해도 18만건의 파피루스를 보유해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앞의 프룬크잘이 있는 도서관이 박물관, 기록관을 겸하고 있다면 이곳은 순전히 이용자를 위한 곳이다. 대형 열람실을 확보하기 위한 지하에 서고 공간과 일부 이용자 공간을 여러 층으로 재배치해 도서관 서비스에 획기적인 개선을 이뤄냈다.

 특히 2001년부터 홈페이지를 개설해 인터넷으로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접근이 가능하며 2004년 헨델 광장 부지에 현대식 도서관을 재개발하면서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장애인도 쉽게 접근이 가능하도록 2개의 열람실을 통합식 계단과 유리 승강기로 연결시켰다. 또 좌석을 미리 배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필요에 따라 3개 층으로 이뤄진 열람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 사회적 관심·정부 효율적 지원 필요
이곳이 현재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던 데는 그간 사회적 관심과 정부의 법률 지원이 있었다. 도서관 법은 2002년 제정한 박물관법에 근거하는데 이 법의 핵심은 오스트리아 문화를 영도하는 데 도서관을 중심체 내지 주체기관으로 보고 도서관이 세계문화유산의 관리까지 담당할 것을 승인하고 있다. 국가의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중대한 일은 우리나라 같으면 정부 중앙부서가 맡는데 오스트리아는 도서관도 이를 담당한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특수한 부속기관으로 오스트리아 문헌기록관, 오스트리아 민속음악연구소 기록관, 사진 기록관, 필사본, 자필문서, 비공개 문서부, 지도 및 지구의 박물관, 음악자료부, 언어 및 에스페란토 박물관 등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이런 바탕이 있기에 이곳이 인문학 도서관의 총본산으로 꼽히는 것이다. 도서관 그 자체로 화려하고 장엄하며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보다 국가기관이 많은 도시의 심장부에 빈 관광의 중심지에 또 시내교통의 요충지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이곳에 도서관을 두어 오스트리아의 문화를 선도하고 국가문헌을 관리하고 보존하며 지식정보를 공유하는 마당을 당당히 펼치고 있는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자부심을 울산 시민들도 이와 비슷한 시립도서관을 가짐으로써 언젠가 갖게 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참고=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홈페이지(http://www.onb.ac.at)·사진 제공=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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