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든 것이 스피드인 시대. 책과 정보도 빨리 접하는 것이 습관이 된 우리에게 이 책은 말한다. "빨리 읽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현재 메이지 대학 문학부 전임강사로 재직 중인 저자 이토 우지다카는 '슬로 리딩'수업으로 유명한 전설의 주인공인 하시모토를 직접 취재하고, 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이 '슬로 리딩'수업의 전모를 파헤쳤다. 총 7장으로 구성됐으며 각 장 사이에는 '천천히 깊게 읽기'라는 코너를 마련했다.
 책은 바람 한 점 없는 날, 하시모토 선생님이 교실 구석까지 들릴 만한 목소리로 천천히 침착하게 <은수저>를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이들은 너도나도 대나무엿을 깨물며 그 목소리를 주의깊게 듣고 있다. 1934년 하시모토 선생님이 나다 학교에 부임한 이래 해온 수업 방식이다.


 하시모토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주입식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흥미를 느끼게 하려면 무엇보다 '학생이 주인공이 되어'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작품의 내용과 작품 속의 단어에서 파생되는 것들까지, 학생에게 진정한 국어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줄 교재는 없을까, 줄곧 그 생각만 했습니다. 학생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서 읽을 수 있는 책은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래, 이 소설책을 3년 동안 읽어 보자.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책임지겠다. 그 정도는 각오하고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3년 동안 이 수업에서는 '교과서를 버리고' 소설책 1권을 읽는 수업이 진행된다. 학생들이 흥미를 좇아서 샛길로 빠지는 수업, 모르는 것 전혀 없이 완전히 이해하는 경지에 이르도록 책 1권을 철저하게 음미하는 미독의 슬로리딩. 그러는 과정에서 하시모토 선생님은 성적으로 아이들을 나무라거나 차별한 적이 없었다.


 그는 수업을 할 때도 가르친다기보다는 폭을 넓히고 깊이를 얕게 해서 학생들이 마음껏 의문을 갖도록 했으며, 누구나 흥미의 대상을 찾고 점점 거기에 빨려 들어가도록 했다.


 이 책은 이 <은수저>수업을 중심으로 한 하시모토 수업의 정수인 '샛길 학습론'을 사이토 다카시 교수를 비롯한 21세기 대표하는 교육전문가들과 함께 쉽게 해설해 나간다. 그 해설과정이 자세할 뿐 아니라 흥미있게 서술돼 있어 속독으로는 결코 익힐 수 없는 하시모토 선생의 미독의 비법을 독자들이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