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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는 현재 전시중인 울산박물관의 특별전 <조선시대 문인화의 세계 - 정선·김홍도 울산에 오다>에 선보이는 주요작품의 배경, 숨겨진 일화, 화가에 얽힌 이야기 등을 소개함으로써 감상의 이해와 폭을 더욱 넓힐 수 있는 <지상갤러리-옛 그림, 그 너머의 이야기>를 울산박물관과 공동으로 마련합니다. 우리 문화의 황금기(숙종에서 정조대까지 125년간)인 진경시대의 문화예술을 꽃피운 문인화가들의 생애와 작품에서 건져올린 다양한 이야기들이 매주 화, 목요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은 관심바랍니다. 편집자

 

 

조선시대 사대부인 문인들은 절친한 벗들과 시(詩)와 그림(畵)을 주고 받으며 우정을 나누었다. 이번 특별전에서도 이러한 우정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먼저 표암(豹菴)강세황(姜世晃)과 연객(烟客) 허필(許?)은 절친한 친구 사이로 허필이 그림을 그리면 강세황이 제발(題跋·그림에 대한 간략한 느낌이나 설명)을 적어주며 친분을 나눴다. 특히 강세황이 부인과 사별한 이후 슬픔에 빠져 붓을 놓자 허필은 슬픔에 빠진 그를 독려하며 그를 일으켜 세웠다. 이들의 우정을 볼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부채에 그린 산수도(山水圖)다. 부채 좌우에 거의 비슷한 필치로 산수화를 우측에는 강세황이, 오른쪽에는 허필이 각각 그려 넣었다.
 조선말기 화원으로 활약한 석연(石然) 양기훈(楊基薰)의 <화조도(畵鳥圖)>에서 역시 친구 백련(百蓮) 지운영(池雲英)이 남긴 제발이 확인되는데, 이를 통해 이들의 우정을 확인할 수 있다. 방아깨비를 노리는 새를 그린 소박한 그림은 장수를 기원하는 양기훈의 소망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이 그림에 지운영은 "무의식 중에 그려놓은 이 그림이 너무 좋다 못해 미울정도(行其所無思 可愛可憎)"라며 원망이 섞인 안타까움을 나타낸 제발을 남기고 있다. 지운영은 "이미 저승으로 가버린 친구를 불러다가 술한잔 권하고 싶다(故人重起力原 當勸美酒一盃)"며 양기훈이 남긴 유작에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묻어나는 글도 함께 남겼다. 이처럼 이번 특별전에서는 시서화를 통해 두터운 우정을 주고받은 문인들의 진심어린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울산박물관 학예연구사 최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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