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물의 민낯'은 익숙한 물건의 처음을 찾아 그것이 변천해온 과정을 추적하며 그 속에 담긴 시대의 변화, 사람들의 욕망을 담은 책이다.


 한국 사람은 한 해에 몇 개나 라면을 먹을까. 1인당 70개 정도다. 평균 닷새에 하나를 먹는 셈인데 라면을 못 먹는 아기와 밀가루 음식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을 빼면 숫자가 더 올라간다. 그럼 라면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중국에서는 라면을 납면(拉麵)이라고 하는데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개항장에 들어온 중국 사람들이 노점에서 만들어 판 것이 시초였다.


 일본에 온 납면은 닭뼈·돼지뼈·멸치·가다랑어를 우려낸 국물에 중화면이라는 국수를 말아 먹는 라멘으로 발전한다. 이것도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인스턴트 라면과는 맛이나 모양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 형태의 라면이 개발된 건 일본의 사업가 안도 모모후쿠에 의해서다. 그는 밀가루로 사업을 벌리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는데 마지막에 자살을 앞둔 심정으로 포장마차에 들렀다가 기름에 면을 튀기는 걸 보고 개발해 냈다. 라면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건 1963년 삼양식품을 통해서다. 처음에는 일본식 맛으로 개발돼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쇠고기 국물에 익숙하고 맵고 짠 것을 좋아하는 우리 기호에 맞는 스프가 개발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처음 라면을 만들어 팔던 업자 중에 국내 최고의 신문사까지 있었던 걸 보면 라면에 대한 기대가 대단했던 모양이다.


 하이힐은 어떨까. 현재 스타일의 하이힐이 처음 나온 건 16세기 베네치아 여인들에 의해서다.


 도시에 오물을 처리할 수단이 없어 오물을 피해 다니려고 높은 굽의 신발을 만든 게 시초다. 이상하게 여겨지지만 하이힐을 유행시킨 건 남자다. 프랑스 루이 14세는 자기 다리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있던 사람인데 다리를 드러내기 위해 하이힐을 착용했다. 어찌 보면 당시 하이힐이 남성을 중심으로 보급된 게 당연하다. 여성들은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긴 치마를 입고 있어 화려한 구두를 신을 필요가 없었다.


 '사물의 민낯'은 49개 물건을 다루고 있다. 그 속에는 생리대·피임약 같이 은밀한 곳에서 사용되는 것부터 칫솔·우표같이 친밀한 것까지 그리고 자장면·돈가스 같이 맛있는 것 등 다섯 부류가 있다.


 책을 쓴 이들도 재미있다. 갈릴레오 SNC인데 '재미없는 콘텐츠는 악'이라는 생각으로 지식·정보·사상을 재미있게 포장하고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창작 집단이다. 이들은 법률적인 얘기까지 쉽게 전달하려고 했을 정도니 사물이 만들어진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