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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학성공원~학성산을 연결하는 '중구 학성역사체험 탐방로'는 일상을 잊고 흙길을 따라 걸으며 태화강 전경, 구도심, 김홍도 추모비 등 울산의 자연과 역사를 느낄수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현대인들은 도심속에서 하루하루 생활하다보면 심신이 지치기 마련이다. 자연스레 주말이면 회색빛 건물들과 아스팔트 도로를 피해 푸른 녹음이 펼쳐진 야외를 찾는다. 요즘처럼 가을바람이 살랑거릴때 소박한 흙길을 걸으면 심신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두 발을 번갈아 디디며 잠시 일상을 잊으면 이 산책로는 우리에게 마음의 위안과 행복, 여유를 가져다 준다. 이런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고 지역의 역사를 동시에 느낄수 있는 산책로가 울산 도심 한 가운데 있다. 바로 '중구 학성 역사체험 탐방로'다.

    탐방로는 총 5.7㎞ 규모로 학성교 인근 태화강 일원에서 시작돼 학성공원을 거쳐 학성산의 학성 제2공원까지 연결된다.
 얼핏보면 일반적인 생태 산책길과 비슷하다. 하지만 탐방로 코스에는 태화강의 전경과 구도심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독립운동가인 고헌 박상진 의사 기념비와 왜군에 맞선 의사들의 위패를 모신 충의사, 포은 정몽주와 회재 이언적 등 유학자의 위패를 모신 구강서원 등을 접할수 있다. 울산의 역사가 담긴 장소를 따라 거닐게 돼 이 자체로써 문화 학습장인 셈이다.


   
 

# 학성공원 일대 5.7㎞
탐방로의 첫 시작지점이라 할수 있는 학성공원에서 출발한다.
 학성은 천신(天神)이 학을 타고 이곳에 내려와 학성이라 불렸다하며, 신라의 계변성을 이르는 명칭이기도 했다. 정유재란 때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울산읍성과 병영성을 헐어낸 돌로 울산왜성(울산광역시문화재자료 제7호)을 쌓았는데 그때만 해도 학성의 남쪽은 바다와 접하고 있었다. 봄이 되면 공원 전체가 벚꽃으로 하얗게 뒤덮어 주민들이나 유치원생들이 소풍을 하러 찾는 곳이다.

 학성공원 입구 계단을 시작으로 포장된 길을 따라 걷는다. 약간의 경사가 있지만 가볍게 오를수 있을 정도다. 예전에는 울창한 나무들이 우거져 다소 음침한 분위기였지만 현재는 잡목들을 제거해 쉽게 햇살을 느낄수 있다. 길 옆으로는 중구 학성동 가구거리와 집들이 들어서 있다. 5분쯤 길을 걷다보면 추전 김홍조 공덕비를 만난다. 공덕비를 지나 다시 3분쯤 걷다보면 울산왜성의 성곽과 마주친다. 성인의 팔 길이정도되는 큰 돌들이 겹겹이 쌓여있다. 비록 이끼가 끼어 있지만 500년이 지난 세월에도 아직 큰 훼손없이 유지되고 있다. 문득 이 많은 돌을 산위까지 가지고 올라와 빈틈없이 쌓은 것이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왜성의 모습을 감상한뒤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공원정상으로 다가갈수록 중구 학성동의 집들과 도로가 한 눈에 들어온다. 10분여쯤 지났을까. 학성공원 정상이 보인다. 비교적 평탄한 공원 정상에서 저 멀리 태화강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또 공원 내 정상에는 박상진 의사 추모비도 볼수 있다. 독립 운동가로 활약한 고헌 박상진(1884∼1921)은 비밀 결사대인 대한광복회를 조직하고 총 사령관으로서 광복을 위해 활약했다. 봄에는 벚꽃이 어우러져 추모비 일대 모습이 색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이 때문에 인근 유치원생들이 선생님의 인솔하에 이곳 추모비에서 도시락을 먹는 모습도 볼수 있다.


   
▲ 예전에는 울창한 나무들이 우거져 음침했던 학성공원이 잡목 제거로 산뜻하게 변했다.

#태화강 전경·구도심 일대 조망
잠시 공원 정상에서 가을바람을 맞으며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도시 울산의 모습을 바라본다. 이제 학성공원을 지나 중구 도심지를 가로질러 충의사 쪽으로 향한다.
 학성공원과 학성산을 잇는 탐방로 연결로는 학성공원 입구에서 함월초등학교 방향쪽 길이다. 아직 안내표지판이 없어 길을 헤맬수 있지만 이달 내로 이정표가 들어설 예정이다. 학성삼거리에 도착하면 충의사 표지판을 따라 길을 올라간다. 이내 충의사 담벼락이 펼쳐져있다. 담벼락을 따라 구강서원까지 걷는 코스가 있지만 동백나무 숲을 보기 위해 담벼락이 시작되는 곳의 노란색 작은 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길을 따라 3분여 지나니 울창한 동백나무 숲이 펼쳐져 있다. 도심 한가운데서 이런 시외에 있을 법한 나무숲을 만나니, 마치 시골 과수원길을 걷는 듯 하다. 숲을 지나자 내리막길이 펼쳐진다. 현재 이곳은 공사가 진행중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인 1598년에 왜군을 상대로 목숨을 받친 의병투사들을 기리기 위해 꽃 1598주를 심어 일대를 꾸밀 예정이다. 한 5분여 걷다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학성산 정상을 통해 가는 코스와 주상절리를 볼수 있는 코스로 나뉜다. 해변가에서나 볼수 있는 주상절리를 이곳 중구 도심지에서 볼수 있다는 호기심에 주상절리 쪽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 인위적 포장대신 흙길 유지
학성산 일대는 사유지가 많아 텃밭도 쉽게 볼수 있다. 또 아담한 흙길이 계속이어지기 때문에 작은 산골 마을의 풍경처럼 느껴진다. 중구청측은 탐방로를 따라 생태와 역사자원 그대로를 느낄수 있게끔 인위적으로 길을 포장하지 않았다고 한다.

 길을 걷다 10분쯤 지나자 바위가 깎아진 듯한 작은 절벽과 마주친다. 분명 해안가에서 볼수 있는 주상절리다. 주상절리는 단면의 형태가 육각형 내지 삼각형으로 긴 기둥 모양을 이루고 있는 절리를 말한다. 제주도 주상절리나 강동 화암주상절리 처럼 거대하고 웅장하지는 않다. 하지만 육지에서 그것도 도심 한가운데서 이런 모습을 볼수 있는게 새롭다. 이는 중구 학성동 일대가 옛날에 바다와 맞닿았다는 증거로써 학문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주상절리를 따라 오르막 계단을 올라가니 울산MBC 방송국의 모습이 보인다. 탐방로 도착지점이다.

# 커뮤니티 형성 문화콘텐츠 활용
중구는 앞으로 주민과 전문가 등이 주축이 된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해 탐방로를 관리·운영할 예정이다. 또 역사 체험프로그램을 갖춰 울산의 문화콘텐츠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먼 곳으로 산행을 떠날 여유가 없는 직장인, 긴 코스가 걱정되는 어르신, 아이들을 떼놓을 수 없는 엄마 등에게 온가족이 손잡고 걸을 수 있는 도심 속 중구 학성 역사체험 탐방로는 짧은 가을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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