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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운 '매화서옥도'

과거 사대부들은 이른 봄에 막 피어난 매화가지를 꺾어(折梅) 화병에 꽂아 놓고 이를 감상하며 시구를 짓고는(著句) 했다. 이와 같은 선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을 보통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라고 한다.

이번 특별전<조선시대 문인화의 세계>(12월 9일까지 전시)에서도 이런 류의 그림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이방운의 작품이다. 이방운은 함평인(咸平人)으로 자는 명고(明考), 호는 기야(箕야), 심재(心齋)이다.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으나 현존하는 작품을 보면 주로 옛 이야기나 시를 소재로 삼았으며, 화풍은 산수나 인물 등 남종화풍으로 일관되게 그렸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작품 속 초당 뒤에는 대나무 숲이 보이며, 담 밖으로는 산골짜기에서 폭포가 이른 봄의 계절에 맞지 않게 굵은 줄기를 형성하고 쏟아져 내려온다.

모든 경물들이 간략하게 절제된 필선과 담채로 묘사되고 초당(草堂)안의 선비의 차분한 마음가짐을 반영하는 듯하다.

집 안 뜰에 핀 아름다운 매화를 보다 절로 시구가 떠오른 선비가 매화를 꺾어 자신의 책상위에 꽂아두고 시를 적으려는 찰나가 표현되어 있다.

사군자의 하나인 매화를 보며 군자의 절개와 지조를 느꼈을지, 아니면 아름다운 매화에 매료되어 시구를 적었을지 감상하는 사람에 따라 상상할 수 있는 그림이다.
 최영하 울산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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