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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북 '산수도'

'한국의 반고흐'라 불리는 중인출신 화가 최북은 광기 어린 삶을 살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초명인 식(埴)을 30세경에 북(北)으로 개명했고, 자(字)는 '북(北)'자를 파자한 칠칠(七七), 호는 '붓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라는 호생관(毫生館)을 많이 사용했다.

권문세도가의 그림강요에 붓으로 자신의 눈을 찔러 단호히 거부하기도 하고, 금강산 유람 중에 아름다움에 취해 차가운 물속에 뛰어 들 정도로 광기가 넘쳤다.
 
특이한 이력의 삶에 비해 그의 작품들은 안정적인 필체와 구도상의 균형을 유지한다.

이번 특별전<조선시대 문인화의 세계>에 소개되는 최북이 그린 눈 덮힌 산수화인 '산수도'는 청나라 시대에 발간된 화보인 『개자원화전(芥子園畵專)』에 실린 당나라 시인이자 화가 왕유(王維 699-760)의 부채면에 그린 그림을 기초로 하고 있다.

수묵산수화의 시조와 동시에 남종화(南宗畵)의 시조로 추앙받는 왕유는 조선 후기 남종화의 폭넓은 수용으로 많이 알려졌으며, 대개 이와 같은 눈 덮힌 산수화가 그의 화풍을 대표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왕유의 작품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나 최북 자신의 호방한 개성을 살려 장면을 단순화했으며, 자신감 있는 필선으로 경물들을 묘사했다.

화면 좌측 여백 속에 호방한 필치로 기운있게 쓴 호생관은 구도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화보 형식을 근거하고 있으나 적절한 변화를 가하고 개성있는 필선과 묵법을 구사하여 스산한 겨울 분위기를 창출한 최북 특유의 그림이다.  최영하 울산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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