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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현대음악의 거장 해리슨 버트 위슬에 사사
한국 최초 뉴에이지 아티스트로 국내 활동 시작
최근에는 대중음악 작곡가로 공중파에서도 주목
울산 관객 수용성 좋아…익숙한 음악으로 준비

"단순히 뉴에이지 음악 연주자보다는 '이루마만의 음악'을 하는 작곡가로 불러주세요" 매년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울산을 찾았던 작곡가·피아니스트 이루마(35)가 올해도 울산에서 로맨틱한 피아노 선율을 전한다. 23일 오후 6시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는 지난 10년간의 행복하고 소중한 순간의 기억을 피아노 선율로 그려낸 이루마의 7집 '기억에 머무르다-Stay In Memory'의 곡들을 만날 수 있다.

#매년 성탄절 즈음 울산 공연 마련
'무엇을 이루다'라는 뜻의 순 한글이름을 가진 이루마는 한국 연주음악의 새로운 장을 열며, 피아니즘의 감성미학을 새롭게 탄생시킨 연주자다. 섬세한 감성을 담은 초식남 이미지의 뉴에이지 연주자로 많은 인상을 남긴 그이지만  최근 대중음악 작곡가로의 행보를 걷고 있다. MBC FM4U <이루마의 골든디스크> 진행에 이어 SBS<강심장> 출연 등이 그것. 지난 29일 인터뷰를 통해 그는 "많은 이들이 저를 뉴에이지 피아니스트로 알고 계시지만 실은 저만의 음악을 하는 작곡가기도 하다"며 "로 제 색채나 이미지에 누가되지 않을 정도로 저와 제 음악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나만의 음악 알리고 싶어
5세에 누나들 어깨 너머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이루마는 이후 유럽 음악영재의 산실인 영국 퍼셀 스쿨을 졸업하고 런던대 킹스컬리지에 입학해 현대음악의 거장 해리슨 버트 위슬에게 사사했다. 그러나 영국 유학시절 현대음악을 전공하다 어느 순간 불현듯 '내가 하고 있는 음악을 누가 들을까? 보다 많은 이들이 듣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대중음악으로 진로를 선회했다.
 
그는 한국에 온 이유 역시 그동안 하고 싶었던 가요작업을 하기 위해였으며 최근엔 프로젝트 그룹으로 투 페이스라는 가수와 곡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연주음악이나 클래식에 대한 욕심도 여전하다. 전공이 클래식인 그는 최근 유키구라모토, 스티브 바라캇과 함께한 파크콘서트의 경우처럼 연주음악과 오케스트라를 병행하는 클래식한 음악도 만들고 싶고 연주자들을 위한 음악도 쓸 것을 계획중이다.
 
그는 이런 자신의 음악을 "이루마만의 음악. 굳이 표현하자면 시(poem)같은 음악"이라고 했다. 시적이고 깊이있으면서 감성적인 음악을 계속 써나가고 싶다는 그는 그 속에 연주음악과 가요 음악 등을 모두 포함했다. 그에게서 그동안의 음악세계와 이번 울산공연에 대한 얘기를 더 들어봤다.

 

   
 

#이메일 음성? 인터뷰
이루마는 차분한 말씨와 나긋한 음성으로 자신의 음악과 공연에 대한 얘기들을 전했다 . 그는 "실제 제 작업의 8할은 작곡이고 2할은 피아노 연주이지만, 많은 분들이 공연에서는 '이루마표 뉴에이지 연주곡'을 들으러 오시는 만큼 공연에서도 변함없이 피아노 연주곡들을 전해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매년 연말이면 추위를 녹여 주는듯한 감미로운 음악을 듣게 돼 참 좋다. 그동안 울산공연은 매번 매진이었고 이번에도 반응이 뜨겁다. 인기의 비결은?
변함없이 늘 같은 음악으로 여러분을 찾아뵙는 게 큰 이유인듯 하다. 많은 이들이 음악을 위로받기 위해 듣는데 연주음악이다보니 위로가 잘 되는 부분도 있는 듯하다. 또 학생이나 피아노를 배우는 이들은 자기가 연습하는 이루마의 연주음악을 직접 들어보기 위해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울산에 대해 받은 인상이나 관객들의 특징이 혹시 있는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울산이 참 많이 발전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울산 관객의 특징이 있다면 무슨 얘기를 해도 잘 받아주시고 즉각적인 반응이 와서 좋다. 바라는 점은 딱히 없다. 이미 너무 잘하고 계신다.

▲이번 무대에서는 어떤 곡들을 들려 주시는지?
최대한 관객의 귀에 익숙한 음악들로 준비했다. 예전과 크게 다른게 없다. 앞서 말했듯 피아노 공연과 관련해서는 변함없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요즘엔 주변의 많은 것들이 빠른 시간 내에 변하고 있는데 그게 참 싫더라. 굳이 나까지 변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또 이루마만의 연주음악을 듣고 싶어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변함없이 좋은 연주곡을 들려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메이비나 키스 더 레인 등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곡과 신곡 몇 곡이 준비되어 있다. 또 조만간 가요나 최근 작업한 새로운 곡들이 나오는데 울산에선 꼭 선보이겠다.

▲인기 뿐 아니라 '한국 뉴에이지 음악계를 리드하는 이루마'라는 평가를 받다. 이에 대한 어떤 책임감이나 부담이 있는지?
뉴에이지 장르라고 말하긴 그렇다. 전 소속사에서 홍보하는 입장에서 타이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한국 최초의 뉴에이지 아티스트라고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사실 굉장히 다양한 음악을 쓰고 있다. 클래식도 재즈도 아닌, 연주음악도 쓰지만 최근 가요작업도 하고 있다.
 힙합이나 발라드 등 다양한 음악을 쓰고 발표를 하고 있다. 어떤 아티스트이든 간에 자신의 이름을 내거는 음악이 색깔을 내보이듯, 제 음악도 이루마 만의 색을 담아 아 이 음악은 이루마의 음악이다라고 알 수 있도록 만든다
 
▲데뷔한 지 어느덧 11년이다. 예전과 지금 음악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달라졌나? 최근 결혼, 출산 등의 변화로 아버지가 된 것이 음악에도 영향을 미쳤나?
아무래도 결혼하고 아이가 있다보니, 시간이 흐르다보니 음악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어린 마음에 피아노 음악은 이 정도하면 되겠지 하는 건방을 떨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아이가 있다보니 매 순간, 매 곡을 연주할 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딸에게 제 음악을 들려주고 하면 반응이 신기하다. 노래를 따라부를 때도 있고. 제 딸이 노래를 잘한다.(웃음) 나중에 딸이 커서 아빠의 음악을 들었을 때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하고 싶다.
 
▲자서전 <이루마의 작은 방>에서 음악 꿈나무들에게 '남들이 안 하는 것에서 꿈을 찾아라'고 했는데 울산의 피아노 연주자나, 작곡가 등 뮤지션이 꿈인 친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자서전에서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라고 했지만 누구나 하는 일이라고 그 일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아닐 것이다. 또 어떤 일을 하던 간에 세부적으로 깊이 들어가다보면 겉으로는 남들과 비슷한 것으로 보였더라도 점차 새로운 것을 찾고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이 보인다면 집중적으로 공략해서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의 길이 열릴 것으로, 또 본인이 분명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음악이나 작곡을 하는 분들이 있다면 자신만의 음악을 꼭 쓰길 바라고, 연주자라면 연주에 머물게 아니라 작곡을 꼭 해보길 바란다. 연주자는 세상에 너무 많다.

 

   
 


 
▲'나이가 들면 시골에 작은 음악학교를 세워 가난하지만 재능이 넘치는 뮤지션들을 키우는 것을 꿈'이라고 했는데 혹시 이외에 요즘 새로 생긴 꿈도 있는지?
음악학교는 꼭 세우고 싶다. 그동안 제가 세상으로부터 배우고 받은 것을 다시 돌려주는 차원인데 그게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실제 영국에서 다닌 학교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작고 아담한 언덕위에 있었던 작은 음악학교였는데 특정 음악을 강요하기 보단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펼쳐보일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 그곳의 설립자이자 선생님으로 일해보고 싶다.
 또 요즘 새로 생긴 꿈이 있는데 그건 울산 공연에서 말씀드리겠다.(웃음)
 
▲영국의 음악교육은 어땠나?
영국에 있을 때 선생님은 피아노를 몇 번 연습해오라거나 이런 식으로 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어느날은 바흐가 살던 당시의 건축물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야기했다. '사진 속 곡선들을 봐. 바흐는 이런 곡선들을 보며 곡을 썼어'라고. 그 느낌을 이해하고 연주하는 그게 바로 교육이다.
피아노 치는 방법도 그렇다. 국내에선 피아노를 칠 때 계란을 살짝 감싸듯 손을 세워 연주하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피아노를 칠순 없다. 손 모양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손끝에 살이 별로 없어서 가르쳐준대로 하면 손톱 소리밖에 안난다. 그래서 손을 뉘여서 연주하는데, 한국에선 이를 나쁜 자세라고 말한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고 싶다. 특히 본격적으로 가요작업을 하게 될 것인데 내년 1월 3일 공개되는 유명 여 가수가 제가 쓴 곡을 부를 예정이다. 언젠가 빌보드차트에 제 음악이 오를 날을 생각하며 열심히 하고 있다.
또 내년 2월부터는 해외 공연을 시작하려고 계획중인데 싱가폴을 시작으로 독일 등에서 투어를 펼칠 생각이다. 요즘 특히 유럽에서 제 음악이 반응이 좋다. 싸이만 있는게 아니라는 걸 좀 알아주셨으면 한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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