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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화제가 됐던 <88만원 세대>의 공저자 박권일이 <소수의견>이라는 책을 들고 찾아왔다. 그동안 쓴 시사칼럼들을 모은 책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2007년부터 통합진보당 사태가 일어난 2012년까지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담았다. 저자는 정치, 온라인, 일상, 이데올로기, 88만원 세대 등 5개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다수 의견에 가려진 '소수의견'에 견줘 내보인다.
 그의 글은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명명의 달인'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그는 복잡한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단서를 잡아서 곧장 치고 들어간다. 첫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동물은 속물의 미래다'도 이런 특징을 잘 보여준다.


 노무현 정부와 그 지지자들이 곧잘 내뱉었던 "괴물은 되지 말자"는 말이 사실 속물적인 내용을 감추고 있으며, 이런 속물성이 동물의 뻔뻔함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를 불러왔다는 지적은 통렬한 것이다.


 이외에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의 소비를 둘러싸고 벌어진 현상을 '진풍경'이라고 정의하면서, "사건은 사유되기는커녕 소비될 시간조차 부족하다"고 일갈한다.


 또 겉으로 평등을 요구하면서 정작 평등의 내용에 대해 외면하는 한국형 평등주의를 "부자가 되기 위해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한 사람을 수탈하는 상황을 야기하고, 부자에게는 어떤 위험도 초래하지 않는" 사고방식과 관련지어 설명하는 자세 역시 그의 글이 아니라면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처럼 박권일은 우리가 일상에서 간과하고 지나갈 수밖에 없는 맹점들을 찾아내서 독자에게 들이민다. '소셜 맥거핀' (소설이나 영화에서 어떤 사실이나 사건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꾸며 독자나 관객의 주의를 전혀 엉뚱한 곳으로 돌리게 하는 속임수. 저자는 언론이나 정치인의 이같은 속임수를 뜻함)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박권일은 "국익이나 공익을 빙자해" 출현하는 소셜 맥거핀이 "숭고한 내적 동기"를 지녔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진심이 만들어낸 가짜"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것이야말로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심정 윤리'의 본질이라는 말이다.


 박권일이 냉혹하게 지적하는 이런 문제들은 엄연히 존재하지만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 어떤 합의점을 형성한다.


 그러나 그는 이와 같은 합의점들을 깨트리고자 글을 쓰는 것 같다. 알고도 침묵하거나 아니면 몰라서 넘어갔던 문제들을 다시 호명함으로써 박권일은 사유하지 않는 사회를 질타한다.


 그렇게 작가가 말하는 <소수의견>은 그 자체로 '다른 생각'을 권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에서 사유를 길어올릴 수 있는 하나의 모범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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