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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주차장의 비정규직 노조 철탑 농성장의 현수막을 철거하려는 울산지법 집행관들과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이창균기자 photo@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사내하청 노조)가 벌이고 있는 송전철탑 고공 농성이 오는 24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지난해 10월 17일 현대차 비정규직 출신 해고자 최병승(37)씨와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사무국장 천의봉(32)씨는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주차장의 50m 높이 송전철탑 23m 지점에 올랐다.
 현대차를 비롯한 노조는 문제해결을 위해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또 정규직 노조와 사내하청 노조의 이견차로 노노 갈등도 불거진 상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태가 장기화되는 국면이다.

현대차 3,500명·하청노조 전원 전환 요구 차이 너무 커
정규직노조 중재도 하청노조 반발로 특별협의 중단사태
농성장 강제철거·하청노조 내부 반대기류 변수 될 수도
 
# 하청노조 "무조건 전원 채용"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는 회사측의 신규채용 안과 비정규직 노조의 전원 정규직화 안으로 압축된다.
 지난해 2월 23일 대법원은 당시 최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사내하청도 근로자파견에 해당,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를 현대차는 최씨 개인에 대한 판결로, 비정규직 노조는 현대차 모든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한 판결로 각각 해석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2015년까지 사내하청 3천명의 정규직 채용안'을 제시했다. 철탑농성이 시작되자 사측은 '2016년까지 사내하청 3,500명의 정규직 채용안'을 다시 내놨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조는 "기존 안과 다를 바 없다"며 거부하고 6대 요구안을 고수했다.
 비정규직 노조의 6대 요구안은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고소·고발·손배 가압류 철회 및 명예회복 ▲대국민 공개사과 ▲비정규직 노동자 추가 사용 금지 ▲구조조정 중단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이다.
 
#정규직-비정규직 갈등 심화
지난해 12월27일 정규직 노조가 회사측과 특별협의를 열고 잠정합의안을 내놓으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자, 비정규직 지회 노조원 300여명이 정규직 노조 사무실 앞을 막고 "지회의 동의 없는 잠정합의안에 반대한다"며 교섭단을 막아섰다. 이날 특별협의는 중단됐다.
 이후 정규직 노조는 6,800여개 사내하도급 공정(7,000여명 추산)의 정규직화, 조합원 우선 정규직화 등을 제안했지만 비정규직 지회측은 "전원 정규직화를 포기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비정규직 지회는 당장 정규직 노조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회사와 독자교섭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정규직 노조가 울산·전주·아산 3지회의 동의 없이 회사와 잠정합의안을 이끌어 내는 것을 막겠다는 의미다. 정규직 노조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동의 없이'라는 표현은 결국 비정규직 노조가 하자는대로 따라와 달라는 것인데, 이를 정규직 노조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비정규직 지회가 실제 독자교섭에 나선다 해도 현대차가 교섭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
 현대차는 지난 18일 회사 소식지 '함께 가는 길'을 통해 "사내하청 지회와 현대차는 법률적으로 교섭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청노조 내부 반발기류 확산
울산지법의 송전철탑 농성자 강제퇴거와 천막농성장 강제철거 집행은 이번 사태의 또 다른 변수다.
 울산지법 집행관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지난 8일 현대차 천막농성장과 현수막 강제철거에 나섰다가 노조 반발로 30여분만에 중단했다. 지난 18일에도 천막농성장 강제철거와 2명의 농성자 강제퇴거를 시도했으나 노조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2시간만에 중단을 선언했다.
 법원 집행관실은 이후 경찰을 추가로 동원하고 집행인력을 늘려 다시 강제철거를 시도하겠다고 밝혀 마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비정규직 지회 내부적 현장정서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신규채용에 응시하고 집행부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이는 등 비정규직 노조 내 일부 조합원들의 움직임이 비정규직 지회와 반대되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현대차 울산공장 안 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인 비정규직 노조 전 간부 정대원씨는 "노조원들이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일단 정규직 노조와 힘을 합해 계속 교섭을 추진하면 지금보다 더 성과있는 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조합원이 상당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승원기자 uss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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