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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을 간직한 채 인간 세계에 동참한 늑대와 그의 소울메이트 괴짜 철학자의 우정에 관한 놀라운 실화다.


 줄거리는 27살 철학 교수, 허구한 날 술 마시고 파티를 즐기며 화려한 솔로로 살던 그가 삶에 난 작은 구멍 하나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어릴 때부터 큰 개들과 어울려 지낸 그는 '개'가 필요했다. 그때 마침 신문에 난 광고, "96% 새끼 늑대 판매!" 속는 셈 치고 구경을 간 철학자는 이성을 잃고 만다. 보송보송한 털, 꿀처럼 노란 눈, 모난 데 없이 동글동글한 새끼 늑대에게 한눈에 반했다. 농장주는 철학자에게 혼혈종 늑대개가 아니라 100% 늑대라고 속삭이지만, 이미 마음은 엎질러진 물. 즉석에서 입양하고 만다.


 그것은 철학자의 인생을 결정짓고 세계관을 뒤흔드는 만남이었다. 그들의 동거 제1원칙이 (혼자 두면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기에) 어디를 가든 동행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줄도 묶지 않고, 앞서지도 뒤서지도 않고 나란히.. 그렇게 늑대 '브레닌'은 그 어떤 인간보다 의연하고, 우아하며 "누구보다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철학자의 '늑대 형제'로 성장했다.


 흔히 늑대는 개와 달라서 길들이기 어렵다고 한다.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는 당당하게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 그들은 서로를 길들이며 삶의 동반자가 됐다. 그에게 브레닌은 함께 산책하고, 수업하고, 생활하는 든든한 친구이자 형제였지만 훌륭한 글감이 되기도 했다. 이를테면 여행 중에 배를 타고 이동해야 했을 때 배 안에서 일어난 사건이 그렇다.


 크리스마스 때 네 시간동안 브레닌은 자동차 갑판의 차 속에 있어야 했다. 이전에도 여러 번 그랬기 때문에 별일 없을 거라 여긴 순간, 갑판 위를 유유히 걸어가는 브레닌을 발견한다. 만약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면 아비규환이 일어날 게 뻔했다. 다시 차 안에 가둬두고 나왔지만 당황한 직원들의 호출을 받고 다시 차에 도착한다.


 차는 여기저기 찢어져 있고 뒷유리는 볼 수 없었을 정도다. 시트는 조각나 있었고 좌석벨트는 물어 뜯겨져 나가 있었다. 넝마가 된 차를 보았음에도 그는 철학자적 면모를 발휘하며 직원을 안심시켰다. 브레닌은 도덕적으로 책임질 존재가 아니라고 말했던 것. 도덕적 수동자이지 도덕적 행위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책은 그가 이 일로 책을 한 권 쓰게 됐다고 밝혔다. 바로 <동물권: 철학정 방어>다. 당시 사건에서 본 동물의 파괴 본성이 결정타가 되어 사회계약에 동물을 포함시키는 내용을 연구해 집필했다. 책에 따르면 힘의 불균형이 도덕적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는 것.


 책에는 그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로 느껴지는 우정과 철학이야기가 공존한다. 브레닌의 원초적인 모습들을 통해 인간의 이면을 논하고 인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성의 대표주자 철학자가 야성의 대표주자 늑대와 함께 어울려 빚는 풍성하고 이색적인 삶의 화음! 과연 지성과 야성은 공존할 수 있을까? 따뜻함이 있지만 결코 가벼운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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