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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해방과 자유를 줍니다. 또 어떤 이에겐 불안과 고독을 안겨줍니다. 때론 쾌락과 여흥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밤은 하루의 걱정을 밀쳐둘 수도 있고,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는 미개척지일 수도 있습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 밤으로 떠나봅시다"


 모차르트가 '소야곡'에서 표현한 밤은 감미롭다. 고흐가 그린 '별이 빛나는 밤'의 풍경은 몽환적이다. 이들 예술가에게 밤은 소중한 창작의 소재였다. 하지만 불면증에 시달린 윌리엄 워즈워스에게 밤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아이들에게는 밤이 '침대 밑 괴물이 기어 나오는' 공포의 시간이다.


 밤의 의미, 밤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이처럼 사람마다 다르다. 밤이 빚어내는 변주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하루의 일부를 차지하고 태양에서 빛을 전혀 받지 못하는 기간'이라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식 설명으로는 부족하기 이를 데 없는 시간과 공간이 바로 밤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인생의 절반을 밤 속에서 살아간다.


 그렇다면, 과연 밤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일까? 캐나다의 재능있는 시인이자 에세이 작가인 크리스토퍼 듀드니는 '밤으로의 여행'에서 밤에 대한 입체적이고 백과사전적인 해부를 시도한다. 밤은 낮의 뒤편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한 세계이며, 아름다움과 신비함이 깃든 상상력과 창조의 공간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멀리는 고대의 헤로도토스와 중세의 토머스 무어, 셰익스피어를 거쳐 퍼시 셸리, 토머스 하디, 애드거 앨런 포, 파블로 네루다 등 현대의 작가에 이르기까지 밤을 찬미한 사람들의 경구들을 담아 책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밤의 풍경 묘사뿐 아니라 밤에 관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매혹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듀드니는 현재 캐나다에서 재능있고 유려한 문체를 자랑하는 작가로 통한다. 매끄러운 문체와 날카로운 지성, 따뜻한 감성을 바탕으로 밤으로의 환상적인 여행을 떠난다. 밤의 12시간을 12장으로 구성했다. '전형적'인 밤의 열 두 시간에 상응하면서 야근, 매춘마저 탐색한다.


 고흐의 불면증에서 블랙홀까지, 그리스 여신에서 프로이트까지, 셰익스피어에서 드라큘라까지 밤의 어둠과 신비로운 구석구석을 조명한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들의 밤에 대한 찬미를 읊조리고 밤에 대한 온갖 주제들을 깊이 있는 지식으로 풀어낸다.


 '우주는 왜 깜깜할까', '흡혈박쥐는 정말로 있을까?', '도시의 야경은 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몽유병은 왜 생길까?' 등 그의 궁금증이 다소 엉뚱하기는 하지만 그래서 이 책은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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