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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울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2013하우스콘서트 with 와인'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씨와 피아니스트 양지선씨가 연주하고 있다. 이들 뒤로 50여명의 관객이 편히 앉아 클래식 선율에 빠져들고 있다

연주자가 직접 해설 곁들여 곡이해 도와
울주문예회관 올연말까지 매월공연 준비
뒷풀이 와인 리셉션서 즉흥곡 연주는 덤

20일 찾은 울주문화예술회관. 오후 7시 30분 공연장 문이 열리자 미리 대기하던 관객들이 입장을 서둘렀다. 아이들 손을 잡고 총총 무대를 향하는 부모들의 모습부터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며 걸어들어가는 중년의 여인들까지. 관객들이 향하는 곳은 객석이 아닌 바로 무대 위. 스텝진이 손에 쥐어준 빨간 방석을 하나씩 들고 이들은 무대위로 올라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일상공간에서도얼마든지 콘서트 가능
거실 같은 일상 공간도 얼마든지 음악회장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2002년 피아니스트 박창수(49)씨가 시작한 '하우스 콘서트'가 이날 또한번 울산에서 열렸다. 이날 '초대 손님'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씨와 피아니스트 양지선씨. 이들은 불과 두세 걸음 앞에 옹기종기 앉은 관객 50여명을 앞에 두고, 베토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1번으로 문을 열었다. 이들의 앙상블을 듣는 아빠 어깨에 기댄 소녀의 표정이 편안했다.
 
맨 앞자리에 앉아 한 음이라도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 어린 남자아이의 모습도, 눈을 감고 음악에만 몰두하는 중년 아저씨의 모습도 사뭇 진지했다.
 
첫 곡이 끝나자 다음 곡 설명을 하기 위해 김재영 씨가 말문을 열었다. "사실 클래식 연주자들은 무대 위에서 말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 오늘은 제가 직접 곡 소개를 하게 돼 좀 떨립니다". 귀까지 빨개진 그는 "독일에서 공부할 때 교수님이 프랑스 인상주의 그림을 연상하듯 연주하라고 한 곡인데, 쇠라의 점묘화처럼 비브라토로 한 점 한 점 찍어내는 연주기법에 유의해서 들으시면 좋을 듯 합니다"며 다음곡인 프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이어갔다.
 
공연장은 조용하고 무대 위 연주자와 가깝다보니 들리는 것이라곤 바이올린과 피아노 선율, 그리고 이따금씩 호흡을 몰아쉬는 연주자의 숨소리 뿐이었다. 손가락으로 현을 짚어내다 가끔씩 활을 길게 뽑으면 현을 스치는 그 작은 소리까지 그대로 전해졌다. 가수 강산애가 왜 하우스 콘서트를 '실력이 그대로 드러나서 두려운 무대'라고 했는지 알것 같았다. 그만큼 관객에게는 연주를 자세히 들을 수 있어  귀를 발달시키고 좋은 연주자를 선별할 수 있는 눈도 기를 수 있는 무대이기도 했다.
 
이날 바이올린을 갓 배우기 시작한 아들 이동민(12)군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주부 김진성(44)씨는 "아들과 함께 자주 이곳에 오는데 이번 무대는 연주자의 표정까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말했다. 동민군 역시 "형이 하라는 대로 곡을 상상하기도 하면서 들으니 집중도 잘됐고 앞으로 나도 형처럼 좋은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앵콜곡 '사랑의 슬픔'으로 1시간가량의 연주회를 마친 김재영 바이올리니스트는 "작은 동작에도 관객들이 반응하고 특히 아이들이 반짝이는 눈망울로 끝까지 듣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나고 열린 와인도 즐길 수 있었던 리셉션에서는 박창수 피아니스트의 즉홍곡도 들을 수 있었다. 그가 서울 연희동 단독주택 2층을 개조해서 연주회장으로 만든 건 11년전. 이번 울주문예회관 공연은 어느덧 340회째의 공연이다.
 
박씨는 음악회가 서울에만 편중되어선 안 된다며 지난해 7월 울산을 비롯, 의정부에서 경남 거제까지 전국 23개 공연장에서 1주일간 100회의 공연을 펼쳤고, 만여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힘을 얻은 박씨는 올해 연중 전국 공연을 기획했고, 울산 역시 한번 더 찾게 된 것.
 
울산 관객들을 만나보니 어땠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 클래식공연은 진지하게 감상하는 모습들인데 편안히 즐겼으면 한다. 지역 관객들은 재미없고 지루할 때 혹은 재미있고 황홀할 때 즉각적으로 반응이 얼굴에 드러난다. 서울같으면 좋건 싫건 의례적인 반응이 많이 나오는데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음악을 대하는 그 모습들에서 더 큰 발전 가능성을 느낀다. 지역에는 관객이 없다고 하지만, 정작 찾아가보면 반응이 직접적이고 뜨거운데 앞으로도 그런 기회들이 울산에서도 늘길 바란다"고 했다.
 
오만석 기획담당은 "이번 콘서트를 열게 된 것은 연주자와 지역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라며 "대형 콘서트홀 무대에서 객석을 바라보면 20m 이상 떨어져 있어 관객과 음악을 교감하기 어렵지만 하우스 콘서트에서는 누구나 쉽게 접근해 음악을 즐길 수 있고 처음 본 사람과도 서로 공감하며 눈빛을 교환하는 등 음악에 심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달 셋째주 수요일마다 정기공연
이번 '2013하우스콘서트 with 와인'은 오는 12월까지 매월 셋째주 수요일마다 만날 수 있다.
 
그중 출연진이 확정된 것은 6월까지. 우선 4월 17일엔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재즈뮤지션들을 만날 수 있는 '김책 트리오'의 무대가 준비돼 있다. 서울대 인류학과 대학원에서 음악인류학을 연구하고 현재 대학에서 재즈음악을 강의하고 있는 김책을 비롯, 뉴욕뉴스쿨대학에서 재즈연주학을 배우고 재즈클럽 등에서 활동을 해온 최광문, 버클리 음대에서 재즈기타를 전공한 김성은이 출연해 줄 스타인의 '나는 너무 쉽게 사랑을 빠져요', 빌 에반스의 '별이 되길', 리차드 로저스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김책의 '서울구경', 블루스 즉홍연주 등을 들려준다.
 
5월 15일에는 세계 권위의 독일 마티아스 슈페르거 더블베이스 국제콩쿨 더블 베이스 부문에서 우승한 성민제, 성미경 남매가 전하는 <더블베이스의 비행>이 준비돼 있다.
 
이들은 이 날 바흐의 '프렐류드 모음곡 제1번'을 시작으로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2악장', 쇼팽의 '녹턴 작품 9'처럼 우리 귀에 익숙한 클래식 곡을 비롯해, 스퍼거의 '두 대의 베이스를 위한 듀오', 몽티의 '차르다쉬'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6월 19일에는 환상적인 아코디언과 함께하는 열정의 탱고 무대가 펼쳐진다. 한국서 우연히 만난 실력있는 외국인 음악가 4명이 등장해 피아졸라의 '망각', '리베르 탱고' '에스쿠알로'를 비롯, 프란시스코 카나로의 '라 따블라다', 안헬 비졸드의 '엘 초클로', 영화 여인의 향기 중 '포르 우나 카베사' 등을 통해 세련되고 수준높은 연주를 선보인다.
 
예매는 울주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www.uljuart.or.kr)에서 가능하다. 전석 2만원. 문의 229-9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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