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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종종 자리에 없는 다른 이의 행동을 도마에 올린다. 아니면 연예인 관련 소문이나 검증되지 않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열을 올린다.


 진실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내용이 자극적일수록 사람들은 더 빠져들고, 또다른 이에게 옮겨질 때는 강도가 더 세진다.


 사람들이 이렇게 가십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칼럼니스트 조지프 엡스타인은 신간 '성난 초콜릿'에서 가십의 속성과 역사를 파헤친다.


 사람들이 가십에 매달리는 이유로는 소속감을 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중대사에 관여하는 그룹에 속해 있기를, 내막이나 알찬 정보를 잘 아는 편에 속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가십은 때로 의심스럽지만 가끔은 필요한 수단이 된다"(63쪽)


 저자는 "가십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대화를 통해 달콤해 보이는 것을 얻으려는 속셈이지만, 그것을 집어삼키는 순간 당신이 발견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성난 초콜릿이리라"고 덧붙인다.


 저자는 특히 최근엔 가십의 역할과 중요성이 커졌다며 "뒷마당의 울타리 너머에서 여자들끼리 주고받는 것이라 여겨졌지만, 이제는 뉴스를 지배하고 정권을 바꿀 수도 있는 폭로와 동의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과거에는 교묘하고 장난스러우며 개인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었던 가십이 현대에 이르러서는 대중 매체와 인터넷의 발전에 힘입어 사회를 좀먹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해 가고 있으며 심지어 정치와 언론에까지 침투함으로써 실체가 없는 정보가 사실처럼 제시되기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최근 사회학자들과 심리학자들에 의해 가십의 역할과 중요성이 중요한 연구 과제로써 떠오르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


 책은 가십에 얽힌 여러 일화를 차례로 전한다. 엡스타인은 17세기 프랑스의 모럴리스트 라브뤼예르의 "타고난 신사나 교양인을 제외하고는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말을 인용하며, 가십을 받아들일 때 우리가 취해야하는 바람직한 태도, 퍼뜨릴 때 주의해야 할 것, 고전에서 만나게 되는 가십의 즐거움 등에 대해서도 위트 있게 전한다.


 지루할 틈 없이 "비열하고 추악하며 사악할 수도 있지만, 기지가 넘치고 과감하며 매혹적이기도 한", "항상 회의적인 지성을 통해 여과시킬 필요가 있는" 가십들을 은근슬쩍 아기자기한 전기처럼 소개하기도 하는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제껏 하찮은 것으로 취급되었던 가십에 대해 새롭게 평가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정색을 하고 가십을 공부하기에는 내용이 다소 가볍고 단편적이지만 가십의 역할을 새롭게 평가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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