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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간 이어진 대제국을 건설한 고대 로마의 힘의 원천은 로마 보병이나 콜로세움을 건설한 뛰어난 건축술이 아니었다. 지중해를 에워싼 거대한 로마 제국의 성공 원동력은 물이었다.


 지중해 중앙에 위치한 로마는 수 세기 동안 해상로를 통제함으로써 부와 권력을 거머쥘 수 있었다. 로마가 실질적으로 강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기원전 3세기 서부 지중해의 해로를 장악한 후였다.


 로마는 세 차례에 걸친 포에니 전쟁으로 지중해 해상권을 손에 넣었다. 로마의 번영을 뒷받침한 것은 공공 수도 시스템이었다. 제국 전체에 걸쳐 건설된 방대한 수로망은 로마 시민은 물론 각 도시와 변경에 주둔한 로마 병사들의 건강을 지켜줬다.


 신간 <물의 세계사>는 세계 4대 문명부터 로마 제국, 이슬람 제국, 대항해 시대를 열어젖힌 근대 유럽, 미국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의 발전 양상을 물의 관점에서 재조명한 책이다.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물이 인류 문명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역사적 시각에서 살펴본다.


찬란한 도시 문명을 발전시킨 로마 제국의 수로, 남부의 곡창지대와 북부의 정치 중심지를 연결해 제국의 운영을 가능하게 했던 중국의 대운하, 근대 유럽이 패권을 차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대항해와 증기기관의 개발….


 저자는 동서양의 역사를 넘나들며 물이 인류 문명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추적한다. 역사 발전의 중요한 국면마다 물의 확보와 이용이 중요한 문제였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19세기 영국이 세계를 제패하고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런던 지하에 정교한 하수도망을 건설해 시민에게 위생적인 물을 공급, 유례없는 인구 증가를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또 20세기 미국이 후버 댐과 파나마 운하 건설을 계기로 초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저자의 해석도 신선하다.


 저자의 관심은 과거 역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물 기근에 허덕이는 중동, 식수난에 직면한 인구 대국 중국과 인도 등 현대 사회의 물 부족 문제도 조명한다. 저자는 지난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책을 우리말로 옮긴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와 안민석 박사는 "물이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이때 물 문제를 역사적인 시각에서 근본적으로 살펴보는 이 책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700쪽이 넘는 분량이 부담스럽지만, 세계 4대 문명부터 미국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의 궤적을 신선하고 독창적인 시각으로 풀어내 역사에 깊은 지식이 없는 독자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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