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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우징 작가가 철로 만든 조각이 아니라 쇳가루로 만든 작품을 선보인다.5월 한달동안 울산 중구 갤러리 아리오소에 마련한 10번째 개인전 '울산을 그리다'에서다.

한국의 지역작가 100인 중 첫 인물로 선정 주목
철 소재로 실험적 작업기법 통해 작품세게 추구
공업도시 50년 주제로 울산 풍경 이미지 형상화

울산만큼 '철'과 가까운 도시가 또 있을까. 과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도, 지금 우리의 생업현장에서도 철은 너무나 익숙한 생산의 수단이자 재료다. 그런데 그 철이 가진 이미지를 차갑고 단단한 것이 아닌,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예민한 것으로 말하는 이가 있다. 한 때 제 본분을 다하고 으스러진 녹슨 철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눈물까지 흘렸다고 하는 이 남자. 조각가 우징이다. 그의 얘기를 듣다보니 왠지 그동안 우리가 무심코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을 새롭게 봐야할 것만 같다.

#10번째 개인전 '울산의 풍경을 그리다'
지난 1일 찾은 갤러리 아리오소. 개관2주년을 맞아 분주한 갤러리엔 작가 우징의 10번째 개인전 '울산의 풍경을 그리다'이 열리고 있었다. 부산 출신인 우징은 부산에선 매번 전시회를 열때마다 언론의 관심을 받을 정도로 인정받는 작가다.
 
그 때문인지 갤러리에선 흔치 않은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바로 작가 우징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 CJ엔터테인먼트가 최근 수도권에 예술인력이 집중된 예술지형도상 역량있는 지역 작가들을 조명하고자 제작중인 '한국의 지역작가 100인'에 첫 인물로 우징이 꼽힌 것이었다. 바쁜 일정에도 우징은 요령있게 기사 인터뷰와 다큐촬영에 응하며 예의 그 천진한 소년같은 미소로 주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철과 녹슨 쇳가루로 표현한 '공업탑' 인상적

   
▲ 우징의 이번 작품에서 쇳가루를 소금물에 넣어 오랜 시간을 부식시키고, 원하는 정도가 되면 철을 고착제에 섞어 물감으로 사용했다.


십여년전 성곡미술관의 '내일의 작가'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우징은 철을 소재로 그간 시도되지 않았던 실험적인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우징은 철판 위에 철을 녹여 부식시켜 만든 안료로 색을 표현해내는데 작업공정이 독특하다. 철을 기본적으로 따뜻한 생명과 같은 것으로 보는 그는 녹슨 쇳가루를 만들기 위해 쇠를 소금물에 넣어 오랜 시간 부식시킨다. 원하는 정도로 부식되면 철을 고착제에 섞어 물감으로 둔갑시킨다. 이는 종이위에서 드로잉 선이 되기도 하고 미묘한 색감이 줄줄 흐르는 물줄기 자국이 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의 '공업탑'이란 작품의 경우, 까만 철판 위로 녹슨 쇳가루가 공업탑과 그 주위를 회전하는 차량의 행렬을 묘사하고 있는데 초콜렛가루가 연상되는 쇳가루를 보니 작가가 말하는 철의 따뜻한 느낌이 뭔지 설핏 이해가 됐다.

#땀, 그리고 울산의 풍경
매번 전시를 개최하는 도시와 공간에 맞게 작품을 새롭게 제작한다는 그는 이번 울산 전시에선 공업도시 50년을 지나온 울산의 풍경을 담아냈다. 그의 작품 속 울산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처음 울산을 찾기전 울산에 대한 이미지는 공업도시, 그 하나였어요. 태화강 얘기도 듣고 하긴 했지만 급격히 성장한 공업도시의 이미지가 컸죠. 직접 와서 보니 역시 그런 이미지가 많았고 그외에 산과 바다가 아름다운 곳인 것도 알게 됐어요. 또 그런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그동안 사람들이 흘린 '땀'을 그려봤어요"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엔 울산 석유화학단지의 횃불이 타오르는 모습부터 이제는 전혀 달라진 태화강 주변 풍경, 울산만 등이 각기 다른 색깔로 나타난다. 철 종류와 부식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색깔이 나오다보니 똑같은 주제의 작품도 전혀 다른 느낌이다. 그는 작품을 위해 울산의 인공위성 사진부터 직접 울산 곳곳을 답사하며 찍은 사진들을 이용했다.
 
끝으로 울산 시민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어떤 것을 느꼈으면 하는지를 물었다. "울산 시민들에게 철은 참 친숙한 소재일거예요. 늘 투박하고 단단하게 여겨지는 철이지만, 실제 철에 손을 한번 대보세요. 금새 지문이 생깁니다. 그만큼 철은 예민해요. 한겨울엔 금새 차가워지고 한여름엔 뜨거워지죠. 그러나 누군가의 손길이 어떻게 닿느냐에 따라 한없이 가벼워지기도 하고 따뜻해지기도 합니다. 물론 세상 모든 사람, 사물이 다 그렇겠지만, 철이 지닌 따뜻한 생명력을 느끼고 가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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