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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회에나 다양한 문화 패턴이 존재한다. 그것은 정형화된 특징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의 문화적 특징 아래에 깔린 것은 무엇일까?


 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신간 <허기사회>(부제 한국인은 지금 어떤 마음이 고픈가)에서 그것을 '정서적 허기'라고 짚는다. '허기'의 사전적 의미는 몹시 굶어서 배고픈 느낌을 뜻한다.


 주 교수는 "배가 고프면 밥을 먹거나 허기진 위장을 채우면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욕구의 배고픔이 아니라 갈증의 배고픔에 빠져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정서적 허기가 경제적 결핍과 관계적(문화적) 결핍으로부터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1997년 IMF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무엇이나 할 수 있다는 낙관의 세계관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비관의 세계관으로 대체되고, 사회적 균열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중이 느끼는 허기의 강도도 셀 수밖에 없다"(88쪽)


 아울러 주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 시대의 문화는 퇴행, 나르시시즘, 분노의 색채를 띠고 있다"면서 이것들을 '허기사회'의 징후이자 관계적 결핍의 결과로 바라본다.


 '힐링'의 문화코드에서는 퇴행적 위로를, '슈퍼스타 K4'의 참가자가 200만 명을 넘었다는 사실에서는 나르시시즘 과잉을, 팟캐스트 형식의 '나는 꼼수다'에서는 속물성에 대한 분노를 읽는다.


 저자는 이 허기사회를 넘어설 대안으로 게릴라 되기와 눈부처 주체 되기를 제시한다. 그는 개인적 자유주의자이자 다양한 하위 공동체를 구성하는 문화적 주체자로서의 개인에 주목한다. 이 개인은 권력과 제도 속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며 저항하고 제도화된 틀 속에 갇히기를 거부한다. 세상을 현실의 공간으로 보면서도 한편으론 놀이판으로 이해한다. 무엇보다 게릴라 되기는 권력의 허위를 무너뜨리는 게릴라 담론의 생산활동에 가깝다.


 눈부처 주체는 상대방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면, 그 속에 비춰진 내 형상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나의 진정한 실체를 상대방을 통해서 찾는 인식을 넘어 실천적 행위까지 나아가는 것을 뜻한다. 저자는 이를 우리 시대의 필요한 미덕이자 공동성이라고 제시한다.


 『허기사회』는 이처럼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는 '허기의 상황들'을 이론적으로 재조명하고 그것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현상을 재구성, 재분석함으로써 우리 시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뒤적여 볼 수 있는 새로운 마음 사전의 역할을 시도한다.


 학계에 발표되는 양질의 논문 한 편을 대중을 위한 단행본 한 권으로 연결한 학술 무브먼트 '아케이드 프로젝트' 시리즈 제2권이다. 주 교수는 <대한민국 컬처 코드>, <텔레비전 드라마: 장르·미학·해독>, <영상 이미지의 구조>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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