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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지치고 자녀의 양육 방법에 회의가 들고 체중계에 올라서기가 두려운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나왔다.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신간 <어제까지의 세계> 얘기다. 퓰리처상을 받은 <총, 균, 쇠>에서 인류역사의 탄생과 진화를, '문명의 붕괴'에선 문명의 위기와 종말을 논했던 저자는 신작에서 세계의 희망과 생존의 해법을 찾아 나섰다.


 그가 더 나은 미래, 더 행복한 삶의 방식의 해법을 찾은 곳은 '어제의 세계'다. 그는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찾아 삶을 바꿔가는 방법에 대한 답을 전통사회에서 모색한다. 이를 위해 그는 인류 600만 년의 지혜가 살아 있는 전통사회의 심장부로 들어갔다. 이 책은 그가 뉴기니 원주민, 알래스카 이누피아크족, 아마존 야노마모족, 필리핀 아그타족 등의 사회에서 수십년간 함께 생활하면서 완성한 보고서다.


 그렇다고 전통사회를 낭만적으로 미화하진 않았다. 현대인에겐 충격적일 수 있는 전통사회의 풍습을 가감 없이 소개한다. 하지만 우리가 더 건강히 오래살고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우는 방법을 '어제의 세계'로부터 배울 수 있음을 역설한다.


 "전통사회는 인간의 삶을 체계화하기 위해서 수만 년 동안 지속된 자연적인 실험들이 집약된 공간이다. 우리는 이미 그런 실험을 시도한 사회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전통적인 삶의 특징들에 대해 배울 때 우리는 어떤 특징들을 떨쳐낸 것에 안도감을 느끼며 우리 사회를 더 고맙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반면 우리가 부러워할 만한 특징들을 찾아내면, 그 특징들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우리에게 맞게 개조하는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제의 세계에서 우리가 받아들일 만한 것엔 어떤 게 있을까?


 "1)혼자 음식을 게 눈 감추듯 허겁지겁 먹지 말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먹는다. 2)신선한 과일과 채소, 저지방 살코기, 생선, 견과류, 곡류 같은 건강에 좋은 식품을 선택한다. 3)염분, 트랜스지방, 단당의 함량이 높은 식품을 피한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조언도 귀 기울일만하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자녀를 이중언어 사용자나 다중언어 사용자로 키우라고 강조한다. 이중언어 사용은 아이들의 사고력을 향상시키고 삶을 풍요롭게 해준단 이유에서다. 가능할 때까지 즉각적으로 젖을 물린다. 젖떼기를 최대한 늦춘다, 가능하면 유아와 어른의 신체 접촉을 항상 유지한다, 아기와 함께 잠을 잔다, 아기를 똑바로 세워서 정면을 바라보도록 안거나 업는다, 대리 부모를 둔다, 아이의 울음에 신속하게 반응한다, 체벌을 멀리한다, 자식에게 직접 조사하고 탐구하는 자유를 부여한다, 다양한 연령층의 아이들과 놀게 한다 등 실천할만한 조언들엔 끝이 없다.


 책은 위험과 양육, 노인의 대우, 여러 언어의 사용, 건강 증진을 위한 생활방식, 평화적인 분쟁 해결, 종교, 전쟁 등을 다뤘다. 특히 분쟁 해결 과정에서 전통사회는 잘잘못을 따지기보단 그 후로 작은 사회에서 평생 얼굴을 마주치며 살아야 할 구성원들 간 관계를 회복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관계의 회복보다 잘잘못을 따지는 데 집중돼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곱씹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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