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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 다람쥐주인(step-z**)님의 글
중국 삼국시대 최고의 지략가였던 촉의 제갈량은 전쟁 중 자신의 정적이자 동지였던 오나라 주유를 죽입니다. 적국의 영웅을 죽인 제갈량이었지만 그는 목숨을 걸고 주유의 장례식장을 찾아가 애도의 제문(祭文)을 읊어 오나라 사람들을 감동시켰습니다.
 

 지난 19일 서울광장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4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렸습니다. 추도식에는 많은 정치인들이 참석해 노 대통령과의 인연을 이야기하고 애도를 전했지만, 유독 한 정치인만은 추모객들에게 박대를 당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얼마 전 민주당의 새 대표로 선출된 김한길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어제 노 대통령의 추모식을 찾은 김한길 대표의 모습은 동지이자 정적이었던 이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찾아간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제갈량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김한길 대표가 제갈량처럼 노 대통령의 제문을 읊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갈량이 주유의 저승길을 위로할 '자격'을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은 공동의 적이었던 조조에 맞서 목숨걸고 함께 싸웠던 동지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나라 사람들도 그것을 알았기에 제갈량의 제문을 듣고 함께 눈물을 흘렸던 것이죠. 만약 어제 김한길 대표가 연단에 올라 노 대통령의 추모사를 읽었다면 추모객들이 오나라 사람들처럼 함께 슬퍼했을까요?
 

 같은 당 소속이었던 김한길 대표와 노무현 대통령 역시 제갈량, 주유와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이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두사람은 제갈량, 주유와는 달리 함께 손잡고 한나라당에 대항한 역사가 없습니다. 김 대표는 참여정부 출범 초기부터 노 대통령의 개혁드라이브에 맞서 줄곧 여당내 야당을 자처하고 발목을 잡았던 대표적인 '비노', '반노'인사입니다.
 

   2007년 7월에는 급기야 23명의 의원들의 탈당을 주도해 사실상의 여소야대 국면을 만들어 대통령을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그가 밝힌 탈당의 변은 "오만과 독선의 노무현 프레임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데 책임을 느낀다"였습니다. '적의 적은 친구다'라는 정글의 진리를 대입하면 김한길 의원은 노 대통령의 입장에서 볼 때 아군보다는 한나라당이나 조·중·동에 더 가까운 인물이었습니다.
 

 정치적으로 노 대통령의 반대편에 섰다는 이유로 '추모의 자격'이 박탈당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김 대표의 경우 단순히 '비노'인사여서 박대당한 것은 아닙니다. 김 대표가 노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 유독 미운털이 박힌 이유는 그의 독특했던 '노무현 이용법'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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