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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안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마음에 맞는 짝이 없어서, 혼자 사는 삶을 즐기고 싶어서, 결혼 제도를 거부하기 때문에. 이들은 대부분 '가치'의 문제로 이어진다.


 하지만 결혼을 '못'하는 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신분도 계급도 없는 사회에서 원하는데도 결혼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가치관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MBN 방송기자 윤범기는 "단군 이래 처음으로 결혼 못하는 세대가 등장했다"고 말한다. 일자리와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청년들은 결혼을 단순히 미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진보와 보수를 넘어 정책 대안을 제시해온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과 '결혼하기 힘든 세상'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노총각 MBN 윤범기 기자가 청년들과 함께 '결혼하기 좋은 세상'을 주제로 토론한 대담집이다. 결혼하기 좋은 세상은 궁극적으로 일자리와 교육(보육)문제, 주거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에 대담집은 이를 위해 필요한 정책과 실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자리 담론이 '비정규직 대 정규직'으로 한정돼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학진학률이 85%에 이르는 나라에서 모두의 입맛에 맞는 양질의 정규직을 제공하기란 불가능한데 현재 비정규직은 '악'으로 규정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비정규직 투쟁이 대기업 내부의 투쟁이라고 지적한다. 대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정규직으로 전환만 되면 문제가 해결되지만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정규직 전환이 '만병통치약'이 될 순 없다는 것이다. 일자리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창출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만이 해법인 양 제시해선 안 되는 이유다.


 따라서 일자리 부문의 대안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 아니라 '비정규직이어도 살 만한 세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상은 인간의 수명만 제외하고 다 수명이 짧아졌고 그런 상황에서 일자리도 비정규직으로 평생을 옮겨 다니는 게 정상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저출산 고령화시대에 맞는 방안이라고도 말한다.


 이때 일자리 정책은 '철밥통 트랙'과 '플라스틱 트랙'을 같이 만들어야 하는데 철밥통은 정년보장을, 플라스틱 밥통은 기간제라든지 파트타임을 의미한다. 대신 플라스틱 트랙으로 사는 사람에 대해서는 노동의 질과 양이 같으면 임금을 더 높여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책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교육, 시장, 정치에서 무너진 사다리를 복원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한 차례의 선거가 지나간 지금, 작금의 문제를 폭로하고 비판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저자가 제시한 해법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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