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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 선대인(batt****)님의 글
최근 뉴스타파의 명단공개로 국내 재벌가와 고관대작들의 조세 도피와 역외 탈세에 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영국 조세정의네트워크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신흥개발국 가운데 한국의 해외 재재산 도피 규모가 러시아, 중국에 이어 3위에 이를 정도로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그런데 이처럼 조세 도피와 역외 탈세가 심각한지 한국정부가 그 동안 과연 몰랐을까? 특히 이명박정부가 과연 몰랐을까? 절대 그럴 리 없을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수출입 등 실물거래의 증가 없이 이른바 조세도피처로 빠져나가는 국내 투자 규모가 급증했기 때문에 정부가 이 같은 흐름을 몰랐을 리 없다.
 

 어쨌거나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지금 뉴스타파가 발표하는 명단은 빙산의 일각 중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뉴스타파가 의존하는 명단은 겨우 두 개의 조세도피처 대행회사에서 나온 정보들을 확인한 것일 뿐이다.
 

   또한 역외 탈세를 노린 재산 도피는 법인이 아닌 신탁(trust) 형태로 위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신탁의 형태로 된 것은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발표되고 있는 금액도 몇 십억~몇 백억원 단위여서 최근 몇 년 동안 조세도피처로 빠져나간 자금 규모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접근하지 못했던 정보들을 탐사해 보도하고 있는 뉴스타파의 노력과 이들 문제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공은 결코 폄하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 연구소 차원에서 뉴스타파를 후원하고 있으며, 결코 한국의 거대 언론들이 하지 못한 일을 '독립언론'인 뉴스타파가 해내고 있다고 믿는다.)
 

 결국 열쇠는 정부가 갖고 있다. 정부당국은 훨씬 더 많은 관련 자료를 갖고 있으며, 미국 영국 등 공식적으로 국제공조를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예를 들어, 뉴스타파가 발표한 명단이 정부에 신고된 투자인지, 아닌지는 관세청이나 금감원 등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데도, 전혀 관련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다국적 기업이나 글로벌 수퍼리치들에 대한 글로벌 과세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비밀 금융과 조세 체계를 활용한 역외 탈세 문제를 쉽게 추적하고 근절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 정부당국은 할 수 있는 일조차 하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결국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건 일반 국민이자 납세자일 수밖에 없다. 국민이 눈을 부릅떠서 계속 감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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