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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회사에서 내쫓겨 어느 날 갑자기 거리로 나앉게 됐다면?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도 직장을 구하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인 요즘 대책 없이 백수 신세가 된다면 참으로 막막할 것이다.


 하지만 독일 언론인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는 "인간은 돈이 없어도, 아니면 최소한 아주 적은 돈으로도 얼마든지 부유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단언한다.


 쇤부르크는 독일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독일 유력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등에서 잘나가던 언론인이던 그는 구조조정으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에도 그는 긍정적이다. 18세기부터 쇠락의 길을 걸은 가문의 모습을 보고 자란 경험 덕분에 경제적 곤경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신간 <폰 쇤부르크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은 '부끄러운 가난의 세계'와 '뻔뻔스러운 부의 세계' 사이를 능숙하게 넘나들며 살아온 쇤부르크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실용적인 삶의 철학과 조언을 담은 책이다.


 독일에서 출간되자마자 30만 부 넘게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가난에 대한 상식을 깬다. '망해도 의연하게 사는 법',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기술', '아둔하지 않게 쇼핑하는 법', '가난해진 사람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방법' 등 소제목만 봐도 웃음이 나오지만, 읽다 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현대 사회 최고 가치인 건강을 유지하는데도 돈이 들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엘리베이터 대신 층계를 이용하고, 버스나 택시, 승용차를 타는 대신 자전거를 타거나 걸으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최고의 자산인 건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포기의 호사'를 강조한다. 불필요한 삶의 군더더기를 포기하고 자신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깨달아 그것에 집중하면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취향이 고상한 부자들은 예로부터 간소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부유한 사람일수록 '평범한' 삶을 흉내 내는 것을 사치스러운 일로 여긴다"고 저자는 말한다.


 누구나 가난해질 수는 있지만 삶을 보람있게 살 수 있느냐는 가난과 무관한 문제라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비록 은행 잔고가 줄어들지라도, 다행히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일들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삶을 보람있게 해주는 것들은 수중의 돈이 감소한다고 해서 줄어들지 않는다. (중략) 정중함, 친절함, 다정함, 도와주려는 마음, 삶을 쾌적하게 해주는 이런 모든 것은 참으로 무한할 수 있으며 물질적인 여건과는 완전히 무관하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들이 가슴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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